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병사의
투구 쓴 모습 같다가
얄리얄리 얄라셩
애들의 종이접기로
꽃이 피네
세모지게 만든 베 조각의
고깔 쓴 여승
타불 타불
목어냐
목탁이냐
개감수
저 염주
시·김창진 전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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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감수는 이른 봄에 움이 돋을 때 줄기나 잎이 모두 적갈색을 띠고 있지만 꽃을 피울 무렵에는 녹색으로 변해 있다. 대극과(科)의 식물답게 꽃차례나 개개의 꽃이 매우 별나게 생긴 편이므로 개화 및 결실까지의 변화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꽃의 생김새에 대한 일반의 통념에서 한참 벗어나는 개감수 꽃을 보고도 시인의 감수성은 어김없이 자극을 받은 듯, 자유로운 시상이 발랄하게 시공(時空)을 오간다. 로마 병사의 투구와 비구니의 고깔을 떠올리는가 했더니 이내 목어(木魚)와 목탁 치는 소리까지 상상하게 한다. 그 과정에 들려주는 고려가요 후렴과 염불 소리는 추임새쯤 될 수도 있겠다.
사진·글=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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