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홀몸어르신이 고독감 떨칠 수 있었던 이유
[기고]홀몸어르신이 고독감 떨칠 수 있었던 이유
  • 박화규 기자/오산
  • 승인 2016.05.27 13:23
  • 호수 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초 충남 천안시에 혼자 거주하시는 이기순(79‧가명) 어르신 댁을 방문했다.
이 어르신은 40대 후반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 두 명을 홀로 길러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갑자기 가장이 된 여자가 홀로 자식을 키우긴 힘들기 마련이다. 이런 형편 때문에 자식들은 각자 생계를 책임지겠다며 집을 떠났지만 큰아들은 교통사고로 남편을 따라갔고, 다른 아들마저 소식이 두절됐다고 한다.
잇따라 비극이 찾아왔지만 이 어르신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공사판을 전전하며 스스로 생계를 책임졌다. 현재도 인근 빌딩의 화장실 청소를 해주며 월 55만원을 벌고 있고 폐지도 수거해 생활비에 보탠다. 혼자 살지만 작은 주택이 있고 2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고 밝힌 이 어르신은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오히려 걱정했다.
필자는 이 어르신에게 혼자 사는 것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물었다. 그는 “오래전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들과도 왕래하지 않아 처음에는 사는 게 막막하고 외롭고 몸이 아파서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전체 노인인구 5명 중 1명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수는 2016년 현재 144만명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족관계 단절 및 부양의식의 실종 등으로 독거노인의 경우 정서적, 정신적으로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흔히 노인의 3고라는 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孤獨)을 홀몸노인들은 참아내야 한다.
이 어르신은 이중 가장 견디기 힘든 게 ‘고독’이라고 말했다. 특히 혼자 밥 먹는 일이 괴로워 허기가 몰려오는 시간이 두렵기까지 했다고 했다.
이런 이 어르신이 삶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덕분이었다. 그는 “어느 날부터 이웃이 자주 찾아와서 얘기도 해주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더니 주민자치센터와 연계도 해줬다”면서 “말벗을 해주는 좋은 친구들 덕분에 고독을 이겨낼 수 있어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100세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홀로 늙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관심이 확산되고 상호부조와 나눔의 돌봄 문화가 활성화될 경우 독거노인 돌봄의 사각지대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사회적 관심의 확대와 더불어 지속적인 공공돌봄서비스의 확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