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김영란법’ 합헌 결정… “언론인‧사립교원, 공직자만큼 청렴해야”
헌재, ‘김영란법’ 합헌 결정… “언론인‧사립교원, 공직자만큼 청렴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7.29 11:27
  • 호수 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당초 예정대로 오는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헌재는 7월 28일 오후 2시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헌법소원 심판사건에 대해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정안을 발표하고 1년여 만에 국회에 제출됐지만, 위헌 논란 등으로 인해 몇 차례 처리가 불발됐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한지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금품수수 사실 등을 알게 될 경우 신고를 의무화한 것이 과잉규제가 아닌지 등을 놓고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대한변협 등은 지난해 3월 “언론인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은 헌법 제21조 언론의 자유와 헌법 제11조 제1항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이외에 언론인과 사립학교·유치원 관계자 등이 추가로 같은 소송을 제기했고 헌재는 총 4건의 헌법소원사건을 병합해 위헌 여부를 심리해왔다.
그러나 헌재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 피해가 광범위하다”면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에게는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 등이 요구되므로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됐던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배우자가 금품 등을 받거나 금품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조항과 제재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조항들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부정청탁·사회상규 등의 의미도 모호하지 않고,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강의 사례금 가액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법제처에서 정한 약칭은 ‘청탁금지법’이지만, 법안을 처음 제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따 ‘김영란법’으로 불리고 있다. 법률의 주요 내용은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을 받는 공직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공직자뿐 아니라 사립 교직원과 언론인도 포함된다.
법률에 따르면, 부정청탁을 받고 수행한 자(법인도 포함)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 등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기초로 마련된 시행령은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을 경우 과태료를 물리도록 했다. 외부 강의의 경우, 장관급은 원고료를 포함해 시간당 40만원, 차관급은 30만원, 4급 이상은 23만원, 5급 이하는 12만원이 상한액이다. 다만,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엔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부정청탁의 유형으로는 △인가‧허가 등 업무처리 △행정처분‧형벌부과 감경‧면제 △채용‧승진 등 인사 개입 △공공기관 의사결정 관여직위 선정‧탈락 개입 △입찰‧경매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 누설 △특정인 계약 선정‧선정에 개입 △학교 입학‧성적 등 처리‧조작 △징병검사 등 병역 관련 업무 처리 △사건의 수사‧재판 등 개입 등이다.
이와 관련, 경제계는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존중을 나타내면서도 내수경기 위축 등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좀처럼 경제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현행대로 법과 시행령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심각한 내수경기 위축 등 경제적인 타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시행령 기준과 법 내용의 모호성으로 인한 혼란으로 선의의 일반국민까지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만큼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후속대책이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 제외를 주장해 온 전국 농축수산인들의 반발 또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회원 5000여명이 ‘김영란법 규탄, 농축수산물 제외 촉구 전국농축수산인대회’를 열고 “김영란법은 농‧축‧수산물과 농식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으로 상한선을 제한해 농축산인은 물론 침체된 내수경기를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각 기업들 또한 ‘첫 제재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 ‘몸사리기’를 하고 있으며,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다.
권익위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곽형석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은 이날 헌재 결정 직후 브리핑을 열고 “청탁금지법의 시행을 통해 부정부패가 근절되고, 나아가 국가의 청렴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9월 28일부터 법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시행령 제정, 직종별 매뉴얼 마련, 공직자 및 국민을 상대로 한 교육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