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캐기 하루 7만원…건강 좋아지고 용돈벌이도 돼요”
“양파 캐기 하루 7만원…건강 좋아지고 용돈벌이도 돼요”
  • 최종상 경남연합회
  • 승인 2016.05.27 14:14
  • 호수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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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에게 농촌일자리 연결해주는 경남 취업지원센터장의 수기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의 취업률은 100%를 상회한다. 노인인력을 적재적소에 연결시켜주는 센터장들이 흘린 값진 땀의 결과이다. 그 중에서 경남연합회 취업지원센터가 펼치는 농촌인력파견사업이 돋보인다. 최종상 취업센터장 (57·경남 김해시)의 수기를 통해 사업의 내용과 성과, 참여자의 보람 등을 듣는다.

▲ 농촌인력파견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양파 밭에서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5월~6월, 양파 수확에 700여명 투입… 서울·인천서도 참여
경로당서 숙박, 버스로 출·퇴근… 단체 생활하며 친목 도모

경남 창원이 고향인 나는 부산의 국제그룹을 다니다 그만두고 2005년부터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 취업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담당하는 사업이지만 ‘이렇게 좋은 일자리가 또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와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가 동시에 만족을 하기 때문이다. 농어촌인력파견사업 얘기다. 현재 농어촌은 고령화의 골이 깊어 젊은 사람은커녕 60~70대 인력도 구하기 힘들다. 농산물 수확시기가 되면 농장주들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서다. 반면에 도시의 노인 대다수는 할 일이 없어 공원을 배회하거나 모여서 술 마시고 잡담만 하는 실정이다. 두 곳의 문제점을 한방에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이 사업이기 때문에 요즘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남 창원과 합천에는 5월~6월, 마늘·양파 수확에 적어도 1000여명의 일손이 필요하다. 지역에는 그렇게 많은 인력을 구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2014년부터 부산·울산·대구 등 타 도시의 인력을 끌어와 해결해오고 있다. 올해는 700명 내외의 인력이 투입된다.
자격 조건은 만 60세 이상 건강한 남녀로 만성 병력이나 최근 1년 수술 경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근로 조건은 일당 7만원으로 매일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근무 시간은 오전 7시~오후 5시. 서울·인천·강원 등 먼 곳에서 오는 경우 청소년수련원이나 경로당에 숙박 장소를 제공하고 세끼 식사에, 작업현장까지 버스로 출·퇴근을 시켜준다.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경우는 도시락을 싸온다.
이 일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거나 머리를 쓰지 않아도 돼 누구나 빨리 적응하고 숙련이 가능하다. 농촌 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에게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작년에 서울에서 온 한 어르신은 하루 밭에 나가 일해보고는 다음날 아무 얘기도 없이 서울로 올라가버린 일이 있다. 하루 종일 땡볕에 앉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르신들은 새마을운동의 전력이 몸에 밴 탓인지 몰라도 3~4일 후엔 일이 크게 힘들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양파 작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땅에서 양파를 캐내는 일과 그물망에 양파를 담는 일이다. 어르신들에겐 땅에서 캐내는 일을 맡긴다. 망에 담는 작업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 힘이 더 들어 젊은이들의 몫이다.

▲ 최종상 경남연합회 취업지원센터장

밭일을 하다보면 체력 소모가 많이 따른다. 그래서 오전·오후 한 번씩 새참이 제공된다. 땀 흘리며 일하고 먹는 식사만큼 맛있는 반찬이 어디 있을까. 여러 사람이 나무그늘에 둘러 앉아 서로 사는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은 정겹기까지 한다. 작업 중 만의 하나 사고에 대비해 지역농협에서 상해보험도 들어준다. 지금까지는 일하다 갑자기 쓰러지는 큰 사고는 없었다. 비가 오는 날은 작업이 없어 삼삼오오 모여 근처로 관광을 나서기도 한다.
이 사업에 한 번 참여한 이들 중 많은 어르신들이 다시 지원을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청한 김장수 어르신(울산)은 “봄부터 양파 수확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며 “일을 하니까 몸도 건강해지고 시간도 잘 가고 여기서 번 돈으로 손주 책가방을 사주어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농장에 투입되기 전 참여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교육을 할 때마다 나는 이 점을 강조한다.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험한 밭길 걸을 때 조심하시고, 버스로 이동할 때도 조심하시고, 몸에 무리가 느껴지면 꼭 휴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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