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시대, 시니어클럽 ‘착한’ 식당 잘 나간다
高물가 시대, 시니어클럽 ‘착한’ 식당 잘 나간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8.12 15:31
  • 호수 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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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이어 식당사업도 뛰어들어
▲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저렴한 가격과 좋은 식재료를 앞세워 손님들 사이에서 ‘착한 식당’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춘천시니어클럽 ‘쥐눈이 콩나물밥’ 식당.

당진시니어클럽 운영 ‘청춘 해나루 식당’ 월 매출 1000만원
춘천 ‘쥐눈이 콩나물밥 식당’엔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
안산 ‘꽃빛공원휴게소’ 개업 4년째… 택시기사들에게 인기

지난 7월부터 정식 운영 중인 충남 당진시니어클럽 ‘청춘 해나루 식당’이 지난 7월에만 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저녁 메뉴를 조리할 주방장을 구하지 못해 현재 점심 메뉴만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박’ 행진이다.
당진읍에 위치한 이 식당은, 인근에 관공서와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으나 백반을 파는 식당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탄생했다.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식재료를 활용한 백반(6000원)을 주 메뉴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엔 고기반찬을, 다른 요일엔 탕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김정희 당진시니어클럽 사회복지사는 “식당 종사자 8명은 모두 환갑을 넘긴 여성들로, 하루 5시간 가량 일해 매달 6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며 “주민들에겐 양질의 식사를, 어르신들에겐 일자리를 제공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찍 도시락 사업에 뛰어들었던 시니어클럽들이 요식업에도 눈을 돌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영양만점의 음식을 제공해 고(高)물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착한 식당’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남다른 손맛을 자랑하거나, 식당 운영 경험이 있는 여성 어르신들을 영입해 일자리도 제공한다.
지난 4월 25일 강원 춘천시 중앙로 지하상가에 문을 연 ‘쥐눈이 콩나물밥 식당’은 하루 평균 60명 가량의 손님을 받는 지역 명소가 됐다. 개업 초기엔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었으나 싼 가격, 영양만점의 재료 등이 입소문 나면서 지금은 인근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
주 메뉴는 식당 간판에 내건 쥐눈이 콩나물밥이다. 잘 지어진 쌀밥에 쥐눈이 콩나물과 김 가루를 얹고, 참기름 등 기본양념들을 뿌린 뒤 계란 프라이를 얹으면 완성된다. 여기에 양념장과 물김치, 무채나물 등 단출한 반찬까지 곁들인 식사를 3000원에 제공한다.
65세 이상 경로우대증 소지자에겐 500원 할인된 2500원만 받는다. 이런 이유로 갈 곳이 없어 지하상가 일대를 배회하는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도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 식당은 지역 노인일자리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강원도 어르신 일자리 공모사업에 응모해 도·시비 5000만원을 지원받은 춘천시니어클럽이 개설했다.
식당 근무자 20여명은 평균 75세의 여성들로, 3인 6개조로 나눠 매달 32~34시간(1주일 8시간 꼴) 가량 일하고 1인당 21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윤종란 춘천시니어클럽 콩나물밥사업단장은 “식당 근무자 중 상당수가 음식점을 30~40년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라며 “주 식재료인 쥐눈이 콩나물은 30여명의 노인들이 직접 발아시켜 키운다”고 설명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꽃빛공원 관리사무소 2층에 자리한 식당 ‘꽃빛공원휴게소’는 4년째 ‘롱런’ 중이다. 주 메뉴인 청국장을 비롯해 된장찌개·동태찌개·비빔밥·백반 등을 5000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가운데 이룬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안산시로부터 ‘착한 가격 업소’로 지정된 바 있다.
김성남 꽃빛공원휴게소 단장(73)은 “단골고객을 꾸준히 늘려나간 것이 성공적인 정착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식당이 위치한 꽃빛공원은 유동인구가 적어 손님 유치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원 내 묘지를 찾는 사람들과 등산객들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이후 식당은 공원을 지나는 택시기사들에게도 소문이 나는 등 연매출 5000만원 이상의 식당으로 성장했다. 사업장의 수입금은 전액 노인일자리 사업에 사용되며, 가끔 찾아오는 극빈층의 어려움을 돕기도 한다.
꽃빛공원휴게소는 안산시니어클럽이 지난 2012년 4월 ‘시장 진입형’ 시니어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개업했다. 당시 처음 손발을 맞췄던 여성 어르신 10명은 아직도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단골손님들이 말하는 “한결 같은 맛”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안산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시니어클럽이 식당을 운영하는 목적은 수익 창출보단 노인일자리 제공에 있다”며 “앞으로 이런 취지를 바탕으로 더 많은 식당을 개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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