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효과 큰 숲 해설가, 산불 지킴이… 어르신 일자리로 좋아요”
“힐링 효과 큰 숲 해설가, 산불 지킴이… 어르신 일자리로 좋아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6.10 13:26
  • 호수 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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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농촌 프로 PD하다 39세 군수 도전… 함평군수 때 만든 ‘나비축제’ 전국 축제 효시
실버홍보단, 수의제작, 거리질서 등 어르신 인력 활용… 존재감 가지면 자살 안 해

지난달 어버이날을 앞두고 대한노인회에 푸짐한 선물을 전달한 이가 이석형(58) 산림조합중앙회장이다. 이 회장은 “산림조합과 산양삼협회 가족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작은 정성이지만 어렵게 지내는 어르신들의 건강과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산양삼 1003뿌리(시가 1억여원 상당)를 기증했다. 이석형 회장은 전남 함평군수 시절 ‘함평나비축제’를 처음 기획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숲을 푸르게 가꾸고 산림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의 선봉에 선 이 회장을 만나 산림 분야의 노인 일자리와 노인의 자존감에 대해 들었다.

-늘 바빠 보인다.
“전날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어요. 거기는 지금 우기라 한창 나무를 심을 때입니다. 우리 임업인 단체와 함께 시범조림사업도 보고, 고무나무를 파쇄해 MDF(톱밥과 접착제를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한 목재)를 만드는 공장도 들러보고 생태공원도 가봤어요.”
-산림조합중앙회는 어떤 곳인가.
“산림조합 역사가 54년이 됐어요. 우리나라가 해방 직후에는 민둥산이었지요. 그 민둥산에 산림녹화를 이루어낸 주역이 우리 산림조합입니다. 대한민국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에서 일어나는 산사태나 산불 같은 재난을 막고 복구하는 전문기관이 바로 우리입니다. 임산물과 국산목재 등의 가공유통을 전담하는 기관이지요.”

농협․수협처럼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산림조합은 산주(산을 소유한 이)와 임업인의 안정적 산림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유림 경영지도, 산림자원 조성, 산림경영기반 구축, 임산물 유통, 상호금융, 해외 산림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한다. 전국 142개 산림조합, 210만 산주와 40만 조합원으로 구성됐다.
-국유림과 사유림, 어느 쪽이 더 많은가.
“사유림이 훨씬 많지요. 전체 산림의 68%가 사유림이에요. 지리산에도 사유림이 있어요. 사유림의 효율적 경영은 대한민국 산림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26조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와 있어요.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국민 1인당 약249만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박정희 정부 때 온 국민이 산림녹화에 동원됐다.
“국민도 동참했지만 주축은 산림조합이지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마을마다 산림계가 있었지요. 북한도 산림녹화를 한다고 했지만 땔감으로 써버리니까 그게 잘 안된 겁니다. 우리 산림계가 그걸 이루었고 관리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우리 숲은 어떤가.
“겉으로 보기엔 무성한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쓸모없는 나무들이 많아요. 수종개량 등 숲 가꾸기를 계속 해주어야 해요. 과거엔 빠른 시일 내에 무성한 숲을 만들려고 니기다·오리나무 등을 심었지만 앞으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해요.”
-부가가치가 높은 나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
“산양삼을 대대적으로 식재하고 있어요. 두릅나무·헛개나무·엄나무 등도 좋아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약효와 향이 뛰어납니다. 요즘 남쪽에 황칠나무를 많이 심고 있어요. 나무에서 나오는 노란 황칠이 금값보다 비싸요. 옛날 진시황이 서복이란 사람을 제주도에 보내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했는데 그게 바로 황칠나무라는 겁니다. 가구에 황칠을 입히면 금보다도 색이 좋아요.”
-산림 분야의 노인 일자리를 찾는다면.
“은퇴한 분들은 힐링 효과가 있는 산림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숲 해설가나 산불 지킴이 같은 일을 할 수 있겠지요. 편백나무를 이용한 목가공은 치매예방에도 좋고 용돈벌이도 되니까 적극 권할 만합니다.”
-그간의 업적은.
“산림조합이 수년에 걸쳐 적자였으나 취임하고 1년만인 작년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큰 성과를 거뒀어요. 산림경제는 과거 1차 산업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문화·관광 등과 접목한 6차산업(1·2·3차 산업을 합친 융복합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에요. 산림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임업인들이 목재가공 공장에서 문화를 향유하게 된 것도 큰 변화입니다.”

전남 함평 출신인 이석형 회장은 전남대(농업개발대학원 석사)를 나와 KBS에 입사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교양프로 PD로 있다가 39세 되던 해 함평군수 선거에 당선됐다. 군수(1998 ~2010년) 초임 시절 기획한 ‘함평나비축제’는 ‘2010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최우수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2014년 비조합장 출신 최초로 산림조합중앙회장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임기는 4년이다. 저서로는 ‘시대는 장보고를 부른다’(다봄), ‘세상을 바꾸는 나비효과’(21세기북스) 등이 있다.
-PD에서 군수가 된 배경은.
“스스로 ‘논두렁 PD’라고 자처할 정도로 남들이 관심을 덜 가지는 농촌 프로에 전념했어요.물론 PD도 창조의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지만 남자 나이 마흔 전후가 되면 한번쯤 자신을 중간평가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몸담고 있는 데서 평생 올인 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과감히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 하지 않나 고민했지요. 농업을 전공했으니까 내 고향으로 내려가 농촌에서 열심히 일해 도시의 샐러리맨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자는 마음이었어요.”
-함평나비축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 받는다.
“‘궁즉통’(窮則通·궁하면 통한다)이라고 할까요. 함평은 아무것도 없어요. 국가보물 하나 없고, 천연자원, 관광자원이 없는 3무의 지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블루오션(무경쟁시장) 쪽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어린이 생태학습체험에 맞춰 나비축제를 기획하게 된 겁니다. 콘텐츠의 성공이었지요.”
-함평에 나비가 많았나보다.
“큰 산이 없어서 나비도 없어요. 제주도 서귀포에 가서 나비 23마리를 잡아다가 인공부화 시켜 숫자를 늘렸어요. 누에가 뽕잎을 먹듯이 흰나비는 무․배추․유채를, 노랑나비는 콩과식물을, 호랑나비는 탱자나무 잎을 먹어요.”
-산천어축제 등 유사한 축제가 많다.
“그거 모두 후발주자에요. 나비축제장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미꾸라지·장어잡기 대회가 있어요. 거기서 배워가지고 자기 지역에 맞는 대회를 연 겁니다. 나비축제가 축제공화국의 기폭제가 된 셈입니다.”
-노인의 빈곤률·자살률을 낮추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어르신에게는 존재감을 심어주어야 해요. ‘나이 들었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이 나이에도 여전히 가족과 사회에 기여한다’는 존재감이 필요해요. 제가 군수로 일 할 때 나비축제 ‘실버홍보단’을 만들었어요. 갓 쓰고 도포 입고 봉고차 타고 전국을 돌며 ‘함평에 나비 보러 오라’고 홍보활동을 한 겁니다. 홍보단 어르신들을 만난 울산시장은 점심 대접을 극진히 했고, 외국인들은 같이 사진 찍고 즐거워하기도 했어요. 본인들로서는 전국을 여행하니까 더 좋고요.”

이석형 회장의 노인 일자리 아이디어는 샘솟는 듯했다. 바느질 솜씨가 좋은 여성어르신들이 만든 수의를 장례식장에서 판매해 수익사업으로 발전시켰다. 나비축제장에서 화장실 청소, 거리질서 등을 맡겨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도 했다. 참여 노인들은 소일거리가 생긴 데다 재미도 나고 용돈벌이도 돼 만족했다.
이 회장은 “어르신들이 만족감을 느끼면 자살하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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