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사님들께 보내는 조금 늦은 편지
[기고]은사님들께 보내는 조금 늦은 편지
  • 김유필 대구 달서구
  • 승인 2016.05.20 11:15
  • 호수 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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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필자도 미력하지만 1946년에 교직에 입문에 1992년까지 아이들을 가르쳤다. 교직을 흔히 성직(聖職)이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어려움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독특한 성격 탓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든 학생, 학습 능력이 떨어져 속을 태우는 학생, 반항하는 학생 등을 바로잡아 바른 길로 인도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훈장의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속담은 교직이 얼마나 애를 태우는 직업인지를 잘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6년간 선생님으로 재직했던 건 초등학교 6년 동안 필자를 잘 가르쳐준 은사님들 덕분이다. 벌써 70여년 전 일이지만 아직까지 필자의 머릿속에는 선생님들의 이름이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은 이근섭 선생님이었다. 키가 훤칠한 미남이었던 이 선생님은 열정적인 교육자였다. 눈높이 교육을 하듯 손뼉을 치며 동요를 가르쳐주시던 그 모습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2학년을 함께 보낸 손필수 선생님은 당시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특히 무용을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이때 선생님은 다재다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길잡이가 된 선생님들 중에는 일본인도 있었다. 교장이었던 서가 미쯔하루 선생님은 3학년 때 필자를 지도하며 원리원칙을 중시해야 하는 자세를 가르쳐줬다. 땅딸만한 체격의 미쯔하루 선생님이 풍금을 치며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시대상을 초월해 필자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4학년 때 담임이었던 김현준 선생님은 성미가 급했다. 그 불같은 성격으로 절도와 품위, 예의범절을 알려줬는데 이는 지금까지 몸에 배어 있다.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2년은 김정묵 선생님과 함께 했다. 김정문 선생님은 우선 신체가 우람했다. ‘강인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을 늘 강조했고 전 과목에 능통해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랐다.
특히 김 선생님은 대구사범학교에 진학을 원했던 필자를 위해 방과후 특별과외 지도도 해줬다. 이런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무사히 원하는 학교에 진학했다.
46년간 성직을 영광스레 수행케 하는 지혜와 기술과 용기를 주셨던 은사님들께 조금 늦었지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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