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문화공간으로’ 컨테이너 박스의 놀라운 변신
‘이색 문화공간으로’ 컨테이너 박스의 놀라운 변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6.24 13:58
  • 호수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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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컨테이너로 만든 이색 문화공간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서울 ‘커먼그라운드’, ‘언더스탠드에비뉴’, ‘플랫폼창동61’ 등이 독자적인 콘텐츠로 무장해 방문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찾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건대 입구 ‘커먼그라운드’ 국내 최초 컨테이너 쇼핑몰… 연 관람객 300만명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 7개 테마 공간 구성… 창업‧취미 프로그램 등 운영
창동역 ‘플랫폼창동61’ 공연장‧스튜디오로 꾸며 음악 전문 문화 공간 조성

컨테이너란 화물 수송에 주로 쓰는 쇠로 만들어진 큰 상자를 말하는데 짐을 꾸리기 편하고 운반이 쉽고 화물을 보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많이 사용된다. 지난 6월 21일, 분당선 서울숲역 3번 출구를 나오자 마치 선착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서울숲역과 서울숲 사이를 잇는 200여미터의 길에 빨강, 노랑 등 형형색색으로 물든 컨테이너 100여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서울숲 옆 컨테이너들은 기존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청년사업가가 만든 소품을 판매하는 매장, 드론 날리기, 비누‧주얼리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장으로 운영됐다. 단순한 화물을 실은 상자가 아닌 전시‧공연‧교육 등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화물운반의 상징인 컨테이너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광진구 커먼그라운드를 필두로 ‘언더스탠드에비뉴’, ‘플랫폼창동61’ 등이 올해 새롭게 이 대열에 합류했다.
컨테이너 문화공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영국의 박스파크, 뉴질랜드의 리스타트, 미국 라스베가스의 컨테이너 파크 등은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컨테이너를 활용함으로써 단기간 개발이 어려운 부지에 유동적으로 맞춤 건축이 가능하고 일반 건축물보다 비용도 20~30% 저렴하다는 점, 건축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서울 외 타지역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 떠오르는 컨테이너 문화공간을 모았다.

◇커먼그라운드
서울 광진구 7호선 건대입구역 6번 출구 앞은 2014년까지 30여년간 택시차고지로 사용됐다. 유동인구가 유독 많은 다른 출구와는 달리 이곳만큼은 상대적으로 한산해 ‘죽은 상권’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컨테이너 쇼핑몰인 ‘커먼그라운드’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0여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커먼그라운드는 현재 건대입구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개장 1년 만에 방문객수 300만명을 돌파했고 매출액도 220억원에 달한다. 식당과 옷가게 등이 들어선 쇼핑몰이지만 중앙광장과 건물 3층에 각종 전시와 문화 행사를 열면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커먼그라운드 1층 마켓홀로 들어서자 배관파이프에 색을 입힌 독특한 내부 구조가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배관파이프를 따라 시선을 내부로 돌리면 향초, 스카프, 에코백, 시계, 액세서리, 문구 등 패션잡화와 남‧여성복 매장이 죽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이중 남성복 매장은 인기 영화 캐릭터와 스크린 영상, DJ부스로 고객들의 발길을 잡았고 여성복 매장은 백화점과 차별화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초보 청년사업가와 경험이 적은 신진 디자이너의 매장이 약 70%를 차지하면서 공익적인 성격도 갖췄다.
가장 붐빈 곳은 3층에 위치한 오픈 레스토랑이다. 유명 프렌차이즈 식당 대신 서울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등 각 지역에서 입소문 난 식당들이 입점해 있는데 확 트인 전망과 함께 각종 공연과 전시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
“컨테이너가 이렇게 예쁠 수 있나요.”
친구들과 오랜만에 서울숲 나들이를 나선 임경옥(여‧69) 씨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한참동안 언더스탠드에비뉴 곳곳을 둘러봤다. 유명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특별 전시가 진행 중인 ‘아트스탠드’에 들러 편안한 쇼파에 앉아 음악을 듣고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보냈다. 임 씨는 “다음에 또 한 번 들러보고 싶다”며 서울숲으로 발길을 옮겼다.
임 씨를 사로잡은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낮은(Under) 자세로 서로를 이해(Understand)하고 자립(Stand)을 돕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끼와 잠재능력을 발굴하고 자립을 돕는 혁신적 창조공간인 동시에 사회활동가, 예술가는 물론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커먼그라운드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7개의 테마를 내세워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커피전문점과 음식점으로 구성된 ‘맘스탠드’에선 다문화·한부모가정 여성을, 네일아트와 애견숍이 포함된 ‘유스스탠드’에선 사회에서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웹디자인, 가죽공예, 바리스타, 게임 개발등의 직업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완성품은 ‘소셜스탠드’에 자리잡은 워크샵(Walkshop)에서 판매한다. ‘가벼운 산책을 하듯 즐기는 가게’란 뜻으로 사회적 기업, 청년벤처, 예술가들의 제품과 활동을 소개하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판매 수익 일부는 다른 사회공헌 사업에 기부한다.

◇플랫폼창동61
서울 도봉구 1호선 창동역 1번 출구 주변엔 포장마차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일부 시민들은 흉물로 여겨 철거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인근에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플랫폼창동61은 지난 5월 바로 이곳에 문을 열면서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나섰다.
플랫폼창동61은 총 61개의 컨테이너로 이뤄졌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의 알록달록한 색으로 구성된 컨테이너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컨테이너별로 역할도 다르다. 빨강 컨테이너는 공연장을 비롯해 입주 뮤지션들의 스튜디오와 녹음실, 합주실 등이 들어선 문화예술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는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인 신대철을 비롯한 신구 음악인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초록과 노랑 컨테이너는 패션 스튜디오와 포토 갤러리, 레스토랑과 쿠킹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컨테이너들은 종횡으로 연결돼 있다. 포토 갤러리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채 열 발자국도 걷지 않는다. 마치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다. 가장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곳은 단연 빨강 컨테이너의 공연장이다. 2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말에는 만원사례를 기록할 정도.
젊은 사람들을 위해 만든 장소 같지만 실제로는 고령자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역주민 이은숙(여‧60) 씨는 “손녀가 와도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같이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동네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평했다. 또 다른 주민 정기봉(63) 씨도 “가족들과 가볍게 식사도 하며 색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어 자주 찾을 예정”이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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