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화의 거리’ 생각할 때다
‘노인문화의 거리’ 생각할 때다
  • 정재수
  • 승인 2007.07.2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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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문화’란 노인들이 흔히 좋아하고 일상화하고 있는 종교, 여가, 유행, 예술, 교양 등의 모든 것을 일컫는다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노인문화는 아직 일천하다.

노인들만의 여가문화가 따로 발달한 것도 아니고, 노인사회에만 유행하는 무슨 패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복지관에서 행해지는 여러 가지 활동도 아직은 뿌리를 내렸다 하기 어렵다. 그것으로 노인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굳이 있다면 노인들이 찾는 콜라텍이나 경로당의 고스톱 화투놀이를 꼽을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악덕 상인들의 꾐에 빠져 무료관광과 온천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이 정도는 노인문화라고 하기 어렵다.

노인문화가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첫째로 우리 노인들이 대접받는 데만 익숙하기 때문이 아닌가 해본다. 장수하는 국가가 된 역사가 짧은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노인문화를 만들고 향유할 때가 됐다. 국가경제발전 수준이나 사회의 고령화 수준으로 보아도 그렇다. 노인들이 스스로 노인문화를 만들고 키워나가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도 필요하다. 노인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휭하니 지하철을 타고 천안을 다녀오는 문화가 있다고 치자. 서울에서 전철을 타면 돈 들지 않고 갈 수 있으니 그것도 한 문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서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내는 것은 훌륭한 자식을 둔 노인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다.

기왕에 갔으니 독립기념관도 둘러보고, 좀 더 나아가 이순신 장군을 모신 현충사도 볼 수 있다. 인근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문화관련 시설을 찾아 감상하는 교양이 있어야 한다.

일전 중남미문화원장과의 좌담회에서 들으니 10년 전에 280여개이던 민간 박물관이 500여개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관련 인프라가 곳곳에서 나름대로 구축되고 있다.

이제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다. 노인들이 먼저 찬찬히 감상하고, 손자손녀들에게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센스 있는 문화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잊혀졌던 생활풍습, 민속놀이 등이 곳곳에서 노인들에 의해 재현되고 노인들의 필요에 따라 노인들의 구미에 맞게 젊은 세대가 재구성해내는 새롭고 깊이 있는 문화적 현상이 생겨날 수도 있다. 노인문화는 기본적으로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창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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