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행 앞둔 ‘맞춤형 보육’ 파열음… 강행보다 부모‧어린이집 설득이 우선
7월 시행 앞둔 ‘맞춤형 보육’ 파열음… 강행보다 부모‧어린이집 설득이 우선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6.24 11:28
  • 호수 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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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을 둘러싸고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회원 1만4000여 곳을 보유한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이 이틀간 집단 휴원을 강행한 것은 물론, 뚜렷한 정책 지향 없이 어린이집 반발을 의식하는 정치권으로 인해 혼선이 커지고 있어서다.
맞춤형 보육은 다양한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12시간의 종일반 보육을 지원하고, 적정 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약 7시간의 맞춤반 보육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현재는 0~2세(48개월 미만) 미만 아이라면 누구나 자격 제한 없이 하루 12시간(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 동안 어린이집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 별도의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전업주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하루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만 무상으로 맡길 수 있는 맞춤반을 이용해야 한다. 단, 맞춤반에는 추가로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가 지원된다.
긴급보육바우처는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정해진 시간 내에 무상으로 보육 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서비스로, 월 15시간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며 남은 시간은 다음 달로 이월된다. 종일반을 운영하는 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 사이에 쓸 수 있으며,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의 제한은 없다. 오후 7시30분부터 자정까지 시간 연장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라면 그 시간에도 바우처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전업주부에 대한 차별로 비춰지면서 맞벌이 주부와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학부모 간 편 가르기 양상은 정책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며 결국 정책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정부는 전업주부라도 종일반을 이용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자격기준을 완화하는 예외조항을 두었다.
즉, 아이를 돌보는 이가 구직중이거나 질병‧장애 등으로 가족 돌봄이 필요한 경우, 임신 중이거나 다자녀 가구(3명 이상) 등은 종일반 이용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다자녀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지자 기준을 2자녀로 일부 완화하되 쌍둥이나 연년생에 한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접근도 매한가지다.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은 종일반을 이용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전업주부들 사이에서 ‘위장 취업’을 해야 할 판이라는 씁쓸한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의 반발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맞춤반 아동에 대한 정부 지원금(0세 기준 월 66만원)이 종일반의 80% 수준에 그쳐 어린이집 운영난을 가중시키고 보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맞춤반을 운영하더라도 종일반 또한 운영되는 상황에서 달라지는 게 없는데 지원금이 줄면 보육교사의 임금이 줄고 보육 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어린이집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이다. 현재 어린이집 단체는 대규모 집회를 갖고 맞춤형 보육의 개선과 시행 연기, 철회 등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6월 23~24일에는 집단 휴원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현행법상 어린이집은 원장이 임의대로 폐쇄하거나 운영을 금지할 수 없어 가동률을 10~20%로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13년 정치권이 부모의 취업 여부나 소득 수준을 따지지 않고 무상 보육을 결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고 인식하게 한 것이다. 작금의 보육정책 혼란은 결과적으로 정치권이 부추긴 셈이다. 그런데도 20대 국회는 보건복지위원회 첫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맞춤형 보육의 시행 시기를 놓고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여당과 유보 및 재검토를 요구하는 야당 간에 설전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육정책이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은 이미 공염불이 된 지 오래다. 좋은 정책도 현실과 동떨어져서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무상복지는 한 번 시행하면 줄이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우선 어린이집과 전업 주부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보육료 인상과 보육 시간의 탄력적 운영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어린이집 측도 운영난이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점이 없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역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깊이 논의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정에 얽매여 밀어붙이다가는 혼란만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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