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까칠한 아저씨의 유쾌한 변신
동네 까칠한 아저씨의 유쾌한 변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5.27 14:07
  • 호수 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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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베라는 남자’

스웨덴 소설 영화화… 아내 잃고 삶 포기하려 한 사내 그려

요새 많이 쓰이는 신조어 중 ‘개저씨’란 말이 있다.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갑질’하는 나이 든 남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 역시 영락없는 ‘개저씨’였다. 그는 자기 멋대로 마을 내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주차, 쓰레기처리 등 자신이 세운 규칙을 내세우며 이웃들을 사사건건 간섭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불쾌지수만 높일 것만 같은 이 남자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난해 국내에서 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 ‘오베라는 남자’가 영화로 돌아왔다. 5월 25일 개봉한 이번 작품은 60대를 목전에 둔 오베가 기상천외한 이웃들과 부딪치며 변화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영화 초반은 오베의 까칠한 성격을 부각하는데 할애한다.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그는 마치 싸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주변에 시비를 건다. 꽃집 점원에서부터 옆집에 새로 이사 온 가족, 공무원, 심지어 길가의 고양이까지 마주치는 모든 것이 그의 적이다.
단 한 사람, 아내 ‘소냐’만은 예외였다. 온통 어둠인 오베의 세상에 단 하나의 빛이었던 소냐는 그의 전부이자 살아가는 이유였다. 이런 소냐가 세상을 떠난 후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오베는 아내의 곁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오베의 까칠함 뒤에 숨겨져 있던 따스함이 조명된다. 자신밖에 모르고 신경질적인 ‘꼰대’인 줄만 알았던 오베는 이웃집 임산부 파르바네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인간미를 드러낸다.
파르바네는 매번 자신에게 퉁명스럽게 구는 오베의 반응에 굴하지 않고 직접 만든 음식을 건네고, 다친 남편을 대신해 자신에게 운전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냉혈한처럼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을 짓던 오베는 결국 파르바네의 두 딸을 대신 돌보면서 소냐를 떠나보낸 후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베는 까칠한 이웃에서 인정 많은 어른으로 바뀌게 된다. 우연히 알게 된 10대 동성애자 남학생이 커밍아웃 후 집에서 쫓겨나자 그를 자신의 집에 묵게 한다. 또한 전신마비를 겪고 있는 옛 친구가 국가에 의해 아내와 떨어져 요양시설로 옮겨질 위기에 처하자 기지를 발휘해 이들을 지켜낸다.
작품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톡톡 튀는 웃음과 감동 코드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중간 중간 과거 회상을 통해 오베의 과거를 설명하며 그가 꼰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 소냐와의 첫 만남 등 에피소드들이 꿈결처럼 달콤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절정의 순간마다 재난처럼 찾아온 불행은 오베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픈 상처가 된다. 그가 공무원이라면 치를 떠는 것도, 자신의 집과 마을에 대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것도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오베가 세월의 풍파 속에서 지켜온 신념은 정당성을 얻고 관객의 감동까지 자아낸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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