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언어로 매료… 시대를 앞선 성의식 표출도
시적 언어로 매료… 시대를 앞선 성의식 표출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8.26 14:19
  • 호수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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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계기로 본 이효석의 작품세계
▲ 서정적이고 자연주의적인 감성과 언어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이효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의 모습.

‘메밀꽃 필 무렵’, ‘화분’ 등 발표하며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 남겨
17회 수상자는 지식인의 좌절 그린 ‘산책자의 행복’ 쓴 조해진

국내 현역 소설가와 지망생들이 탐내는 문학상 중에는 근현대 주요작가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 많다. 대표적으로 ‘날개’를 쓴 이상(1910~1937)과 ‘소나기’ 황순원(1915~2000)의 작품세계를 계승하는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이상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이 있다. 그리고 많은 소설가들이 수상을 바라는 또 하나의 문학상이 최근 17번째 후계자를 결정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가산 이효석(1907~1942)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효석문학상’ 이야기다.
제17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산책자의 행복’을 쓴 조해진이 선정됐다. 오는 9월 10일 강원 평창군 봉평 효석문화마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조해진은 상패와 함께 상금 3000만원을 수상할 예정이다.
‘산책자의 행복’은 대학 강단에서 편의점 공간으로 이동한 지식인의 좌절과 고통을 세심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심사위원단은 “눈 앞에서 한 세계가 문을 닫아버리는 듯한 불안의 삶은 소통되지 않는 편지와 고백의 은유를 통해 더욱 절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평했다.
이효석문학상은 가산 이효석 선생(1907~1942)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0년 제정됐다. 대상에겐 3000만원, 우수상에게는 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고 수상작들을 모아 수상작품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심사대상 작품은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국내 월간·계간 문학잡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삼았다. 작가의 등단 연도와는 무관하게 실시했다. 소설가 오정희씨를 비롯, 정홍수, 신수정, 백지연, 정지아, 이기호, 이수형 등 7명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권여선), ‘카레가 있는 책상’(김사과), ‘선량한 어머니의 아들들은 어떻게 자라나’(김숨), ‘비극 이후’(김유진), ‘개기일식’(박형서), ‘최저임금의 결정’(이장욱), ‘못’(정미경), ‘산책자의 행복’(조해진)이 최종심에 올랐다.(작가명 가나다순)

올해 이효석문학상 수상자가 공개되면서 이효석의 문학세계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 평창 출신인 그는 경성제국대학 영문과에 재학중이던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 ‘도시와 유령’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다. 1934년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가 된 이효석은 ‘산’ ‘들’ 등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했다. 이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花粉) 등을 내놓으며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동시대에 활동한 김동리(1913 ~1995)가 “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시(詩)를 찾으려한 작가”라고 평할 만큼 그의 작품세계는 서정적이고 자연주의적인 감성과 언어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이효석의 대표작으로는 교과서에 실리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단편 ‘메밀꽃 필 무렵’과 1939년 ‘조선일보’ 자매지인 월간 ‘조광’(朝光)에 연재한 장편 ‘화분’이 꼽힌다. 특히 ‘화분’은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탐색했던 이효석 특유의 작가정신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작품은 현재의 시점에서 봐도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사 사장 현마와 그의 첩 세란을 중심으로 세란의 동생 미란, 세란의 가정부 옥녀, 피아니스트 영훈 등이 등장해 얽히고설킨 남녀 간의 복잡한 연애사를 그린다.
특히 현재까지도 논란이 많은 동성애를 다뤄 화제를 모았다. 현마의 동성 애인으로 미소년 단주가 등장하면서 등장인물간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세 남성과 세 여성을 통해 단지 성(性)을 부끄럽고 천한 본능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원초적이며 건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효석은 독특한 시적 문체로 애정사를 다뤄 저속하게 흘렀을지도 모를 내용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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