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전문성·경력 위주로 다시 짜야
국회 상임위, 전문성·경력 위주로 다시 짜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6.24 11:22
  • 호수 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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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상임위 활동 없는 이가 상임위원장 직 맡기도

“우리 사회의 갈등과 국론분열을 극복하려면 정치가 잘 돼야 한다.”
국가가 극도로 혼란·불안하고 국제사회에서도 제 구실을 못할 때 국민은 정치를 잘 못해서라며 정치인을 탓한다. 맞는 말이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이 바닥이면 국가는 부정·부패, 후퇴의 길을 걷는다. 정치가 엉망이라는 말은 바로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뜻이고 이는 바로 국회의 상임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국회 상임위원회.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행정부 각 부처 소관에 따라 국회 내에 구성돼 소관 부처 안건을 미리 심사하는 18개의 상임위 활동은 국정 활동의 핵심이다. 우리 국회의 경우 미국을 본떠 본회의 중심주의를 지양하고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은 상임위 심사·의결을 거쳐야만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는 절차를 거친다. 상임위가 법안의 관문인 셈이다.
대한노인회 임원들은 노인교육원, 노인복지청 설립 등 숙원사업의 실현을 위해 종종 국회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비롯 해당 상임위를 찾았고 그 자리엔 여야 간사들이 참석해 노인회 측의 협조 요청에 진지하게 답변을 해주곤 했다.
상임위는 높은 전문성과 오랜 경력을 요구한다. 이것과 무관한 의원들이 앉아 국정을 논한다면 엉뚱하거나 빗나간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국민의 삶은 비참해진다. 그런데 20대 국회 상임위가 조직부터 비합리적으로 짜여져 나라의 미래가 벌써부터 암울하다. 선수(選數)는 물론이고 지역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박근혜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윤상직 의원은 20대 국회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에 배치됐다. 자신의 전문성과 전혀 다른 곳이다. 윤 의원은 “산업현장의 변화를 잘 아는 만큼 정무위에서 그 내용을 구조조정 정책에 반영하고 싶었는데 (원내지부도부)가 지역을 안배하다 보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로 가라더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 시절 농해수위 쪽과 다른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 피하려다 법사위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독성분야 연구에 매달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르기까지 26년간 한 분야에서 일했던 새누리당 김승희(비례대표)의원은 “보건의료와 과학기술 쪽 전문가여서 의원이 되면 보건의료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싶었다”며 “보건복지위를 지망했지만 초선비례여서인지 성사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희망과 관계없이 국방위에 속하게 됐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비례대표) 의원은 “국회가 원래 그런 곳 아니냐”며 씁쓸해 했다.
국회외교통일위원회는 여야 중진의원들이 밀집한 상임위다. 상대적으로 편한 곳이란 소문답게 선수가 높은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20대 국회 외통위는 최다선인 새누리당 서청원(8선), 새누리당 김무성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이석현(이상 6선), 새누리당 원유철 이주영 더민주 박병석 원혜영(이상 6선)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총선 전에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해 ‘죽여 버려’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탈당 후 복당한 윤상현 의원도 외통위에 배정됐다. 과연 이들이 강대국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는 우리나라의 외교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나갈지, 통일에 관해서는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상임위원장직은 중진 의원들의 자리차지하기 경쟁 여파로 해당 상임위에서 활동한 적이 없어도 위원장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더민주 문명학 교육연수국장이 17~19대 국회 상임위원장을 조사한 결과 해당 상임위 활동 경험이 있는 비율은 새누리당이 35.7%, 더민주가 31.4%에 불과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정치인들이 정신 차리고 잘 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의 엉터리 ‘반 편성’에 나라의 행복한 미래는 없다. 지금이라도 국회 상임위는 전문성과 경력을 기준으로 다시 ‘헤쳐 모여’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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