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민봉기의 이란 여행기 <3>
소설가 민봉기의 이란 여행기 <3>
  • 이미정
  • 승인 2007.07.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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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봉기 소설가

<사진>코레스대왕의 묘.

 

쉬라즈에 도착해서 최초의 메디아 왕국을 멸망시키고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이란민족의 지주인 아케메네스조의 코레스 2세(영어/키루스-Cyrus)의 무덤이 있는 파셀가데(파라다이스)를 찾았다.

 

조장법에 의해 땅속에 묻을 수 없어 검은 대리석, 흰 돌 등 3단으로 가로, 세로 11m로 지어진 무덤이었다. 아케메네스조의 마지막 왕 다리우스 3세 때 알렉산더가 침입해 페르세폴 리스가 수중에 들어가자 알렉산드로스는 코레스 관 위에 자신의 옷을 덮어줬다고 한다.


코레스가 리디아를 비롯해 28개국을 점령했을 때 바빌로니아 노예 10만명, 이스라엘 5만명을 예루살렘으로 가 신전을 지으라며 풀어줬다. 당시 성서에 나오는 다니엘과 하바국이 페르시아에 들어와 선교했다고 한다.


코레스의 통치 스타일은 28개국 정복 후 파괴하거나 탄압하지 않고, 그 나라 왕을 인정해 통치한 위대한 대왕이었다. 현재 영국 박물관에 코레스왕의 측령이 보관되어 있고, 현재 통치자들의 교본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코레스의 교훈이 번역된 책자가 있다고 한다.

 

무덤 주위 파셀가데에는 수로를 이용한 흔적이 보이고 빨간 야생 양귀비와 엉겅퀴의 보라색 꽃이 만발해 파란 초원이 조화를 이루어 파라다이스란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나 싶다.


쉬라즈는 밀밭이 많고 초원지대로, 산에는 나무들이 무성했다. 쉬라즈에서 동쪽으로 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페르세폴리스를 찾았다. 그 옛날 이집트에서 인도에 이르는 거대한 대륙을 호령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로 기원전 520년에서 450년 사이에 건설됐다.


코레스 대왕의 뒤를 이어 다리우스 1세가 페르세포리스에 궁정을 지어 그곳에서 봄을 보냈다고 한다. 경사가 완만한 언덕위에 계단식으로 건축했는데 이 계단식이 바로 바빌로니아식이다. 그리고 궁정 정문 양쪽에 놓여있는 날개달린 황소는 앗시리아풍이고 열주들은 이집트식이라 한다. 이러한 유적의 건축양식을 통해 문화적 조화를 이루지 않았나 싶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상영된 영화 ‘300’은 다리우스대왕의 아들 크세르크세스가 친히 출정해 스파르타를 격파하는 전쟁이야기다. 영화에서는 그의 모습이 이상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매우 잘 생긴 대왕이었다고 한다.

 

크세르크세스의 왕비 에스더는 구약성서에도 기록된 인물로 50, 60년대에 ‘에스더’란 영화가 우리나라에 상영됐다. 그녀가 묻힌 무덤도 찾아갔다. 이란은 2500년 전부터 3월 21일 봄이 시작되면 새해로 친다고 한다.

 

계단의 조각된 부조에는 군인들의 행렬이 새겨져 있는데 메디아인은 둥근 모자를, 페르시아인은 사각모를 썼다. 재미있는 것은 군인의 신이 오늘날 아디다스 운동화와 흡사해 아디다스 운동화의 디자인이 기원전 군인의 신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했다.


코레스나 다리우스의 부조마다 여러 개의 작은 구멍이 보이는데 그것은 보석을 빼낸 자국이라고 한다. 알렉산드로스가 페르시아를 침입해 페르세폴리스가 수중에 들어갔을 때 보물을 3만 마리의 노새에 실려 마케도니아로 가져갔다고 한다.

<사진>측력을 새긴 비문.


다음날은 하마단으로 이동해서 이란의 최초의 왕국 메디아 왕국의 궁터와 고대 페르시아·엘람·바빌론어 등 3개국 설형문자로 새긴 비문을 봤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신비한 물이 차있는 석회석 동굴인 알리사도르 동굴을 배를 타고 둘러봤다. 왕복 3km거리였다.


동굴의 사무실 직원이 나훈아의 ‘사랑’을 우리에게 불러줘 놀라게 했고,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는 우리나라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돼 이란과의 가까움을 느꼈다. 우리는 하마단에서 테헤란으로 돌아와 테헤란에 있는 서울거리와 서울공원을 보았다.


우리나라와는 1962년에 수교를 체결해 1963년에 서울스트리트가 조성돼 소나무 가로수를 이뤘는데 솔방울이 유난히 많이 달려 있었다. 2003년에 수교 40주년을 맞이해서 서울공원을 조성해 아치형의 공원정문에 한글로 ‘서울공원’이란 현판이 걸려있었다.


테헤란시의 볼거리 중 하나는 보석궁에 가는 길에 24km남북 긴도로에 플러터너스 가로수가 무성한 터널을 이룬 모습이 장관이었다.


테헤란시 북쪽은 부촌이고 남쪽은 빈촌을 이루어 서울시의 강북과 강남의 대조를 보는 듯 했다. 시내에 있는 아파트는 5층 이상이어야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고 한다.


이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과거의 역사를 현재로 재조명 보는 것도 살아가는 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 7일간의 강행군에도 피곤한 줄 몰랐다.


이란 여행자에게 반가운 소식, 칸 영화제에서 이란인 감독의 작품 ‘페르세폴리스’가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씨가 하마단을 가야금으로 표현한 곡을 발표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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