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쓸쓸함은 귀가 밝다
불렀슈?
셔터 소리에도 돌아다보는,
김석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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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게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내 몸의 모든 세포가 다 귀를 달고 너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을. 모든 발자국 소리가 다 내게로 오는 것만 같고 또 열렸다 닫히는 모든 문소리도 다 나를 향하는 것만 같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특히 더 그렇다.
무수히 솔방울을 떨어뜨려놓고, 휘어지는 듯 꼿꼿한 노송 사이에 앉아 계신 어르신 한 분. 자전거 속도에 맞춰진 세월 속으로 하염없다가 그 작은 카메라 셔터소리에도 반가움이 먼저 화들짝 마중을 한다. 나를 불렀냐고… 이제 그만 이 적막에서 나를 데려고 가달라고… 애잔한 눈빛이 발목을 잡는다.
전국 독거노인 138만명 시대. 저 의자의 옆자리가 더 이상 쓸쓸하지 않을 거라고. 혼밥(혼자 먹는 밥)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 발자국 소리를 들려드리자.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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