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시 충남 부여군지회장 “어려운 이웃 돕고 사는 나눔의 삶… 이제야 철들었나 봐요”
민병시 충남 부여군지회장 “어려운 이웃 돕고 사는 나눔의 삶… 이제야 철들었나 봐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7.01 11:45
  • 호수 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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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500만원 쌀 구입해 부여군수에게 전달 “늘 지원만 받아 고마워서”
수박 비닐하우스 한두 동은 이웃과 나눠 먹어… 중앙회, 연합회에도 전달

대한노인회 지회들은 시·군·구로부터 지원을 받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민병시(82) 충남 부여군지회장은 작년 12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이용우 부여군수에게 쌀 250포(10kg짜리)를 기탁했다. 민 지회장은 “군에 늘 달라기만 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고 이 나이 먹도록 남을 돕지 않고 사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고 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민 지회장은 이밖에도 수박농사를 지어 이웃들과 나눠 먹는 나눔과 베풂의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충남 부여읍에 위치한 부여군지회장실에서 만나 지회 운영과 봉사의 삶을 들었다.

-쌀 기탁 모습이 신선해보였다.
“큰돈(500만원)도 아니고 밖으로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는데 우리 사무국장(조희균)이 얘기하는 바람에…부끄럽지요.”
-군수가 뭐라고 하던가.
“처음엔 경로당 회장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가져온 줄 알더라고요. 군청에 신세만 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연말에 어려운 이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거지요.”
-평소 수박도 나눠먹는다고.
“제가 40여년째 수박농사를 지어요. 많을 때는 비닐하우스 50~60개 동을 했지만 요즘은 8개동만 해요. 한 동에 대략 500통의 수박을 수확해요. 전량 수매하러오는 이들에게 한두 동을 남겨두라고 합니다. 그것으로 친지들과 나눠먹고 서울 올라가는 직원 승용차편에 몇 통 실어 보내 연합회와 중앙회에 전달하기도 해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옛말에 ‘원두막생활 3년에 조문객 다 떨어진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인색하다보니 인심을 잃는다는 뜻이에요. 그러지 않기 위해 남들과 나누며 지내왔어요. 사무실에서 갈증 날 때 드시라고 조금 나누는 것뿐이에요. 부끄럽지요.”
-농사는 언제 짓나.
“새벽에 밭에 나가거나 지회 업무 끝나고 나가기도 해요. 남들은 건강을 위해 등산도 하고 운동도 한다지만 저는 일하는 자체가 운동인 셈이지요. 농사일을 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건강해요. 당뇨병·고혈압도 없어요.”
-수박 얘기가 나온 김에 좋은 수박 고르는 법을 소개해 달라.
“표면의 줄무늬가 선명하고 손으로 두들겼을 때 맑고 가벼운 소리가 나는 게 좋아요. 꼭지가 메말라있으면 오래 된 거예요. 마트에서 생산지 라벨이 붙어 있는 수박을 사먹으면 됩니다.”
-부여는 어떤 도시인가.
“큰 회사나 제조공장이 없어 인구가 계속 줄어요. 20만명이었다가 현재는 7만1000명이에요.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는 역사의 도시답게 축제가 많아요. 당장 7월에 ‘사비야행’(7월 2~3일)과 ‘서동연꽃축제’(7월 8~17일) 등이 있어요. 작년 7월에 부소산성·정림사지·능산리고분군·나성 등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관광객도 부쩍 늘었어요.”
-부여군지회를 소개해 달라.
“노인인구가 2만명이고 회원은 약 1만7000명이에요. 공무원·군인·교사 출신들이 많아요. 경로당이 457개, 분회가 16개가 있어요. 충남연합회 지회 가운데 경로당 수가 네 번째로 많아요. 100세 이상 어르신이 약 40명이고 그 가운데 110세가 11명입니다. 통계는 안냈지만 독거노인이 많은 편이에요.”
-회원들의 삶은 어떤가.
“중앙회에서 하는 노인재능나눔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요. 작년에 750명, 올해 500명이 활동해요. 참여 인원이 전국에서 상위권일 겁니다. 거기에 문화재지킴이·초등학교급식도우미 등을 합쳐 총 1000여명이 열심히 땀을 흘립니다.”
-그밖에 활성화 된 분야라면.
“노인대학이 충청도에서 두세 번째로 규모가 커요. 부여읍에 270여명, 홍산에 150여명, 임천에 110여명 됩니다. 절반이 10년 이상 다녀 노인대학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 지난해 12월, 민병시 부여군지회장(오른쪽)이 이용우 부여군수에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쌀을 기탁하고 있다.

부여 출신의 민 지회장은 처음부터 농업에 뜻을 두었다. 과거 대농 소리를 들었던 집안이었지만 그가 고교를 졸업할 당시엔 가세가 기울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로 집안을 일으키려고 했던 것이다. 1973년 부여농협 출발 당시 초대 참사(전무)로 들어가 조합장까지 지냈다. 한때 3만평을 경작하는 등 ‘연소득 1억대 농부’란 말을 듣기도 했다. 현재 8000평에 과채류농사를 짓고 있다.

-대한노인회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8년 전 우리 부락(중정리)의 경로당 회장을 3년 했어요. 분회장을 거쳐 2년 전 지회장에 당선됐지요.”
-그간의 업적이라면.
“군에서 노인전용회관을 지어주었지만 처음엔 노인회가 활성화가 안 돼 새마을지회, 바르게살기운동 등이 들어오면서 지회장 사무실도 지금의 반밖에 안됐고, 노인회는 한켠으로 밀려나 있었어요. 제가 와서 지회장실도 넓혔고 사무실도 2층 전체를 쓰도록 했지요. 지금 새로 노인회관을 근처(규암면)에 짓고 있는데 올해 안에 완공되면 그리로 이사할 겁니다. 그리고 사업의 부대비용을 절감해 분회장들에게 수당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군에선 노인회에 협조적인가.
“잘해줍니다. 부여군수의 부친이 저하고 동갑나기로 잘 아는 사이지요. 군수가 지회 행사마다 참석하고 우리도 군 행사의 초청에 빠지지 않아요. 부여군의 재정자립도에 비추어 보면 최선의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앞으로 계획이라면.
“전임 지회장들보다 훌륭하다는 소리는 못들어도 그보다 못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젊었을 적에는 봉사를 모르고 살았어요. 그저 배추농사 져서 김장철에 나눠 먹고 하는 정도였어요. 이제 철이 들었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먹고사는 건 궁하지 않아 앞으로는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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