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복지국가의 길
머나먼 복지국가의 길
  • 정재수
  • 승인 2007.07.1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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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안은 한 마디로 어정쩡한 개혁에 머물렀다. 다시 말하면, 머지않아 다시 손질을 해야 할 임시변통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가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멀고도 먼 과제임을 말해 준다.

우선 노인들과 직접 관련된 기초노령연금법부터 살펴보자.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도입된 것은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 제도의 도입 목적은 국민연금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이다.

기초노령연금제도는 내년부터 우리나라 전체 65세 이상의 노인들 60%에게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5%(2008년)인 8만원 정도를 매달 지급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시기별로 보면 내년 1월부터는 70세 이상 노인이 기초노령연금을 지급받고, 내년 7월부터는 65세 이상 노인이면 여기에 해당된다. 연금 액수는 20년 후에는 10%, 즉 지금 기준으로 약 16만원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자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소득과 재산을 합쳐 월 40만~60만원 이하여야 한다. 동아일보 집계에 의하면, 내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60%인 502만명이 혜택을 받고, 2009년엔 70%(약 519만명)가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지급 대상은 그 후 점점 축소되어 2010년에는 67.8%가 된다.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이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로 늘어나는 2028년의 지급 대상은 56.2%에 그친다. 약 반 정도 밖에 혜택을 못 받는 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유는 노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자가 장차 기하급수로 늘어나 2028년에는 1118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선 내년부터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 액수에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없겠지만, 월 8만원이라는 액수는 빈곤층 노인들에게 생활에 보탬이 되지못하고 용돈 수준밖에 안된다는 지적들이다.

이번에 제정된 8만원의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실시되면 지금까지 65세에 달한 노인들에게는 3개월에 한번씩 지급되던 교통수당 3만6천원과 노인 빈곤층 60여만 명에게 매달 지급되던 3만~5만원의 경로연금은 모두 없어진다. 그러니 결국 그 돈이 그 돈으로, 빈곤층 노인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 격이라 할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에 해당 안되는 노인들이 받을 일반 국민연금은 이번 개혁으로 인해 더욱 불리하게 되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된 국민연금 개정안의 취지는 ‘보험료는 그대로 내고, 연금은 덜 받는’ 방식이다.

다시 말하면, 연금보험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율은 현행 9%를 유지하되 연금 급여율은 현행 60%에서 내년에는 50%로 줄어든다는 이야기이다.

이 액수는 해마다 약간씩 감소하여 20년 후인 2028년에는 40%로 낮아진다. 이렇게 될 경우 월평균 소득 180만 원의 신규 가입자가 앞으로 2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받을 금액은 월 40만 원에 불과하다. 이 액수는 최저생계비(올해 기준 월 43만 원)에도 못 미친다. 결국 말이 연금이지, 그 액수는 노후생활을 할 수 없는 ‘용돈연금’에 불과하게 된다.

만약 이대로 강행 실시된다면 누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싶을 것인가. 원래 연금이란 노후의 안정된 생활, 즉 노후소득 보장과 노후빈곤 예방이 기본이다.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노후소득의 적정 수준도 퇴직 전 소득의 60~70%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0%로는 이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친다.

그런데 이번 연금제도 개혁은 정부가 2003년 10월 국회에 관련법안을 제출한 뒤 3년 9개월 만에 겨우 처리된 것이다. 오랜 시일을 끌다가 가까스로 매듭을 지은데 비하면 이번 국민연금 개혁은 절반의 개혁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를 13년 정도 늦춘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를 안정시키려면 가입자가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아야 완전한 개혁이 되는데, 이번에 여야간 협상과정에서 여론악화를 염려해서 ‘더 내는’ 조항이 빠지는 통에 근본적인 수술은 되지 못한 것이다.

절반의 개혁으로 끝난 국민연금제도를 제대로 고치려면 방만한 기금 운용을 개선하는 등의 추가조치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더욱 긴요한 것은 정부가 막대한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는 적자상태의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제도의 시급한 개혁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

남시욱(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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