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혜, 이대로 둬선 안 된다
국회의원 특혜, 이대로 둬선 안 된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5.27 13:27
  • 호수 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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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 새로 도배, 컴퓨터 300대 교체에 혈세 50억 낭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TV 뉴스에서 멀쩡한 국회의원 사무실 벽지를 떼어내고 새 벽지로 가는 장면을 보고서다. 보도국 기자가 도배 작업을 하는 업자에게 “벽지가 낡았나”라고 묻자 얼굴은 보이지 않은 채 “멀쩡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국회사무처는 20대 국회의원 300명의 컴퓨터와 책상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의원회관 사무실 벽을 새로 도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혈세 50여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의원의 특혜가 너무 많아 줄여야 한다는 원성이 그치지 않는 판에 도배 사태까지 불거져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증오와 질타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트럭기사들의 동호회 카페에 ‘5t’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는 “국회의원이 평소 일을 잘 한다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않아서 문제가 심각하다. 19대 국회만 보더라도 여당은 친박·비박으로, 야당은 친노·비노로 갈라져 허구한 날 이전투구로 날을 새고 법안통과를 미루는 등 국회의원 본연의 의무를 게을리 하는 이들이 아닌가. 뭐가 예쁘다고 이들을 위해 우리의 귀한 세금을 낭비해야 하나”라며 비난했다.
정치인과 트럭기사라는 이질적인 직업군이지만 국회의원의 한심한 작태를 정확하게 꿰뚫고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의원이 그만큼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 사랑을 잃었다는 증거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서민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다. 국회의원 세비는 1억4000만원이다. 세비 외에 특별활동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자녀학비보조수당, 유류비, 차량유지비, 통신요금 등 수천만원의 현금을 챙긴다. 선박·항공·철도 등을 사실상 무료로 이용하고 그때마다 VIP 대우를 받는다. 또, 9명의 보좌진이 붙고 이들에게 연간 4억여원의 인건비가 들어간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국회 지하에 있는 내과 등 의료시설을 국회의원과 그의 가족들이 무료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특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스웨덴 국회의원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의 국회의원에게 배지는 의원이 봉사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표시다. 스웨덴 의원은 자기 입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대신 봉사한다는 말을 한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배지는 봉사의 의미보다는 절대 권력의 상징물로 통한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봉사하는 선량답게 의전차량이나 개인비서가 없고 면책특권도 없다. 개인 보좌관은 당연히 안 붙고 정책보좌관 한 명이 서너 명의 국회의원들을 돕는 식이다. 그들은 고액 연봉도 아니며 샐러리맨과 똑같은 환경(3평 내외 사무실)에서 하루 24시간 쫓기듯 일하며 지낸다. 그러면서도 스웨덴 국회의원의 세비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스웨덴 국회의원은 세비를 주급 형태로 받고 회기 중 결근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받지 못한다. 출장에서 남은 비용을 반납하기까지 한다. 국회 ‘개점휴업’에도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지만 금배지를 다는 순간 약 200가지의 각종 특혜와 특권을 누리는 이른바 귀족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 대다수가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를 악물고 살아가는 이때 국민의 대표자라는 이들이 국민혈세로 온갖 호사를 누리는 어이없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 선에 머물며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회의원들이 조금만 특혜를 포기한다면 비정상의 대한민국은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오고 선진국 문턱도 가볍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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