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디지털카메라로 ‘찰칵’… 그 사진에 시를 입히다
디카시, 디지털카메라로 ‘찰칵’… 그 사진에 시를 입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8.05 14:52
  • 호수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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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문학 활동 인기
▲ 디카로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시를 쓰는 ‘디카시’가 어르신들의 새로운 문학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왼쪽은 어르신들이 쓴 디카시를 소개하는 고성박물관 디카시 전의 모습.

2004년 창신대 이상옥 교수가 처음 시작… 누구라도 쓸 수 있어
고성문화원 어르신 대상 강좌도 개설… 작품 모아 전시회 열기도

“숲의 뼈들이 힘차고 꿋꿋하다/ 저, 대쪽같은 성정도/ 참새 한 마리 앉을 때는/ 가장 부드럽게 휘어지나니/ 세상의 중심도 그러하리니”
지난 7월 29일 경남 고성박물관 2층 전시실에는 대나무 숲을 찍은 사진과 함께 삶의 통찰이 담긴 시(詩)가 걸려 있었다. 평생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강옥자(여‧75) 어르신이 쓴 ‘중심’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깨달음을 줬다. 이와 함께 전시된 다른 ‘디카시’들도 마찬가지였다. 강 어르신은 “사진을 찍고 이에 대한 감상을 짤막하게 담는 디카시를 쓰면서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고 말했다.
디지털카메라(디카)로 찍은 사진과 시(詩)를 결합한 디카시가 어르신들의 새로운 문학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로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특정한 활동 모습을 찍고 이에 관한 느낌을 5행 이내의 짧은 시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디카시는 2004년 이상옥 창신대 교양학부 교수가 사이버 문학서재에 발표했던 시와 사진을 한데 묶어 디카시집 ‘고성가도’(固城街道)를 펴내면서 시작됐다. 디카시 전문 문예지가 발간된 이후에는 현역 시인들도 디카시 쓰기에 참여하면서 문학성도 인정받고 있다.

▲ 전시작 중 하나.

또 디카시는 특유의 형식 때문에 SNS에 잘 맞는 문학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이 열리고 2014년 디카시연구소가 만들어지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디카시와 유사한 장르로는 일본의 하이쿠(俳句)를 꼽을 수 있다. 3행의 5·7·5음절로 구성된 하이쿠는 적은 단어로 많은 의미를 함축한 짧은 시 형식인데 디카시는 여기에 사진을 더해 읽는 사람의 이해도를 높인 것이 장점이다. 난해함 보다는 공감을 앞세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또 하이쿠와 달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현재 디카시를 가장 활발히 창작하는 곳은 발상지라고도 할 수 있는 경남 고성이다. 고성군은 고성문화원을 통해 디카시를 전국에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는데 4월 28일부터 8주에 걸쳐 고성박물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디카시 강좌를 열기도 했다.
50대 후반부터 최고령 강옥자 어르신까지 20여명의 수강생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글쓰기 활동인 디카시를 배우기 위해 강의실을 찾았다. 4명의 현역 시인이 강사로 나서 디카시의 이론부터 창작 방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에 시를 붙여 디카시를 창작했고 두달여간 고치고 다듬어진 시는 하나의 액자로 탄생했다. 이렇게 세상에 빛을 보게 된 50여편의 디카시들은 8월 25일까지 고성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장에서 걸려 있는 디카시 작품에는 글쓴이의 철학이 잘 녹아 있다. 삶의 대한 고마움과 미소 짓게 하는 해학이 잘 드러나 있다. 이상윤(66) 씨가 쓴 ‘쉿!’이 대표적이다.
“구애가에 지친 매미/ 한 숨 내려놓는 시간/ 신혼의 잠자리 한 쌍/ 깨 농사에 열중이다/ 이렇게 꼬신 가을이 영글어 간다”
‘처마 밑 둥지에/ 한물에 깐 새끼들이/ 또랑또랑 눈망울을 굴리며/ 엄마 오기만을 기다립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 제비를 감동적으로 표현한 심진표(71) 어르신의 ‘제비둥지’ 역시 인상적이다. 심 어르신은 “서툰 솜씨지만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것으로 나의 삶을 표현해봤다”면서 “아직 카메라 조작이 쉽지는 않지만 틈틈이 디카시를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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