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고령화 사회 회피 말고 노인을 사회활동에 참여시켜 함께 가야”
최성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고령화 사회 회피 말고 노인을 사회활동에 참여시켜 함께 가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5.27 13:45
  • 호수 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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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회장,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역임… 40년 노인복지 연구
사회지도층 인사들 ‘나는 노인이 아니야”란 인식… 노인 문제 해결에 걸림돌

“노인을 소외시키지 말고 함께 가는 사회가 돼야 한다.”
최성재(71)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의 노인복지에 대한 기본 철학이다. 최 원장은 “60이면 청춘인데 그들을 100세처럼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노인 인식이 큰 문제”라며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등 사회적 배려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복지 분야에 최 원장만큼 폭넓은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최 원장은 한국노년학회 회장,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위원,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등을 역임했다. 5월 중순, 경기도 일산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하 개발원)에서 만나 노인복지의 현실과 미래 비전에 대해 물었다.
-개발원 이사장도 역임한 것으로 안다.
“2005년 개발원 창립위원장을 맡았고 그 사이에 이사장, 선임이사 등을 지내 인연이 깊어요. 작년 12월에 이곳에 왔으니 꼭 5개월 됐네요.”
-개발원은 무슨 일을 하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을 전담하는 준 정부기관으로 노인 일자리를 개발·보급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과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 종사하는 사람들의 교육, 노인 인력에 대한 DB를 구축·관리하는 일들을 해요.”
-박사급 연구원들이 많겠다.
“서울·강원지역본부 등 6개의 지역본부마다 직원이 7~8명씩이 있어요. 전체 직원은 110명 정도이고요. 기초연금 수급자 대상의 공익차원 일자리는 연구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까지는 연구 기능이 상당히 약했습니다. 박사도 극소수에요.”
-그동안 노인 일자리를 어느 정도 제공했나.
“2004년, 2만5000여명에서 해마다 2배씩 증가해 지난해 말 38만7000여명 됩니다.”
-개발원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기초연금 수급자를 주된 대상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일자리 예산은 금년 7500억원이에요. 그 돈은 우리 개발원으로 직접 들어오지 않고 지방 자치단체를 통해 노인들에게 지급됩니다. 노인 일자리의 관리, 시장형 일자리 개발, 인건비 등 개발원 경상예산은 연 330억 정도입니다.
-노인복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심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여유가 있는 이들로 하여금 좀 더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겁니다. 즉, 내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유용한 사람이라는 걸 지켜주는 일이지요.”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수준은 어떤가.
“선진국의 노인복지제도를 우리도 다 갖추었다고 보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아요. 가장 어려운 문제가 노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입니다.”
-어떤 편견인가.
“과거에 비해 10년이나 젊어진 상황에서 60 넘어 퇴직하면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것처럼 인식하는 겁니다. 제대로 된 노인일자리는 기업하고 연계했을 때 가능한데 기업하는 이들의 인식 이 나이 많은 사람을 쓰면 별 볼일 없다고 보고 노인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베이비부머세대가 노인세대로 편입되고, 학식과 경험 많은 노인들도 점점 많아집니다. 그들의 수준에 맞는 일자리를 기업과 함께 만들어내야 하는데도 말이지요.”
-퍼주기 식 노인복지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60세 이상 인구가 940만명입니다. 고령화사회 문제는 복지만 해결한다고 풀리지 않아요. 사회 전반적인 산업과 경제·교육이 다 관련돼 있어요. 다음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노인문제 해결에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는 노인 정책 입안자들로 이들은 노인의 심리상태 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또 다른 하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입니다. 실제로 그들은 노인의 나이가 됐음에도 ‘나는 노인이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노인문제를 도외시하려고 해요. 이들이 노인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고령화 사회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하나.
“노인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복지(돈)만으로 해결하려들면 그게 모두 후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고령화 사회를 일찍이 경험한 서구사회가 노인복지정책에 실패한 이유이기도 해요. 우리는 이걸 앞질러 가야 합니다. 노인이 많아지는 사회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노인을 사회활동에 참여시키고 같이 일하게 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야 사회가 오래 갑니다.”
최성재 원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사업학과를 나와 미국 워싱턴대에서 석사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다.
-노인복지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하고 ROTC 장교로 군대를 다녀온 후 복지기관에서 일했어요. 제 꿈이 유학이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혼 후에야 미국으로 떠날 수 있었어요. 미국 대학원 입학신청을 위한 스터디 플랜을 작성하면서 내 노후의 삶이 어떻게 될까, 노인이 많아지는 사회는 어떻게 될까 등등의 생각을 했었던 것이 계기가 됐어요. 물론 그때는 특별히 노인복지나 고령화 사회에 대한 인식 따위는 없었지요.”
-박사 논문은 어떤 내용이었나.
“‘현대화와 노인의 사회적 통합’이라고 현대화 되는 가정에서 노인이 과거처럼 역할을 잘 하고 존경을 받고 지위를 누리는가 하는 문제를 연구했어요.”
-자료는 어디서 구했나.
“안동군 하회마을에 가서 관찰했어요. 그곳 사람들은 전통적인 가족의식이 비교적 강해 노인의 삶이 가족과 밀착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서울지역도 관찰했지요. 당시 미국 사회학에 ‘노화의 현대화이론’이라는 게 있었어요. 현대화하면 할수록 노인의 지위는 하락한다는 가설이에요.”
-가설이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공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노인의 역할이 약해지거나 없어지는 게 문제다.
“젊은이들이 알아서 노인을 존경하고, 일자리를 포함한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오늘날 그걸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어요.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고 말했듯이 역사적으로 젊은이들은 노인의 말을 잘 안 듣고 어른 대접을 안 해주는 경향이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노인이 젊은이에게 접근해야 합니다. ‘내가 너를 낳고 키웠으니 나를 존경하고 내 노후를 보장하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요즘 세상에 그게 먹히겠어요. 그보다는 열심히 일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젊은이를 이해하려 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현대적 지식을 갖추어야 해요. 그래서 노인 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노인복지정책에 관여했는데.
“제가 맡은 복지 분야의 공약이 많아 아침마다 관련된 신문기사 스크랩이 두툼할 정도였어요. 타 부서는 거의 없는데 말이지요. 이런 사람이 저런 얘기하고, 언론이 또 이런 얘기하고….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기초연금 제도 도입문제가 어려운 과제였고, 이외도 노동현장의 사고, 어린이집도 하루도 쉴 날 없이 문제가 생겨 아주 힘들었던 때로 기억해요(웃음).”
최성재 원장은 인터뷰 끝에 “70여개 민간 기업이 참여해 현장에서 이력서를 받고, 노인인식개선을 위한 공간도 마련된 ‘노일 일자리 한마당’을 경기도 킨텍스에서 6월 30일 개최할 예정이니 많은 어르신들이 동참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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