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의 국회의원 자아비판
여당 대표의 국회의원 자아비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9.09 14:22
  • 호수 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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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하인 다루듯 삿대질에 윽박지르고 갑질”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풍경이 확 달라졌다. 그동안 끓던 속이 편해진 기분이다. 의원회관은 300여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건물이다. 이맘때가 되면 국회의원들 앞으로 보내온 추석선물상자가 로비에 물류창고처럼 쌓여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 택배더미가 사라졌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무서워 생긴 기현상이다. 정상적인 현상을 기현상이라고 표현하는 이 지경이 바로 대한민국 국회의 민낯이다. 오죽하면 여당 대표가 국회의원을 ‘국해(國害)의원’이라고,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의원이라고 표현했을까. 비록 인터넷 상의 댓글을 인용했지만서도….
최근 이정현(58)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국회의원들의 작태는 재세와 일탈, 전횡의 표상이었다. 기업과 관공서에서 이런 식으로 처신한다면 바로 파면 또는 면직이다. 이 대표가 고백하는 국회의원들의 파렴치한 행위를 들어보자.
“저를 포함한 상당수 의원들은 툭하면 공무원들을 하인 다루듯이 삿대질하고 고성질타로 윽박지르고 민원 거절에 대한 무형의 보복을 암시하거나 실제로 보복성 질의를 합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지만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은 상임위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의원 임의로 민감 자료들을 많게는 트럭 한 대나 되는 양을 무더기 제출하라고 압박합니다. 경제를 살리자면서 국내외 현장에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경제인들을 출석 요구해 하루 종일 국회에 불러다 대기시키고 단 1분도 질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지만 일부 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어깨에 힘주고 부정한 청탁을 마다하지 않고 의원대접 받기를 강요하고 절대 선을 자처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나서 선배의원들 따라 하다 보니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말의 속도와 말투조차 달라졌습니다. 시중에는 인사 청문 대상자 자리에 국회의원을 앉혀서 청문회를 한 번 해보자는 말도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하는 질문을 그대로 그들에게 해보면 국회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하는 수군거림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민생현장 방문을 사진 찍기용 행보로 이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습니다. 간담회 때는 열심히 적어 가고는 돌아서면 잊었다가 선거철 돌아오면 다시 찾아오는 선거용 간담회도 국민들은 몹시 싫어합니다.
인터넷에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댓글을 찾아 봤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국회의원이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힐난합니다.
국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이 댓글 상의 일반 국민 생각입니다. 국민의 눈에 국회는 당파싸움 하는 곳입니다. 봉급생활자들의 월급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깎이고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국가 부채는 느는데 국회의원 세비는 매년 꼬박꼬박 인상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따져 묻습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무노동 유임금 특권도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는 댓글 지적도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국회의원들이 일 안하고 가져가는 세비부터 먼저 토해내게 해야 한다는 원망의 말도 들립니다.”
오는 9월 26일부터 국정감사가 열린다. 벌써부터 국회의원들의 국감자료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한 공무원은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 목록들을 보면 과연 이 의원이 문제의 본질은 알고 요청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오후 5시에 자료 요청을 하면서 다음날 오전까지 제출하라는 식의 갑질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개원 후 처음 열리는 국감인 만큼 의원들의 열의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정현 대표가 위에서 고백했듯 공무원들 괴롭히는 ‘갑질’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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