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프로그램 희망” 59.6%… 기존 프로그램엔 “흥미 없다” 불만도
“건강 프로그램 희망” 59.6%… 기존 프로그램엔 “흥미 없다” 불만도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6.09.09 10:29
  • 호수 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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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2016 경로당 활성화 실태조사’ 내용

대한노인회가 공개한 ‘2016년 경로당 활성화 실태조사’는 변화하고 있는 경로당의 모습과 함께 발전의 장애요인 등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대책 및 노인복지 정책 수립에 반영돼야 할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6만4000여개 경로당의 현황에 대한 사상 첫 전수조사 결과를 요목별로 살펴본다.

경로당 10곳 중 3곳, 남녀 어르신 방 구분 안돼
“통합경로당 프로그램 이용하겠다” 25%만 응답

◇남녀 어르신 방 구분 안한 곳 30.2%
에어컨 설치 유무에 대해 86.3%가 ‘설치돼 있다’고 응답했으며, ‘에어컨이 없다’고 응답한 경로당이 8791개소(13.7%)에 달했다. 특히 강원(32.1%)과 충북(29.4%)의 경우 10곳 중 3곳에서 에어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치된 지 오래 된 노후 에어컨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폭염이 가장 극심했던 2016년 여름, 많은 수의 경로당이 더위를 피하는 쉼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소화기를 구비하지 못한 경로당이 19.8%로 나와, 안전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북(31.5%), 경남(23.8%), 전남(27.0%) 등 농어촌 지역의 소화기 미비율은 특히 높았다.
경로당의 구조를 보면 방이 2개인 경로당이 67.1%였고, 1개 18.0%, 3개 12.7%, 4개 이상 2.2%였다. 거실과 방이 구분돼 있다고 응답한 경로당이 71.6%였고 28.4%는 구분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어르신과 남성 어르신의 방을 따로 구분하지 않은 경로당이 전체의 30.2%였다. 대구는 남녀 방이 구분된 경로당이 82.5%인 반면, 제주도는 구분되지 않은 곳이 80.6%에 달해 지역적인 특색도 반영됐다.
홍관일 제주연합회 사무처장은 “우리 제주의 경우 남녀 구분 없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과거에는 방을 따로 만든다는 기준이 없었다”면서 “최근엔 외지에서 유입해오는 사람들도 많아 신설 경로당은 남녀 방을 따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를 보유한 경로당은 15.5%에 머물렀고, 인터넷이 설치된 곳은 8.5%에 불과했다. 아직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회원들이 많기 때문이지만, 경로당 정보화는 향후 과제로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TV가 없는 경로당도 아직 1270곳(2.0%)이나 됐다. TV시청을 많이 하는 경로당의 특성상, TV 설치가 급선무다. 아울러 수상기가 낡아 화면이 흐리거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 최신형으로 교체해줄 필요가 있다.

◇경로당 회장 76세 이상이 58.3%
경로당 회장의 연령은 만 76~80세가 전체의 38%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으며, 만 71~75세가 32.8%로 그 뒤를 이었다. 81세 이상은 20.3%, 65~70세는 8.9%였다. 이러한 분포는 우리나라의 가파른 고령화에 따라 노인 지도자들의 연령도 함께 높아지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경로당 회장의 재임기간은 ‘3년 이상~4년 미만’이 23.1%로 가장 많았고, ‘2년 이상~3년 미만’(20.8%), ‘1년 이상~2년 미만’(20.3%)순이었다. 경로당 회장의 대다수인 77.4%가 4년 미만으로 1회 임기 내(4년) 재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규모 큰 경로당 이용하겠다’ 25.2%
지역단위로 인근에 규모가 큰 경로당이 통합 프로그램을 제공할 경우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25.2%였다. 경로당 4곳 중 3곳은 ‘통합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나왔는데, 그 이유로는 ‘지금 다니는 경로당이 좋아서’가 33.4%로 가장 많았고 그밖에 ‘찾아가기 귀찮아서’(25.5%), ‘건강이 좋지 않아서’(17.6%), ‘타 경로당 이용에 거부감이 있어서’(14.7%) 등을 꼽았다.
이는 인위적으로 ‘거점 경로당’을 만들어 작은 경로당을 통합하는 방식은 회원들이 원하지 않는 것임을 보여준다. 노인들은 이웃집에 마실가는 기분으로 경로당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외출복을 입고 멀리 이동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절충적 해법을 제시한다. 규모가 작은 경로당은 꾸준히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면서 소형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큰 경로당에서는 주변 경로당에서 프로그램을 배우기를 희망하는 회원들을 모아 다양한 건강·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강희성 대한노인회 복지부총장은 “기존 경로당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 넓은 경로당을 만들어 작은 경로당에서 못하는 프로그램을 배우도록 하면 예산도 적게 들고 노인들의 만족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원하는 프로그램은 ‘건강’
경로당에서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건강진단·한방의료 등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59.6%로 압도적이었고 노래교실·레크리에이션 등 오락 프로그램(18.9%)이 뒤를 이었다. 일부는 소득사업(5.7%), 취미생활(4.6%), 정보화 교육(2.3%) 등을 꼽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전체의 44.5%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불만족 사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경로당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족 사유를 보면, ‘프로그램이 너무 단순하고 다양하지 못해서’가 22.8%, ‘정기적으로 제공되지 않아서’ 21.2%, ‘흥미와 관심이 없는 프로그램이라서’ 16.5%, ‘장소가 협소해서’ 16.2% 등이다.
기존 프로그램이 경로당 회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 프로그램이 경로당 맞춤형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복지관에서 보급된 것을 경로당에서 들여와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복지관 이용자는 주로 60대인데 비해 경로당은 70~80대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복지관에서 인기 있는 것이라도 경로당 어르신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불만 사항들을 고려해 경로당 회원들의 연령과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경로당별 고유번호 부여… 워크숍 통해 통일성 유지”
경로당 첫 전수조사 방법

전국 경로당 수가 6만4000곳이 넘다보니 전수조사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조사의 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전수조사는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대한노인회 자체로 실시했고, 최소 비용으로 정확한 조사를 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각 경로당에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택했다. 연합회-지회-분회-경로당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경로당 고유번호’에 담았고, 이를 통해 설문조사 및 자료취합 과정 중 혼선과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경로당 실태 조사의 DB기획과 분석을 주도한 이현숙 백세시대 발행인(대한노인회 정책이사)은 “경로당고유번호는 한 번 부여되면 변하지 않는 주민번호와 같아서 신규생성과 말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경로당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국 연합회·지회 조사 책임자 및 담당자 300여명과 함께 두 차례 워크숍을 하면서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통일된 기준과 방식으로 설문조사 및 데이터 입력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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