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정년퇴임은 없다
예술가에게 정년퇴임은 없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5.27 13:28
  • 호수 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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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69회 칸 영화제가 지난 5월 22일 화려한 막을 내렸다. 올해 영화제엔 ‘올드보이’로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오른 박찬욱(53)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공식 부문에 초청되면서 특히 화제를 모았다.
아쉽게도 박찬욱 감독은 폐막식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다. 칸 영화제 마지막 날 활짝 웃은 건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80‧영국) 감독이었다. 그의 뜻밖의 수상도 놀라웠지만 더욱 감탄스러운 건 그의 나이였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원로 감독은 여전히 예술혼을 발휘하며 한참 어린 후배들을 제치고 정상에 선 것이다.
켄 로치는 국내에서 큰 히트를 기록하지 못해 이름이 생소한 감독이지만 세계 영화계에선 7전8기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1967년 ‘불쌍한 암소’로 데뷔한 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수상에 실패하며 영화제와는 인연이 없는 감독으로 각인됐다. 이런 그가 처음으로 칸 영화제 트로피를 거머쥔 건 2006년이었다. 1920년대 아일랜드의 독립 투쟁을 다룬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의 나이 70세 때 일이다.
그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최근 국내 미술계를 발칵 뒤집은 대작 스캔들이 아쉽게 느껴진다. 화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유명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의 최근작 수십 점을 한 무명작가가 대신 그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조영남은 화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조수가 대신 그리는 것은 이미 오래된 관행이라며 항변했다. 현대 미술은 철학이 중요한데 원천 소스는 자신의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도 작품을 많게는 수천만원에 구입한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작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수십 년 째 같은 소재로 그린 수백 점의 비슷한 작품이 이름값 때문에 고가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서는 원로 작가들의 회고전을 많이 열리고 있다. 회고전을 여는 작가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끊임없이 화풍을 연구하고 개량하고 발전시켜 나갔다는 점이다.
억울하다면 새로운 작품으로 증명하면 된다. 여전히 신작을 그리는 김병기(100) 화백의 비하면 아직 왕성히 활동할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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