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 (1)
[연속기획]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 (1)
  • 관리자
  • 승인 2007.07.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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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문화의 거리, 남녀노소 세대불문 和合의 장

본지가 어르신들의 역량과 사회적 경륜을 바탕으로 건강한 노인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노인문화의 거리’ 조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어르신 스스로 여가를 비롯한 문화 및 예술을 생산, 발전시킬 수 있는 열린 공간 마련을 위해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는 연속기획을 추진한다. 특히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특정 거리를 ‘노인문화의 거리’로 지정, 운영하는 캠페인도 전개키로 했다. 관심 있는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서울 ‘종로3가역’.  직장인들의 출근 전쟁이 끝날 무렵, 어르신들이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들이 찾는 곳은 종로3가역 동쪽의 종묘공원과 서쪽의 탑골공원 일대.


종묘공원은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빼곡하게 들어찬다. 낮 12시, 점심시간 가까워지면 어르신들의 이동이 시작된다. 종묘공원을 빠져나온 어르신들은 종로3가역을 지나 탑골공원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길로 들어선다.


어르신들은 탑골공원 위쪽 ‘원각사’에서 제공되는 무료급식을 타기 위해 둥글게 이어지는 돌담길을 따라 길게 줄을 선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모여들면서 탑골공원 골목길은 ‘노인의 거리’가 됐다.

 

골목길을 따라 들어선 서너 곳의 식당은 2000원 짜리 점심메뉴를 마련했고, 1000원만 내면 김치 한 종지와 막걸리 1병을 내어놓는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무료급식소를 찾아 이 골목길을 배회할 뿐 마땅히 앉을 곳도, 눈요기꺼리도 없다. 그 골목길 안에서 어르신들에게 주어진 일은 한 끼 점심을 위한 지루한 기다림과 막걸리 한 사발로 얻는 취기가 전부다.

  어르신들이 서울 종묘공원 누각 아래 그늘에 모여 무료급식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국내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종묘공원 일대 노인문화의 현주소다. 노인은 많으나 노인문화는 찾아 볼 수 없다. 이처럼 방치되고 있는 어르신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 어르신 스스로 여가와 문화예술을 통해 건전하게 육성시킬 수 있도록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본지 제78호 1면 보도).


노인문화의 거리는 1980년대 중반 형성된 서울 ‘대학로’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시는 1985년 5월, 종로구 종로5가 사거리에서 혜화동로터리에 이르는 1.55km 구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 각종 문화예술을 거리문화로 끌어들였다.


특히 대학로 개방 초기, 매주 토요일 오후 6~10시, 일요일 및 공휴일 낮 12시~오후 10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젊은이들이 스스로 예술과 문화를 창조하며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대학로에는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됐고, 연극·영화·콘서트·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예술단체들이 들어오게 됐다. 문예진흥원 앞 도로광장에는 야외공연장과 풍류마당이 마련돼 각종 야외음악회·시낭송회·연극공연 등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을 위한 대학로처럼 노인문화의 거리를 만든다면 거리를 채울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어르신들이 자율적으로 생산하고 창출한 공연, 제품, 활동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집약돼 남녀노소 누구나 소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이를 테면, 노인복지관 실버합창단이 일반 관중을 대상으로 합창공연을 열수 있는 소극장이 마련되고, 일자리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제작한 짚풀공예품과 먹거리 등 다양한 제품을 상설 전시 판매하는 상점이 들어설 수 있다.


또 특정 주제를 놓고 원하는 어르신 누구나 난상토론을 벌일 수 있는 토론문화의 장(場)이 마련될 수도 있다.


어르신들로부터 북과 장구, 꽹과리 등 전통악기 연주법을 배우고 즉석에서 함께 공연도 하는 노소공감(老小共感)의 장이 마련 될 수 있다.


어르신들로부터 한식요리를 배우는 ‘요리강습실’, 전통 술 빚기를 배우는 ‘우리 술 빚기 교실’, 자수와 바느질을 전수받아 한복을 만드는 ‘전통의상 교실’도 들어설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낯선 우리 전통문화를 전수하는 ‘전통문화교실’, 중장년층에게 제례의식을 가르치는 ‘제례 교실’, 홀로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만남을 주선하는 ‘실버카페’가 운영되는 등 모든 세대가 어울리는 화합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노인문화의 거리 조성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서경석 회장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경우만 해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문화컨텐츠가 매우 다양하다”며 “공간이 마련될 경우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거리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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