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회원들, 지역 역사문화·예절 강사로 활약
경로당 회원들, 지역 역사문화·예절 강사로 활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7.15 10:49
  • 호수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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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구‧제주 등 경로당 개방해 아이들 가르쳐

서울 노원구 중계5단지경로당은 지난 6월 30일 노원구의 ‘역사박물관’으로 변신했다. 경로당 내부에 노원구 탄생 설화를 담은 동화와 현재와 과거의 사진을 비교할 수 있는 사진을 전시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한 것이다. 지난 7월 7일 이곳에서는 관내 어린이집 원생들을 대상으로 역사 강의가 진행됐다. 이날 강의에 나선 안병순(78), 최순단(77), 김은숙(75), 정옥희(75) 강사는 타 강사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마치 친정집에 온 것 마냥 편안해 보였던 것. 이들은 바로 경로당 회원 중에서 선발된 강사들이었다.

▲ 최근 서울을 비롯해 대구, 제주 등서 경로당 회원들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강사로 변신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중계5단지경로당 회원들이 관내 어린이집 원생들과 부채를 만들며 지역 역사 강의를 하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서울 노원구 중계5단지 경로당, 역사박물관으로 꾸며 강의 진행
대구연합회, 경로당 30곳과 초등학교 결연 맺어 예절교육해 호평

최근 서울을 비롯해 대구, 제주 등에서 경로당 회원들이 일정 교육을 받고 지역주민들과 타 회원들을 위해 강사로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먼저 서울 노원구 중계5단지아파트경로당 회원들은 지역 역사를 소개하는 역사 강사로 변신해 화제다. 노원구에서 추진하는 개방형 경로당의 하나로 이곳 경로당을 일종의 역사박물관으로 꾸미고 매달 두 차례 관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을 초청해 노원구 역사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회원 중 일부를 선발해 강사로 내세운 것이다.
노원구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노원노인종합복지관은 6월 한 달간 네 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했다.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던 이들은 생전 처음으로 동화구연을 연습하고 노원의 역사와 상징물의 의미를 외워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연습을 했다.
이날 강의에서 김은숙 강사가 동화구연을, 안병순, 최순단, 김은숙 강사는 노원구의 상징물(휘장, 앰블럼, 슬로건 등)을 부채로 만드는 역할을 맡아 강의를 진행했다. 40여년간 유치원을 운영했던 경험을 가진 김은숙 강사는 불암산이 노원구 지역에 자리잡게 된 설화를 막힘없이 아이들에게 구연했다. 그의 몸짓 하나 하나에 아이들은 열띤 호응을 나타냈다. 이어 진행된 부채 만들기에서도 안병순, 최순단, 김은숙 강사의 노련한 진행으로 아이들은 노원의 상징물로 장식된 부채를 하나씩 기념품으로 갖게 됐다.
안병순 강사는 “강의 내용을 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처음에는 떨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용기를 얻었고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노원의 역사 교육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강의 신청이 쇄도했고 올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다. 또한 지역 역사를 몰랐던 주민들이 수시로 경로당을 방문해 노인들의 사랑방에서 지역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전찬영 중계5단지경로당 회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교육 프로그램을 보완해 주민들이 지역의 역사를 알고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연합회가 대구시 교육청과 손잡고 추진하는 1교 1경로당 사업도 마찬가지로 경로당과 초등학교를 연결해 1‧3세대 교육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동구와 수성구 지역 13개 경로당과 인근 초등학교 13곳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사업은 1‧3세대 소통과 인성교육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돼 올해는 30개로 대폭 확대됐다.
이 사업도 마찬가지로 경로당 회원들이 강사로 나서 맞벌이 증가로 가정에서 쉽게 가르치기 힘든 역사 및 예절 교육 등을 진행해 호평 받고 있다.
또 한 번 보여주기 식이 아닌 월 1~2회씩 꾸준히 진행하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7월 6일 대구 동구지회 신천청아람아파트경로당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신천초등학교 30여명의 학생이 참여해 경로당 회원들과 함께 한궁, 제기차기, 윷놀이 등 여러 가지 민속놀이를 즐겼다. 이날 프로그램의 백미는 허대영(77) 경로당 회장 등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진행한 예절교육이었다. 회원들은 일대일로 학생들을 맡아 평소 잘 몰랐던 인사예절, 촌수나 호칭 등을 가르쳤는데 놀이를 할 때 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허대영 회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경로당이 교육의 장으로 적합하다”며 “이로 인해 경로당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1경로당 1강사 양성 사업도 지역 경로당 회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1경로당 1강사 양성 사업은 경로당에서 재능보유 어르신을 발굴해 소정의 교육과 현장실습을 거쳐 강사로 위촉하고 소속된 경로당에서 강사로 활동케 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올해 3년째를 맞는 이 사업은 총 103명의 재능소유 어르신을 발굴해 현재 44명이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를 통해 경로당 전문강사 확보 문제를 해소하고 자체강사 활용으로 예산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는 것.
올해에도 재능보유 어르신 40여명을 발굴해 평생교육원의 강사양성 교육을 통해 프로그램 강사로 배출할 예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경로당이 노인여가복지시설로 거듭나도록 탁구교실 등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경로당 활성화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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