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는 사이 여성노인 노린 성범죄 급증
‘쉬쉬’하는 사이 여성노인 노린 성범죄 급증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6.24 13:55
  • 호수 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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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군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최근 여성 노인들을 노린 성범죄도 급증해 여성 어르신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성교육에 참여해 성범죄에 대해 배우는 어르신들.

60세 이상 여성 대상 성범죄 3년 새 37.8% 늘어… 집·시설 등서 발생
혼자 있을 때 남성 방문 경계를… 신체접촉 시 거부의사 확실히 밝혀야

신안군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21일, 충북 증평의 한 시골 마을에서 50대 남성이 혼자 살던 80대 여성을 살해하고 방으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엔 서울에 사는 50대 남성이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여성을 때려 돈을 가로챈 뒤 유사강간한 혐의로 기소돼 충격을 줬다.
이처럼 최근 집, 시설 등에서 여성 노인들을 노린 추행·희롱·강간 등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여성 노인들은 신체적으로 약하고, 노인을 ‘무성’(無性)적 존재로 보는 사회적 인식 탓에 신고를 꺼려해 성범죄자들의 표적이 된다.
범죄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 범죄통계에 따르면 60세가 넘은 여성을 상대로 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2011년 304건에서 2014년 419건으로 37.8% 늘었다.
특히 여성 독거노인들은 홀로 고립된 채 사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입어도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다. 외지에 홀로 사는 경우 더욱 그렇다. 또한 만약 피해를 입고 고소한다고 해도 여성 노인들의 증거수집 능력이나 표현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구제되거나 치유받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선 여성 노인들이 자신도 성범죄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기도 가정여성연구원 관계자는 “혼자 사는 고령 여성을 노린 성범죄의 가해자는 아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친한 사이라도 이성이 밤늦은 시간 자신의 집에 드나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엔 나이가 어린 이들에게 피해를 입는 일도 많으므로 되도록 홀로 외출하는 것을 삼가고,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엔 휴대용 경보기 등을 지닐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는 경우, 피해자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요양원 성범죄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경기 포천시의 한 요양원 사회복지사 A씨(48)는 입소자 B씨(61·여)를 2012년 7월부터 8개월 넘게 매주 1~2회 가량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 주로 피해자가 약에 취해 움직이기 힘든 상태에서 성폭행이 벌어졌다. 뇌수술을 받아 거동도 불편했던 B씨가 다른 여직원에게 고통을 털어놓고 나서야 수사가 시작됐다.
가족 없이 기초생활수급비만 받아 생활하던 B씨는 “이 사실이 알려지면 요양원에서 쫓겨날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 초기에 강한 거부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을 잡는 등의 가벼운 신체접촉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지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성적인 내용이 담긴 농담도 상대방이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면 성희롱이 된다. A씨는 경찰 수사당시 B씨가 별다른 저항이나 신고를 하지 않은 점을 들며 “서로 좋아 한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복희 노인성교육 전문강사는 “간혹 고령자들끼리의 모임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강제적으로 술을 따르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추행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면, 바로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는 게 좋다. 이때 몸을 씻지 말고,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 가면 경찰의 수사에 도움이 된다.
수치심 등 여러 사정으로 관련기관 내방이 어려운 경우 ‘여성긴급상담전화’(전화 1366)나 ‘학교·여성폭력피해자 등 긴급지원센터’(전화 117)등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까운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보호계에 상담을 요청한다.
이에 앞서 피해 당시 입고 있던 옷가지 등 증거물은 종이봉투에 보관하고, 가해자의 신체적 특징이나 가해자에 대해 기억나는 모든 것을 상세히 메모해두는 것이 좋다.
이복희 강사는 “여성 성범죄 피해자들이 신고를 기피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범죄 건수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난 것처럼 노인 성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며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형량을 기존보다 늘리는 등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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