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세 현역 침구사 구당 김남수
101세 현역 침구사 구당 김남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9.23 13:42
  • 호수 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영수 여사하고 효창동에서 침뜸 봉사 많이 했어요”

무자격 의료행위 무죄 판결… 장성에 ‘구당침뜸클리닉’ 열고 환자 돌봐
뜸은 저비용·고효율의 생활의학… 뜸뜨면 노인층 의료비 줄어들 것

▲ 구당 김남수 옹이 ‘구당침뜸클리닉’에 설치된 자신의 모습을 조각한 석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육영수 여사와 함께 효창동(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침뜸 봉사활동을 했어요. 전국의 노인회와 복지관에서 노인들에게 침뜸 봉사 많이 했지요.”
구당 김남수(101)옹은 1970년대 육영수 여사(1925~1974)와 함께 침뜸봉사활동을 했던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다. 구당은 이어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뜸을 노인 스스로가 한다면 의료비가 절감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름보다도 구당(灸堂)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원래 구당은 ‘뜸 뜨는 집’을 의미한다. 침술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르던 것이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이름이 됐다고 한다.
구당이 작년 10월, 전남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에 한옥을 짓고 ‘구당침뜸클리닉’을 개원했다. 백세 넘은 나이에도 변함없이 환자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드문 일이다. 일반인들은 예약제로 받고 서삼면 주민들에 한해 토․일요일 무료진료다. 하루 3시간 정도만 자고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인다. 구당은 “난 어떤 운동도 안 해요. 약이나 보양식도 안 먹어요. 오직 하루 한 번 내 몸에 뜸을 뜨지요”라고 말했다.
구당은 한때 뜸을 뜨지 못하고 ‘죄인’ 취급을 당했다. 침사(침을 놓는 사람) 자격만 갖고 뜸 시술을 하다 무자격 의료행위라며 한의사들로부터 고발당한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그의 시술이 사회 통념 상 용인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최근에 온․오프라인에서 침뜸 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있도록 당국이 허가해주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받아냈다. 그의 의료행위 일체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구당은 이와 관련 “의학은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침과 뜸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에요.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줘야지요”라고 말했다.
구당의 뜸 효과를 실감한 이들은 그를 ‘한국의 화타’로 부른다. 그에게서 치료를 받은 이들 중에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소설가 조정래씨 등이 있다. 구당이 국회의원회관에서 20여년 운영했던 침뜸 진료실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국회의원이 단골고객이었다.
구당이 개발한 무극보양뜸의 원리는 이렇다. 경혈 부위 또는 아시혈(아픈 부위)의 살갗 위에 쌀알 반 크기의 뜸쑥을 직접 놓고 섭씨 60~70도의 불로 태워 가벼운 화상을 입힌다. 이때 인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물질인 이종단백체가 환부에 생성되며 이 물질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병증을 치료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부터 우리 조상은 몸에 병이 생기면 크게 뜸을 떴어요. 그리고 고름을 흐르게 만들었지요. 일부러 고름을 많이 내려고 고약도 부쳤지요. 고름은 백혈구들의 시체들이에요. 상처가 생기면 그 상처에 침투하는 균을 죽이려고 백혈구를 파견하고 그 백혈구가 균들과 치열하게 싸워서 죽은 사체들이 고름인거지요.”
맹자 ‘이루편’에도 ‘7년 묵은 병은 3년 묵은 뜸쑥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오랜 병에는 뜸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뜸의 탁월한 효과 가운데 하나가 진통작용이다. 묵직한 통증, 짓눌린 듯한 느낌, 불쾌감 등 통증이 있는 부위는 그렇지 않은 부위보다 긴장돼 있는데 뜸을 뜨면 긴장이 완화되면서 통증이 가라앉는다. 국소적인 근육이나 혈관의 긴장을 풀어주어 혈행을 원활하게 하고 피로물질이나 통증을 유발하는 인자를 분리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뜸은 신경기능과 내장기능 조절, 혈행 촉진, 혈액 성분 개선, 노폐물과 염증 제거, 호르몬의 분비 변화, 체질 개선 등 다방면에 도움을 준다.
구당은 1915년 전남 광산군 아남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김서중)로부터 한학과 침구학을 배웠다. 그의 형(김기수)도 유명한 ‘침쟁이’였다. 형은 “맥도 모르면서 대통에서 침을 빼지 말라”고 했다. 함부로 치료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의사는 무당질을 해서라도 병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의료인의 길을 가르쳐 준 것이다. 구당은 뜸에 더 주력했다. 침은 전문의술이지만 뜸은 아무라도 할 수 있는 민간의술이기 때문이다.
28세 때 서울에 남수침술원을 연 뒤 지금껏 침과 뜸 치료를 해왔다. 현대의학으로 고치지 못한 환자를 살린 것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한다. 구당은 북경중의약대학 객좌교수 등을 거쳐 현재 무극보양뜸국제연맹 총재와 한국정통침구학회 회장, 뜸사랑봉사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간 국민건강을 위해 애쓴 공로로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원봉사상 금상도 받았다.
구당은 무극보양뜸이 아주 독특한 의학이라고 말한다. 질병의 예방․치료․건강증진이라는 세 가지 효과가 한꺼번에 생기기 때문이라고. 구당은 “부작용이 없는 자연치유의학이고 입원비나 약값 걱정 없는 저비용․고효율의 생활의학인 셈”이라고 말했다.
무극보양뜸은 한줌의 뜸쑥과 거기에 불을 붙일 향 하나면 족하다고 했다. 그가 추천하는 뜸쑥은 3년 이상 묵은 것으로 담황색을 띠며 촉감이 부드럽고 섬유가 가늘고 고우며 잡물이 없이 잘 건조된 것이다.
“처음엔 찌르는 것 같은 뜨거움이 느껴지지만 그 뜨거움을 참으면 한순간 섬뜩한 냉감과 함께 온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 독특한 열감이 뜸자리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몸 전체를 따듯하게 만들어요.”
구당은 남자는 12곳에, 여자는 13곳에 뜸을 놓으면 큰 효과를 본다고 일러준다. 그러나 굳이 모든 곳에 뜸을 놓을 필요는 없다. 혼자서 손이 닿는 곳에 매일 뜨는 게 중요하다. 구당침뜸 클리닉 홈페이지에 뜸자리를 그림과 함께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환자들에게도 뜸자리를 신체에 그려주고 이후부터는 집에서 혼자 뜸을 뜨도록 한다.
구당은 삶의 철학이 무언가에 대해 이렇게 길게 대답했다.
“뜸사랑 구호가 ‘배워서 남 주자’예요. 이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나요. 쓰다가 버리고 갈 뿐이지요. 죽으면 먼지 하나도 못 가져가는데 쓸데없는 벼슬, 물욕에 목을 매니 자꾸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나는 가끔 우스갯소리로 ‘내가 저승에 가면 아마 혼이 날 것 같다. 왜냐면 저승에 올 사람들을 침뜸으로 오지 못하게 했고 교육까지 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해요.”
구당의 꿈은 소박하면서 원대하다. 장성을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의료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뜸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뜸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마을이지요. 쑥 재배단지도 만들고요. 우리 동네, 우리나라 사람만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내 개인의 재산으로 사유화할 생각도 없어요. 우리 모두의 재산으로 가꿔야지요.”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