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로 경로당 식비 대는 경로당회장님
사비로 경로당 식비 대는 경로당회장님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8.05 14:54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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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옥향경로당 정길충 회장
▲ 사비로 경로당 식비를 대고, 불우 노인을 돕는 옥향경로당 정길충 회장(79)이 지난 8월 2일 ‘성동희망푸드마켓’을 방문해 관내 경로당에 나눠줄 식품들을 받고 있다.

매달 60만원씩 내놔… 쌀 구입해 불우노인에게 전달도

“경로당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나아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회장이 되려고 합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향경로당 정길충 회장(79)의 각오이다. 4년 전 회장이 된 그는 매달 사비를 털어 경로당 운영비에 보태고, 쌀을 구입해 생계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옥향경로당이 위치한 옥수동 삼성아파트 111동은 임대아파트로, 동에 사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홀몸어르신들이다. 정 회장은 경로당이 이들의 휴식처이자 사회참여를 돕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원했다. 그래서 매일 20여명의 회원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2년 전부턴 성동구가 제공하는 마을 환경정비 등 노인일자리(기초연금 수급자 대상)도 알선해 주고 있다.
정길충 회장은 “회원들에게 매일 식사를 제공하려면 구에서 지원하는 운영비(45만원)와 쌀로는 모자라 매달 60만원을 경로당 식비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회원들의 출입이 적어 휑했던 경로당은 4년 만에 매일 20명 가까운 이들이 오고가는 활력 넘치는 곳으로 변모했다. 일부 남성 회원들은 종종 식비로 사용하라며 5~10만원의 기부금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정길충 회장은 매달 통·반장, 대한노인회 성동구 옥수동분회부터 추천받은 어르신 5명에게 쌀(1포 20kg)을 전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나, 자녀가 있어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지원 대상이다. 현재까지 전한 쌀은 250포가 넘는다.
이를 위한 자금은 그의 아들 3명이 조달해준다. 경로당 회장직을 맡은 후 그는 자녀들에게 “봉사를 통한 제2의 삶을 살려한다”며 도움을 구했고, 자녀들은 그 뜻을 흔쾌히 받아들여 달마다 200만원씩 지원해준다. 30년간 목수로 살며 자신들을 키워낸 부모에 대한 보은이란다.
지난해부터는 이웃을 위한 나눔의 손길이 하나 더 늘었다.
정길충 회장은 매주 화요일 ‘성동희망푸드마켓’에 들러 떡·음료수·과자 등을 지원받는다. 성동구와 구세군이 함께 운영하는 성동희망푸드마켓은 관내 저소득층·차상위계층 등에 식품을 지원하는 사회복지기관이다. 여기서 얻은 식품들 중 꽤 많은 양을 성동구 내 임대아파트 경로당 12곳에 나눠준다. 식품 배달과 운전 모두 그가 직접 한다.
정길충 회장은 “식품을 지원해주는 성동희망푸드마켓에는 고마움의 표시로 매달 라면 5상자(13만원 상당)와 박순자 경로당 총무가 직접 만든 반찬을 전하고 있다”며 “라면은 성동희망푸드마켓을 통해 저속득층·차상위계층 등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일 낮 11시 30분, 정길충 회장이 떡·음료수·과자가 한가득 실린 차에 올랐다. 1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배달을 앞둔 그였지만 “회장님들 좋아하겠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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