치핵, 배변 후 저절로 들어가면 좌욕으로도 충분
치핵, 배변 후 저절로 들어가면 좌욕으로도 충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4.15 14:52
  • 호수 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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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증상과 치료법

배변습관만 고쳐도 치열 예방에 도움… 치루 방치하면 항문암으로 악화
부끄럽다고 감추거나 방치하면 안돼… 식습관 개선, 물 많이 섭취해야

김희순 어르신(73)은 최근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고 휴지로 닦을 때 가끔 피가 묻어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항문에 뭔가가 만져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그 자리에 가려움증까지 생겼고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상을 느낀 김 어르신은 대학병원의 항문외과를 찾았고 그 곳에서 ‘치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질은 항문과 그 주변에 생기는 질환을 통틀어 부르는 말로, 항문의 혈관이 부풀어 생기는 치핵과 항문 부위가 찢어지는 치열, 항문이 감염돼 고름이 터져 나오는 치루로 나뉜다.
치핵은 항문 안쪽 점막 조직이 압박받아 만들어진 덩어리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다. 치핵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항문에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혈관이 약해지거나 변비, 설사가 잦은 경우 등이다.
치핵은 특히 노인들에게 잘 발병하는데, 나이가 들면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고혈압, 뇌혈관질환, 협심증 등 혈관질환이 생기기 때문이다. 항문 안쪽 피부가 자극에 의해 수축되고 근육이 모세혈관을 압박하게 되면 혈액의 농도가 짙어지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변비 증상이 함께 있다면 딱딱한 대변에 의해 피부가 밀려나오면서 치핵이 발생한다. 따라서 치핵은 혈관에 문제가 생기기 쉬운 노인층에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 치핵은 치상선 위쪽의 점막조직에 발생한 ‘내치핵’과 치상선 아래쪽의 피부조직에 발생한 ‘외치핵’, 내치핵과 외치핵이 복합된 형태인 ‘혼합치핵’ 등으로 구분된다. 그림=대한의학회 제공

치핵 증상을 앓고 있다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10명 중 7명은 보존요법과 약물요법으로도 치료가 되고 정작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3명 정도다. 대변 후 피가 묻어나오는 1도나 대변 시 치핵이 항문 아래로 튀어나왔다 원상 복귀하는 2도일 때는 좌욕 등 보존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손으로 넣어야 치핵이 들어가거나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3, 4도의 증상일 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석환 강동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핵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섬유질과 하루 2리터 이상의 물 섭취가 중요하다”며 “변비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변비약을 복용하면 설사를 유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열은 항문 입구에서 항문 내부에 이르는 부위가 찢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치열의 대부분은 딱딱한 변을 배변하는 도중에 항문 내부의 피부가 직접 손상을 받아 찢어지며 출혈을 동반한다. 치열이 생긴 후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은 채로 계속 찢어졌다 아물기를 반복하면 상처 부위가 항문 궤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열이 생기면 배변 시에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며, 배변 후 휴지나 변에 피가 묻어나온다. 급성기는 통증이 심하고 출혈이 동반되는데 반해 만성이 되면 통증은 별로 없이 출혈만 생기게 된다. 치열의 통증은 대변을 보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되며 상당히 많은 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 화장실을 가기가 두렵다는 호소를 자주 한다.
치열의 원인은 변비이기 때문에 용변을 볼 때 힘을 많이 주지 않은 채 5분 이내로 끝내는 배변 습관을 갖춰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변을 부드럽게 볼 수 있도록 식이섬유가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과민성 증상에 좋은 프로바이오틱제의 유산균을 섭취하거나 좌욕을 통한 상처의 치료도 효과가 좋다.
이 교수는 “항문 치열 치료를 받지 않거나 방치할 경우에는 만성 치열로 이어져 반복적인 손상으로 인해 해당 부위에 깊은 궤양이 생기게 되고 지속적인 화끈거림과 따가움을 불러온다”며 “심할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통증을 유발하게 되므로 환자의 변 상태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치열 증상이 계속된다면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루는 항문 주변의 염증으로 시작해 고름이 배출되고 난 뒤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구멍이 생겨 분비물이 누출되는 질환이다. 치루가 생기면 배변 시 항문 안쪽이 따끔거리는 것은 물론, 평소에도 고름 같은 분비물이 새어나오면서 항문 주위를 자극해 가려움증이 유발된다. 감기 몸살처럼 온몸에 열이 오르기도 하며, 심해지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함께 항문이 계란 크기만큼 부풀어 오른다.
이렇게 며칠 고생하다 고름이 터져 나오면 시원한 느낌이 들고 통증도 사라져 저절로 나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이때부터가 치루의 시작이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치료하지 않으면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거나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붓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만성 치루로 악화되기 때문이다.
치루는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치루수술은 고름이 나오는 치루관을 절개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항문샘을 찾아 내공(안쪽 구멍)까지 제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복잡하고 병소가 깊은 치루의 경우 세톤법(괄약근 손상을 피하면서 절개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수술 성공률은 85~90% 정도로 높으며 보통 1박2일에서 심할 경우 2박3일의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치루를 방치하게 되면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복잡치루로 변할 수 있고 10년 이상의 병력을 가지는 경우 항문암을 유발하기도 해 초기에 쉽게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평소 꾸준한 좌욕을 통해 항문 주위를 깨끗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치루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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