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누가 뭐라해도 나는 80 청춘이다
[기고]누가 뭐라해도 나는 80 청춘이다
  • 류성무
  • 승인 2016.08.26 13:56
  • 호수 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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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을수록 늙는 속도가 빨라져서 나이 60이면 해마다, 70이면 달마다, 80이면 날마다, 90이면 시간마다 늙는다는 넋두리가 있다.
이는 실제 몸의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노화현상은 먼저 오감기능(五感機能)의 퇴화에서 시작한다. 노인들이 산을 오를 때 다리가 무겁고 보폭이 좁아져서 때로 몸의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것은 낙상(落傷)의 증조다. 또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89.2%가 만성질환으로 2개 이상의 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식사 시에도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흘리거나, 단추를 어긋나게 끼우고, 용변을 보고는 지퍼를 잠그지 않은 채 나오는 일도 잦아진다. 정서적인 면에서도 삭막해져 늘 화난 듯 무표정한 얼굴로 다녀 가족으로부터 미소와 웃음은 찾아 볼 수 없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감사하다는 말에도 인색해진다. 칙칙한 옷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니는 등 자기관리에도 소홀해지고 허리는 구부러진다. 이로 인해 자식들조차 노부모가 방문하는 것을 꺼려하는 일이 많다.
또 70세가 넘으면 앞에 나서지 말고 맡고 있던 감투도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인들에게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 중에는 속으로 ‘몸도 불편하실 텐데 집에서 쉬지’라며 억울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수필을 써서 83세에 늦깎이로 문단에 입성했다. 수필가로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 김천문인협회 회원가입을 신청했지만 몇 달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지친 나머지 협회에 문의해보니 회원들 대부분 60~70세여서 80 넘은 노인의 신규 가입을 싫어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런 속상한 마음을 억누르고 지난 3월 경북 김천 직지사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 입학을 했다. 첫날 수업에 들어가 보니 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50~60대였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71세에 불과했다. 문인협회 건도 있어서 되레 겁을 먹고 자기소개를 하라며 건넨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를 했다.
“유유상종이라고 하는데 제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여러분과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네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배움에 무슨 나이가 있느냐”며 필자를 붙잡았다. 비로소 그동안 느꼈던 고독감을 떨칠 수 있었다.
일본의 히노하라 시게아키는 10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심장내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6~8km 걷기운동을 하면서 건강 관련 저서를 왕성히 집필하고 있다. 60세에 퇴직한 한 영국인은 90세가 되자 지난 30년간 허송세월한 것이 한스럽다며 10년 동안 3권의 책을 냈다고 한다. 늙었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노화는 빨라진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누가 뭐라 해도 개의치 않고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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