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연 신임 대전연합회장 “36년 공무원 생활중 남 도움 많이 받아… 베풀며 아름답게 살고 싶어요”
이철연 신임 대전연합회장 “36년 공무원 생활중 남 도움 많이 받아… 베풀며 아름답게 살고 싶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6.03 15:14
  • 호수 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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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노인복지관 초대관장, 사무처장 등 역임… ‘웰다잉연구소’ 대표
“재벌회장 찾아다니며 180억 신용보증재단 설립자금 얻어낸 것 보람”

이철연(70) 신임 대전연합회장은 등장부터 신선했다. 그는 당선 직후인 5월 초, 대한노인회에 사재 2000만원을 내놓았다(백세시대 520호 보도). 연합회장 가운데 처음이다. 그는 “제가 몸담게 된 조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기부를)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퇴직 공무원들의 모임인 ‘행정동우회’에도 3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36년간 공무원생활을 했다. 지난 5월 말, 대전시 중구 테미로에 위치한 대전연합회에서 만나 운영 계획과 기부 철학을 들었다.

-대전연합회 건물이 무척 크다.
“대전연합회가 대전시립노인복지관과 재가복지센터, 두 곳을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어요. 대지가 3000평이고 건물도 비슷한 규모입니다.”

2006년 10월에 개관한 대전시립노인복지관은 등록된 회원만 무려 7300여명이다. 복지관을 드나드는 인원은 하루 1500여명. 한해 예산이 35억여원이다. 복지관은 각종 취미활동과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재가복지센터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모셔다 맞춤형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돌보는 것과 방문요양 등 두 가지 일을 맡아한다.
-선거는 어땠는가.
“대전연합회 회장 선거가 내부사정으로 두 번 무산되고 지난 5월 2일, 저하고 연합회장 직무대리를 하던 분(90세)하고 둘이 후보로 나섰어요. 아버지뻘 되시는 분과 선거를 치르며 심적 부담을 느꼈지만 대의원 반 이상의 표를 얻는 등 마무리가 잘 됐어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연합회 활동이 조금 뜸한 듯하다.
“그렇지요. 중앙회에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고요. 그래서 더욱 제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우리 연합회의 존재감을 알리는 사업에 역점을 두려고 해요.”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인가.
“전국 규모의 대회를 치르려고 해요. 가령 대통령배 전국게이트볼대회나 건강대축제 같은 큰 행사이지요. 중앙회장을 비롯해 전국의 연합회장을 초청해 우리 연합회의 활동을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고,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되리라 봐요.”
-전국 대회엔 억대의 비용이 든다.
“시로부터 지원을 받아야지요.”
-쉽지 않을 텐데.
“권선택 대전시장이 충남도에서 기획계장일 때 제가 모시며 기획 담당을 했어요. 이번 연합회장 취임식에도 참석해 저를 가리키며 ‘특별한 관계’라고 했어요. 독대를 통해 지원을 끌어내려고 해요(웃음).”
이철연 연합회장은 당시 기획계가 일이 너무 많아 ‘지옥계’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라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보여주었다. 첫마디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막 들어오기 전이라 모든 걸 손으로 써야 해 손가락이 기형적으로 변했다”며 웃었다.

이철연 대전연합회장은 서산 출신으로 충남도청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해 대전직할시준비단 총괄계장, 대전시청 총무계장, 서울사무소장을 거쳐 대전서구청 총무국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20년간 인사를 담당했다. 퇴직 후 대전시립노인복지관 초대 관장으로 부임, 사무실 집기 마련부터 프로그램 진행까지 복지관 운영의 기초를 닦았다. 대전연합회 사무처장(3년)을 지낸 후 쉬었다가 대전연합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거주지인 대전시 서구 관저동 리슈빌아파트 경로당 회장을 지냈다.

-20년 인사 담당이라면 인사에 대한 철학이 생겼을 것 같다.
“도청 재직 시 복도에서 만난 누군가가 저에게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다’고 했어요. 승진이 안 돼 좌절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인사는 중요한 거지요. 우리는 외국의 인사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까지 쓰고 있어요. 저는 소문 따위 안 듣고 객관적 자료만 가지고 일을 했어요. 공직자들의 사기 진작과 인사가 만사라는 원칙을 지켜 나가는 인사행정에 최선을 다 했어요.”
-공무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금도 대전시가 운영하는 신용보증재단의 설립자금을 제가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1997년 현대·삼성·한화·두산·대우 등 재벌회장 사무실과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180억원의 기탁금을 지원받았어요. 그 일로 제가 새로 판을 짜는 일을 잘 한다는 인상을 주었는지 복지관 초대관장을 맡길 사람을 찾을 때 주변에서 저를 지목했다고 해요.”
-오늘날의 복지관으로 정착하기까지 고생이 많았겠다.
“처음엔 500여명의 어르신들이 찾아오면 잘 한 거라고 했는데 웬걸요, 석 달 지나니까 1000명, 2000명씩 몰려오는 겁니다. 한 달 만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어르신들의 요구에 따라 토·일요일도 정상운영을 했어요.”
-토요일은 몰라도 일요일까지는 힘들지 않았나.
“어떤 어르신이 ‘일요일에 노인이 가족들하고 함께 지내는 건 죽을 맛’이라며 일요일도 문을 열어달라고 해요. 그래서 당시 박성효 대전시장에게 전화로 부탁했더니 바로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 주더라고요.”
-언제부터 노인복지에 관심이 있었나.
“서구청 국장 시절 대덕대학에 다니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어요. 퇴직 후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하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그런데 복지관에서 제 뜻을 이뤘어요. 노인복지관을 찾는 분들도 지팡이 짚고, 휠체어 타고 오시니까요.”
-대전의 웰다잉연구소 대표이기도 하다.
“웰다잉의 핵심은 잘 살다가 마무리를 아름답게 하는 겁니다. 5년 전, 제 사후의 시신을 사단법인 생명나눔실천본부에 기증했어요. 한사람의 시신기증이 100~150명에게 도움을 준답니다. 장기에서부터 뼈, 피부에 이르기까지 쓸 거 다 떼어내면 남는 건 조금밖에 없대요. 그걸 화장해 집 베란다 화분에 뿌리라고 가족들에게 사전 유언했어요. 화장한 시신 가루엔 균도 없답니다.”
-대한노인회에 2000만원 기부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나 보다.
“저는 공무원 생활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만 했어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남에게 베풀고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공무원 하면서 재산은 언제 모았나.
“재산이 많지 않아요. 집 한 채 밖에 없어요. 적금 털어서 했어요. 자식들에게도 남겨줄 유산 하나 없어요. 아내에게 ‘내가 먼저 가면 주택연금 신청해 생활하라’고 했어요. 유족연금에 그거 보태면 살만 하거든요.”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하고 싶은 말은.
“중앙회와 연합회가 작은 부분이라도 연동돼 함께 나갔으면 해요. 우리처럼 노인복지관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연합회, 지회가 많이 있는데 복지관 정관에 운영 규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복지관 내의 사사로운 일로 중앙회가 흠집 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이철연 대전연합회장은 인터뷰 끝으로 노인교육에 치중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은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소양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노인자살과 우울증 예방’, ‘유언과 상속 그리고 나눔’ 등을 가르치는 웰 다잉 교육은 결국 인성교육과 소양교육이기도 하다”며 “지금까지 400~500명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웰 다잉 교육을 했고 이들이 경로당을 순회하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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