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이웃과 친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이웃과 친해야
  • 한혜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6.07.08 11:16
  • 호수 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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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보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을 방해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로 이뤄진 영화다. 40년 동안 한 집에서 살고, 한 치도 틀리지 않는 똑같은 일과를 보내고, 30년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한 59세 남자 오베. 그는 ‘이제 좀 쉴 때도 되지 않았냐’는 젊은 관리자의 말 한 마디를 끝으로 직장에서 쫓겨난다.
반 년 전 아내와도 사별한 터에 이제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고리를 천장에 박고 자살하려고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자살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귀찮게 하는 이웃들 때문이다.
오베의 건너편 집에 그가 딱 싫어하는 타입의 인간들이 이사를 왔는데, 그들은 오베가 자살을 기도할 때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방해를 한다. 수시로 찾아와 자질구레한 일상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아무리 물리치고 거절해도 포기하지 않고 도움을 청하는 이웃 때문에 그는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다.
그뿐인가. 하필이면 철도에 뛰어내리려는 순간 다른 청년이 먼저 뛰어 내리는 바람에 그 청년을 구해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고지식한 투덜맨 오베는 결국 자살하려던 계획을 포기한다. 그리곤 끊임없이 투덜대면서도 자신보다 약자인 이웃을 도와주는 역할에 몰두하게 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인간한테 이웃과 마을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달았다. 그뿐인가. 마을공동체는 ‘장수’도 불러온다. 마을공동체가 장수를 불러온다는 걸 보여준 가장 유명한 연구는 ‘로제토 마을’에 대한 연구이다.
로제토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위해 미국 펜실베니아 근처로 이사와 살게 되면서 만들어진 마을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마을이 유명해진 건 1950년대 후반 “로제토 지역에 사는 65세 미만 사람 중에는 심장마비 환자가 거의 없다”라는 얘기가 퍼지면서부터였다.
미국 의사들은 이들의 건강 비결을 알기 위해 로제토 사람 모두를 테스트하는 대규모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55세 이하 사람 중에는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65세 이상의 심장마비 사망률도 미국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고, 사망률 자체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부터 로제토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신체적 건강의 조건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그것은 식단도 유전적 요소도 아니었다. 로제토 사람들은 지방을 많이 섭취했고, 담배를 피웠으며, 비만한 사람도 많았고,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유전인자를 타고 태어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제토 사람들이 그토록 건강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방식이었다. 즉, 이들은 이웃끼리 서로의 집을 방문하고,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 먹었다. 이 마을에는 한 지붕 아래 3대가 모여 사는 집이 꽤 많았고, 나이 든 사람들이 존경을 받았다. 인구 2000명의 조그만 마을이지만 주민 모임이 22개나 있었고, 이들 공동체가 가진 평등주의적 정서가 부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거들먹거리지 못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영화 ‘오베라는 남자’, 그리고 로제토 마을에 관한 이야기는 이웃과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오래 살고 싶다면, 아니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이웃과 어떻게 사이좋게 지낼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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