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구심점으로 발전한 노인 컴퓨터 동호회
마을의 구심점으로 발전한 노인 컴퓨터 동호회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6.10 13:33
  • 호수 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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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수지 ‘상현컴동호회’
▲ 올해 개설 10주년 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컴동호회’는 단순한 모임을 넘어 마을공동체 문화를 선도하는 동호회로 발전했다. 사진은 이천우 회장(제일 왼쪽)과 회원들이 컴퓨터 작업하는 모습.

인터넷 카페 통해 지역 대소사 논의… 동네 유지들도 가입
상현공원·주차장 등 카페토론 통해 만들어… 컴퓨터교육도 주도
이천우 회장 “주민이 주도하는 정보화 마을 계속 발전시킬 것”

단순한 모임을 넘어 마을공동체 문화를 선도하는 고령자 컴퓨터 동호회가 있다. 자체 개설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주민센터, 주민자치위원회, 동네 소모임 등을 한데 모으는 구심적 역할을 해낸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컴동호회’(상현동 컴퓨터 동호회)의 이야기다.
이천우(80) 상현컴동호회 회장은 “마을이 발전하려면 마을공동체가 따로 놀아선 안된다”며 “우리 주민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소모임은 물론 동네 대소사에 관한 의견들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7년 전 상현2동주민센터 부근에 들어선 상현공원, 주차장 등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설립됐다. 카페에 해당 사항에 대한 공지를 올린 뒤 주민들끼리 토론을 벌여 의견을 수렴했다. 동호회에 지역유지들이 대거 가입해 가능한 일이다.
상현2동주민자치위원회 민충식 위원장도 회원이다. 동호회 창립멤버인 그는 “고령자들의 컴퓨터 연습용 카페가 이렇게 발전할 줄은 몰랐다”며 흐뭇해했다.
2000년대 초반 용인시는 ‘정보화 도시’를 모토로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 교육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상현동도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컴퓨터 교육이 시작됐다.
하지만 수강생들의 교육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컴퓨터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아닌 엑셀, 파워포인트 등 심화단계의 교육이 진행됐기 때문. 특히 수강생 중 대부분을 차지하던 고령자들은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주민자치위원회는 이천우 회장에게 고령자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국가보훈처 기획관리실장, 한국보훈복지공단 부사장 등 요직을 역임했던 이력이 있다.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능력을 갖췄고, 사람들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어 제격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렇게 2004년 시작된 교육은 2년간 진행됐다. 이후 이천우 회장은 2006년 인터넷 카페 ‘상현컴동호회’를 만들어 수강생들에게 과제를 부여해 실습을 하도록 했다.
30~40명의 회원들은 카페에 사진도 올리고 서로 정보로 교환했다. 별도 모임 장소가 없던 당시엔 인터넷 카페가 좋은 소통공간이 됐다. 또 친목도모를 위해 동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산악회 소모임 ‘소현산우회’도 조직, 카페에 활동자료를 올리기도 했다. 이를 기점으로 카페는 입소문을 탔다.
당시의 용인시는 도시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로, 전입자들이 계속 늘며 상현동이 상현1동과 2동으로 분리되기도 했다. 전입자들 대부분은 은퇴 후 노후를 즐기러 이주한 이들로, 그들만의 등산·여행 등 모임을 결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임들이 공지사항을 알릴 수단이 마땅찮았다. 이때 상현컴동호회 회원들 중 산악회모임을 갖던 이들이 공지사항을 카페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후 다른 모임들도 앞 다퉈 카페로 들어왔고, 10년 간 등산방을 비롯해 올레길 걷기방, 주민자치센터 공지방, 문인들의 활동방, 탁구동호회 등 체육활동방 등이 개설됐다.
그간 회원 수도 크게 늘었다. 현재 카페의 총 회원은 1194명, 하루 평균 방문자는 300여명 이상이다. 누적 방문수는 100만 건에 달한다. 회원수 100만명이 넘는 대형 인터넷 카페들에 비하면 적은 규모지만, ‘유령회원’(가입하고 활동하지 않는 회원) 없이 모두가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동호회 회원 중 최고령인 우재민(90) 어르신은 비록 카페에 자료를 올리지는 못하나, 스마트폰으로 산행 공지를 직접 확인하고 꼭 모임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인다.
다른 모임들의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컴퓨터 활동은 꾸준히 이어가며 동호회의 정체성을 지켜나간다. 매주 금요일 오후 3~6시, 15~16여명의 회원들이 상현2동주민센터에 모인다. 컴퓨터에 익숙한 이들이라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단 정보 교환 목적이 더 크다.
이천우 회장은 이들과 함께 ‘주민이 주도하는 정보화 마을’을 꿈꾼다. 그러려면 우선 ‘컴맹’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실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 주관 교육들은 컴퓨터 초보자들이 따라잡기엔 벅찬 경우가 많다. 이런 노선을 걷다 결국 강좌 자체가 폐지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상현2동주민센터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오히려 5개로 강좌가 늘었다. 상현컴동호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초보자를 위한 교육을 권고한 덕분이다.
올해 3월 동호회에 가입한 김인순(62·여)씨는 최근 평생 처음으로 노트북을 하나 장만했다. 그는 “교직에서 은퇴하고 컴퓨터를 배우려 했는데, 다른 곳은 이론만 너무 강조해 배우기 쉽지 않았다”며 “이 동호회를 통해 기초부터 배울 수 있어 요즘 컴퓨터 공부에 푹 빠졌다”고 밝혔다.
이천우 회장은 “우리 카페가 건전한 여가생활을 원하는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존재감 높은 마을공동체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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