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처럼 가족의 생활방식을 자녀에게 맞춘 부모들
펭귄처럼 가족의 생활방식을 자녀에게 맞춘 부모들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8.26 14:00
  • 호수 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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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신조어·순우리말 익히기<33>

펭귄처럼 가족의 생활방식을 자녀에게 맞춘 부모들
신조어-펭귄부부

“내 새끼가 우선….”
영화 ‘펭귄, 위대한 모험’에는 남극에 사는 황제 펭귄의 종족 보존 방식이 잘 나타나 있다. 엄마 펭귄이 낳은 알을 조심스레 건네 받은 아빠 펭귄은 영화 6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 환경에서도 장장 4개월간이나 발등 위에 알을 올리고 털로 덮어 품은 채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킨다. 아기 펭귄이 태어난 뒤엔 끝까지 소화시키지 않고 위 속에 남겨 둔 음식을 아기에게 먹인다. 그때 출산 후 바다로 돌아가 휴식하던 엄마 펭귄이 돌아와 아빠 펭귄과 ‘바통’을 터치한다. 그리고 이번엔 아빠 펭귄이 바다로 떠난다.
한자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우리 사회에도 이런 유형의 부모들, 이른바 ‘펭귄부부’가 늘고 있다. 식생활, 외식, 여가 등 가족의 생활 방식을 모두 어린 자녀에게 맞추는 부모들을 이르는 신조어다.
펭귄부부라는 말은 몇 년 전만해도 펭귄과 같이 끈끈한 가족애를 추구하는 부모들을 이르는 의미로 사용됐으나, 최근엔 지나칠 정도로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들을 빗댄 표현으로 많이 쓰인다. 이상연 기자


웃어른의 뜻을 미리 더듬거나 정중히 여쭈는 일
순우리말-여탐

바람기가 많은 남자를 가리켜 ‘여탐이 심하다’는 표현을 쓴다. ‘여자를 탐하다’를 줄인 한자어 여탐은 방탕한 생활을 하는 남자들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여탐은 이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다. ‘웃어른의 뜻을 미리 더듬거나 정중히 여쭈는 일’을 여탐이라고 한다.
여탐은 ‘예탐(豫探)’이라는 한자어에서 비롯돼 우리말로 굳어진 것이다. 예전에는 ‘여탐굿’이라는 것이 있었다. 집안에 경사가 있을 때 먼저 조상에게 아뢰기 위해 하는 굿을 ‘여탐굿’ 또는 ‘예탐굿’이라 불렀다.
우리나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집안의 모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그 집안의 가장인 웃어른의 뜻에 따라야 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웃어른의 뜻을 미리 더듬거나 정중히 여쭈었는데, 이런 행동을 ‘여탐’이라고 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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