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보다 전산회계가 더 쉬워요”
“스마트폰보다 전산회계가 더 쉬워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8.05 10:53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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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지회 205개 경로당에 전산회계 시범도입

“‘컴맹’이어서 어려울 줄 알았거든요. 막상 해보니 별 거 아니더라고요.”
지난 8월 3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일신아파트경로당에서 만난 이승천 회장(89)은 직접 전산회계 프로그램을 작동하면서 입력방법 등을 설명했다. 지난 3월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마우스 조작도 버거워했던 이 회장은 이날 사용한 경로당 지출금을 막힘없이 입력했다. 독수리타법을 갓 벗어난 듯 서툴렀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 척척 입력해 나갔다. 이 회장은 “노인들이 전산회계를 할 수 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만 누구라도 한 달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노인회 경기연합회와 KT가 포천시를 중심으로 전산회계 프로그램 보급을 추진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포천 일신아파트경로당에서 한 어르신이 전산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운영비 입출금을 관리하는 모습. 사진=조준우 기자

컴퓨터‧프로그램 KT 후원… 경기연합회 점차 확산키로

경기연합회는 지난해 KT와 협약을 맺고 도내 44개 시‧군‧구 경로당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전산회계 프로그램을 보급하기로 했다. 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올 3월 경기 포천시지회 경로당 205개에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경기연합회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점차 경기도 전체 9000여개 경로당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포천시지회는 이를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회계 강사 16명을 선발해 교육에 나섰다. 이들은 평균 연령 70대 후반의 고령자로 대부분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3개월의 교육을 통해 회계 프로그램과 컴퓨터 활용 능력을 기른 강사들은 현재 포천시 지역을 순회하며 어르신들에게 컴퓨터와 회계 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205개 경로당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회계 프로그램은 KT에서 의뢰를 받은 비전솔루션에서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모니터는 일반 모니터와 차이가 없지만 본체는 어디든 설치가 용이하도록 일반적인 크기의 책 사이즈로 줄였다.
회계 프로그램과 달리 복잡한 기능을 빼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이트에 접속해 경로당별로 부여된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이용할 수 있는데 날짜를 비롯해 수입과 지출, 사용처 등만 입력하면 끝이다. 마우스로 몇 번 클릭하고 숫자와 글자만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정리를 한다. 뿐만 아니라 경로당 회원명부도 관리할 수 있고 각종 행사일정도 조회할 수 있어 경로당 운영의 전산화도 가능하게 했다.
실제 이날 방문한 대부분의 경로당에선 능숙하게 컴퓨터를 사용했다. 일부 회장들은 컴퓨터 문서프로그램을 사용해 공지사항을 직접 입력하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은 인터넷으로 최신 뉴스를 보면서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경로당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사업 초기엔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노인들이 과연 복잡한 컴퓨터를 다룰 수 있을까’라며 회의적이었던 것. 예상대로 포천시지회 역시 사업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의욕적으로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설치했지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전무했던 것. 하지만 포천시지회에서 나서서 읍면동 주민센터의 협조를 받아 무상으로 컴퓨터 교육에 나섰고 회계 강사까지 파견하면서 5월부터는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윤효준 포천시지회장은 “향후 5년 후 컴퓨터에 능숙한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회원이 되면 자연스럽게 경로당 전산화가 이뤄질 것”이면서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경로당에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달 인터넷 사용료가 지불되는 것 때문에 일부 회원들이 반대하기도 했지만 교육을 통해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면서 현재는 지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또 회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건 전산회계 최고 장점인 투명성이었다. 경로당 회원과 지회뿐만 아니라 연합회에서도 언제든 관내 경로당의 운영비 사용실태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차후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중앙회에서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미리 구축한 것도 장점이다. 과거에는 운영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문제가 간혹 발생했지만 시행 후에는 이런 잡음도 사라진 상태다.
윤효준 포천시지회장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했던 것뿐”이라며 “앞으로 남은 100여개 경로당에도 컴퓨터를 보급해 100% 전산화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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