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이 아버지가 그리워 쓴 편지
박근령이 아버지가 그리워 쓴 편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8.26 13:57
  • 호수 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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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둘째딸 박근령(62) 전 육영재단 이사장. 1990년 당시에는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렸다. 그 무렵 박 전 이사장은 P그룹 회장 아들과 이혼한 상태여서 외부와 접촉을 기피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얘기를 더 듣고 싶어 하는 일부 언론매체는 그를 만나려고 집요하게 뒤를 쫓았다. 그러던 차에 박 전 이사장과 가깝게 지내는 한 인사로부터 박 전 이사장의 근황을 들었다. 박 전 이사장이 미국에 있으며, 불면증과 심한 노이로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였다. 기자는 그해 7월, ‘여성조선’에 박근영(당시 이름) 정신질환 앓는다는 소문 사실인가’라는 제하의 추측성 기사를 게재했다.
책이 나가자마자 늑달같이 전화가 왔다. 자신을 ‘여기는 이태원이에요’라고만 밝힌 여성이 “지금 박근영씨하고 같이 기사를 보고 있는데 말도 안 된다”고 항의했다. 이 여성은 나중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처제로 밝혀졌다.
미국은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일이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정신과 의사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슨 큰 정신질환이라도 있는 듯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때였다. 박 전 이사장이 바로 곁에 있다는 말에 항의를 받으면서도 반가움부터 들었다. 전화 속의 여성에게 ‘그리로 가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박근령 전 이사장을 만났다.
화장을 진하게 한 박 전 이사장은 통통하고 아담한 체격이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인상에 잘 웃었다. 적어도 정신질환을 앓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기사가 계기가 돼 박 전 이사장을 처음 인터뷰하게 됐고 박 전 이사장이 아버지 박정희에게 쓰는 편지도 입수할 수 있었다. 다음은 당시 박 전 이사장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의 요약이다.

아버지 전상서
아버지 얼마 만에 불러보는가요. 가깝고도 먼 아버지, 이 딸은 아버지의 영전에서 정말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그리고 소리 내어 울고 싶습니다. 말씀 한마디 안 남기시고 훌쩍 우리 곁을 떠나셔야만 했던 어머니. 그 후 5년 싸늘해진 아버지의 육신을 저는 가슴에 옷 보따리를 안고 울지도 못하고 모셔 와야 했습니다.(중략) 이버지께선 어머니 돌아가신 외로움에 강아지 방울이를 벗 삼으셨지요. 방울이가 밤이면 아버지 곁을 지켜드렸지요. 늦은 밤 외로운 시간, 의자에 기대신 채 잠드신 수척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딸의 저미게 애타는 심정, 아버지께 용기 없어 전하지 못했습니다.
전기 아낀다고 에어컨도 안 켜시고 선풍기도 사용 아니 하시다 덥고 더운 어느 날, 바람 부는 작은 나무의자에 찾아오셨다가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한 방울이가 아버지께서 앉으시려 하시자 앙탈을 부리며 시원한 자리 빼앗기기 싫어하자 방울이에게 쫓겨나셨던 아버지.
그 방울이도 이젠 늙었다는 소식을 아버지 영전에 알려드리고 싶어요.(중략) 아버지 너무 걱정마세요. 언니한테 동생 노릇 잘 하고 지만이한테 누나몫 다하겠어요. 그렇게 힘들고 바쁘게 살아오셨던 생활. 저 하늘나라에서 그리워하시던, 그렇게도 그리워하셨던 어머니와 함께, 우리 모두 같이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사세요. 이버지 다시 뵈어요. 어머니께 꼭 안부 전해주세요.
불쌍한 우리 아버지의 딸, 근영 올림

박근령 전 이사장이 8월 24일 느닷없이 TV에 나왔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 와중에서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수석을 특별감찰하기 이전에 이미 박근령 전 이사장을 감찰했고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보도였다.
박근령 전 이사장이 이번 일을 깨끗이 마무리하고 박정희․육영수 부부의 사랑스런 딸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나뿐인 소중한 여동생으로, 박지만 이지(EG)그룹 회장의 다정한 누나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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