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노래 맘껏 부르며 봉사해 행복해요”
“좋아하는 노래 맘껏 부르며 봉사해 행복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9.23 14:00
  • 호수 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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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지회 자원봉사 ‘아름다운 인생 제2막클럽’
▲ ‘아름다운 인생 제2막클럽’ 회원들이 어린이 뮤지컬 ‘금 나와라 뚝딱’ 공연을 하고 있다.

5년 전 창단… 전국 3000여 봉사클럽 중 유일한 뮤지컬 공연 팀
올해부터 전국 어린이들 찾아나서… 1·3세대 소통 및 교육 목적

“혹부리영감을 위한 동네잔치 장면에서 출연진과 관람석의 유치원 교사, 어린이들이 하나가 돼 노래 부르고 춤을 춰요. 얼마나 신나는 일이에요.”
어린이 뮤지컬 ‘금 나와라 뚝딱’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김혜숙(71)씨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김씨는 5년 전부터 ‘아름다운 인생 제2막클럽’(이하 제2막클럽) 소속으로 음악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 클럽은 전국 3000여개 노인자원봉사클럽 중 유일한 뮤지컬 공연단이다. 2012년 창단 이후 한 달에 3~4차례 전국의 노인복지관을 찾아다니며 공연했으나 올해 3월부터는 어린이집, 유치원, 아동센터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1․3세대의 소통과 교훈적인 동극을 통해 교육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이다.
젊은 시절 동양방송(TBC)의 애니메이션 부서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클럽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구연동화를 해왔다. 김씨는 “공연도 중요하지만 같이 어울리고 말벗이 되고 교감하는 그 자체가 좋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막클럽의 탄생 뒤엔 장무경(72) 코치의 남다른 이력이 있다. 회사원으로 은퇴한 장 코치의 마음 속 한켠에는 늘 노래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55세 때 당시 살던 인천시 계양구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올라 강산애의 ‘라구요’를 불러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7월, 경기도 남양주 시청에서 노인의 날 기념공연을 앞두고 시니어뮤지컬 활동을 할 60세 이상의 단원을 모집한다고 해 도전했어요.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고 봉사도 하니 일석이조인 셈이지요.”
교사․회사원․개인사업 등을 하다 은퇴한 남녀 노인 20여명도 장 코치와 함께 오디션을 통과했고 이들이 주축이 돼 만든 팀이 ‘미소찾기 시니어뮤지컬 봉사단’이었다.
그러나 이 봉사단은 연습장소, 운영비 등 지원이 따라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장 코치의 지인을 통해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고 이때부터 남양주시지회의 소속으로 전국을 무대로 활동해왔다.
뮤지컬은 쉽지 않은 장르이다. 노인들에게 무대장치, 대본, 노래, 연기, 의상, 분장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클럽 회원 중 과거 음악이나 연극을 전공한 이도 없어 모든 것이 힘들고 생소했지만 겁 없이 도전했고 그 자체를 즐겼다. 다행히 문예진흥원 경기연합회 측에서 연기지도를 비롯해 대본, 의상, 분장 등 많은 부분을 지원해주고 있다.
가요, 판소리 등에 소질이 뛰어난 설무일(77) 부단장은 “음악편집용 웹을 구입해 유튜브 등에서 음악을 다운 받아 작품 전체의 MR(반주음악)을 만들어 사용한다”며 “회원들 대부분이 시니어 합창단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일반인들보다는 노래 실력이 좀 낫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연기. 한 회원은 “처음에 젊은 연출가로부터 왜 그렇게 연기를 못하느냐고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도서관에서 탤런트 유인촌씨가 연기와 관련해 쓴 책과 CD를 보며 혼자 공부 많이 했다”며 웃었다.
여성 회원들의 경우는 그래도 형편이 좀 낫다. 대부분 구연동화 활동을 해왔던 덕분에 연기나 대사가 낯설지가 않다. 무대에서 웃지 못할 실수를 할 때가 많지만 순간적인 애드립(즉흥적인 대사)으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했다.
제2막클럽의 레퍼토리는 ‘미워도 다시 한번’, ‘몽춘이야기’, ‘신 장한몽’, ‘대박할아버지’ 등 10여편. 최근에 ‘흥부와 제비’를 새로 추가했다. 지금까지 서울을 비롯해 분당․광주 등지의 노인복지관과 어린이집 등에서 총 50여회 공연했다. 이들의 공연수준은 객관적으로 증명됐다. ‘2015년 거창실버연극제’에 출전해 종합연기대상 등 4개 부문의 큰상을 휩쓸었다.
장무경 코치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나이에 밖에 나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연습하는 그 자체가 즐겁다”며 “우리의 서툰 몸짓과 노래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성호 경기 남양주시지회장은 “제2막클럽은 우리 지회 30여개 자원봉사클럽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클럽 중 하나”라며 “최근 한 요양원에서 공연을 본 환자분이 고맙다며 자기 용돈을 내놓는 걸 보고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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