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한국이 북핵 폐기에 느슨하게 대처할까 우려해요”
“유엔은 한국이 북핵 폐기에 느슨하게 대처할까 우려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7.29 11:26
  • 호수 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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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폐기 서명 유엔에 알린 서경석 목사

진보에서 보수로 변신… 북한인권탄압 규탄, 독거노인돕기 등에 앞장
기독교 집안… 증조부 서경조, 한국인 첫 목사로 황해도에 첫 교회 설립

각계 원로로 구성된 북핵폐기천만인서명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유엔 방문(7월11~16일․본지 529호 1면 보도) 과정에서 새롭게 돋보인 인물이 있다. 방문 전 일정을 짜고 현장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한 서경석(69) 목사이다. 운동본부의 집행위원장인 그는 백악관 앞 라파엣공원에서 동포 중․고생들과 함께 북한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서 목사는 대표적인 보수이지만 처음에는 진보였다. 그는 우리나라 기독교 개척자 집안의 후손이기도 하다. 서울 여의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투쟁과 희생, 나눔으로 점철된 삶을 들었다.

-북한인권탄압 규탄 집회도 열었다고.
“제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북한자유를 위한 한국교회연합’(KCC)이 미국 전역에서 온 코리아아메리칸과 함께 미국 의사당 앞에서 7년째 하고 있어요.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이지요. 미 하원의원들이 행사장에 나와 격려의 스피치(연설)도 해줍니다.”
-운동본부의 미국 방문 성과는.
“이번에 우리가 250만명 서명을 받아가지고 찾아갔잖아요. 대한노인회 130만명의 회원이 서명을 했어요. 노인의 힘이 대단한 겁니다. 유엔 관계자가 그것에 고무 받고 격려가 많이 됐다고 합니다. 외교적 협조를 요청한 것 외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그게 무언가.
“유엔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핵 폐기에 주력하고 있어요. 이란의 핵 제재보다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유엔은 은근히 한국을 걱정해요. 한국이 북핵을 용인하는 쪽으로 가버리면 전 세계 대북경제 제재가 다 무너진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국이 북핵을 용인한다니 그럴 리가….
“우선 한국 정치인의 북핵 폐기에 대한 의지가 단호하지가 않아요.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북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면 야당은 북이 핵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대화로 하자고 합니다. 두 가지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피로현상이 생기고 점차 북핵 용인의 길로 들어가게 됩니다.”
-재미동포들의 서명운동에 대한 반응은.
“미국의 동포사회가 이번에 처음 한 목소리를 냈어요. 교포사회는 크게 두 세력이 존재해요. 한인회와 교회세력이에요. 두 세력이 지금껏 함께 한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이번 북핵 폐기 문제에선 하나가 됐어요. 지난 방문 때 위싱턴DC와 뉴저지에서 운동본부 발대식을 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서명운동을 하고 있어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해야 합니다. 북의 공격 위협에 대해 방어하고 대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중국이 크게 반발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행위에요. 사드가 왜 나왔나요. 결국 북핵 때문에 나온 겁니다. 만약 중국이 사드에 반대한다면 먼저 북핵을 폐기시킬 생각을 해야지 그거 안하고 한국에 대해 뭐라고 하는 건 말이 안돼요.”
-중국은 집요하게 철수를 요구하는데.
“중국이 그런다고 우리가 만약 사드 배치를 철회해 봐요. 그건 정말 완전한 사대주의적인 태도에요. 자기 나라 주권과 안보를 지키려는 의지조차 없는 나라가 돼버리는 겁니다. 전 세계로부터 웃음거리가 돼요.”

▲ 서경석 목사(맨 왼쪽)는 7월 중순, 북핵폐기천만인서명운동본부 대표단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서경석 목사는 서울대 공대 기계과를 나와 해군장교로 복무하던 중 민청학련 사건에 휘말려 투옥됐다.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20년 형을 받았지만 7개월 만에 사면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정희 정권에 저항하는 진보였다. 그러나 감옥에서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가 된 이후 보수로 돌아섰다.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을 거쳐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 나눔과기쁨 상임대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집행위원장,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 등 소외된 이들의 편에 서서 운동을 해오고 있다.
-민청학련 관련자들은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엔 ‘긴급조치 반대한다’는 말 한마디에 10년 징역형을 때리니까 사람들이 기가 막혀 웃었어요. 저는 긴급조치를 반대하는 기도회를 뒤에서 지도했다는 이유로 20년 선고를 받았지만 그때는 아무도 실제로 20년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목사가 될 생각을 했나.
“우리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에요. 증조할아버지가 언더우드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고 한국에서 첫 목사가 된 서경조 목사(1852~1938)에요. 한국 최초로 황해도 소래에 교회를 세운 분이기도 하세요. 증조할아버지의 형님 서상륜 장로(1849~1925)는 중국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성경번역을 했어요. 그걸 들고 국내로 들어와 여러 교회를 세웠지요. 새문안교회도 그 중 하나에요. 어릴 적부터 기독교 전통과 문화 속에서 컸어요.”
-진보에서 왜 보수가 됐나.
“1982년 얘기에요. 재미동포들이 북한을 방문하기 시작하던 무렵이지요. 브루클린 한인교회에 다니는 70세 노인이 황해도에 사는 아들 집에서 한달간 머무릅니다. 이 할아버지와 아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서로 귓속말을 나누었어요.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을 아주 싫어하고 김일성이 하는 말은 다 생거짓말이란 얘기를 하더래요. 저는 그전까지도 북이 낙원인 줄 알았어요. 북에 대해 잘 몰랐던 거지요. 이 할아버지는 지식인이 아니고 그저 평범한 시민이었어요.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들은 얘기를 저에게 다 해주었어요. 그 순간 제가 운동권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거짓말인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귀국할 때 공산주의를 하지 않겠다, 목사로서 복음주의 입장에서 복음주의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겁니다.”
-‘나눔과기쁨’은 무슨 일을 하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돕는 작은 교회들의 운동입니다. 5700여명의 목사님들이 반찬 등을 만들어 독거노인 등을 찾아가 전달하고 위로해주는 일을 합니다. 대한노인회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노인복지에 대한 생각은.
“무상복지 그거 필요 없어요. 부자에겐 복지 안가도 돼요. 복지비리․복지누수가 너무 많아요. 복지재정을 절약해 정말 복지가 절실한 계층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서경석 목사는 시민운동이 좌파들에 의해 점령됐다고 보고 새로운 우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을 출범했다. 운동본부도 이 국민운동의 일환이다. 광우병사태 때 청계광장에서 시위 하지 말라고 ‘1인 시위’를 했다. 그때 동조했던 시민들과 만든 게 ‘선진화시민행동’이다.
그에게 왜 항상 고통과 시련을 자초하는 삶을 사느냐고 묻자 “그건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편이었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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