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 경기 양주시지회장 “이제는 대접 받을 생각 말고 칭찬 받는 노인 돼야 해요”
이채용 경기 양주시지회장 “이제는 대접 받을 생각 말고 칭찬 받는 노인 돼야 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9.30 13:49
  • 호수 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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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새마을운동에 헌신… 현재 새마을중앙회 부회장, 양주 3·1운동 기념사업회장
올해 지회 ‘노인의 날’ 행사부터 분회별로 입장식… 평양예술단 공연 등 볼거리 풍성

“올해 노인의 날 행사는 볼거리가 많아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겁니다.”
이채용(73)경기 양주시지회장이 ‘연출가'로 변신했다. 올해 ‘노인의 날’ 행사(10월 11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지회장이 기획을 하고 진행을 맡아서다. 이 지회장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양주시 노인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재미난 이벤트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 지회장은 “새롭게 바꿔야한다는 생각에서 노인의 날 행사부터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식부터 손을 볼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는 입장식 자체가 없었지만 올해는 분회별로 기를 들고 행사장에 들어가고 무대에선 경로당의 특징을 소개하는 멘트가 나가게 된다.
올해 3월 치른 지회장선거에서 당선된 이채용 지회장은 50여년간 새마을운동을 해온, 오늘날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든 ‘개발역군’ 중 한사람이다. 지난 9월 말 양주시 평화로에 있는 노인회관에서 만나 지회 운영 철학과 새마을운동에 헌신한 라이프 스토리를 들었다.

-노인의 날 행사를 기대해도 좋겠다.
“지난 19년간 노인의 날 행사가 늘 비슷했어요. 경로당에서 하던 노래교실․웃음치료․행복체조등을 보여주는 게 다였지만 올해는 그런 것에서 벗어나 이벤트성 볼거리를 제공할 겁니다. 평양예술단을 초청하고, ‘이주일 짝퉁쇼’를 선보일 겁니다. 행운권추첨 선물도 준비했어요.”
-양주노인들의 삶은 어떤가.
“도시 반, 농촌 반이지요. 수준은 여느 지역의 노인과 다를 바가 없어요. 8개 분회에 경로당이 250개이고 회원이 약 1만명이에요. 노인전체 인구는 2만 5000여명이고요.”
-지회장이 된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일에 주력했나.
“지회를 새롭게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양주시장(이성호)도 새로 바뀌었고…시장과 시의장이 모두 더불어민주당이에요. 지회예산이 깎이는 바람에 그거 해결하느라 시청을 자주 들락거렸어요. 지회장, 쉬운 자리가 아니더라고요.”
-신임시장은 노인회에 협조적인가.
“협조를 잘 해주세요. 안되면 떼를 쓰는 거지요(웃음).”
-지회 운영은 어떤가.
“양주에는 큰 노인복지관이 없어요. 우리 지회에서 그 역할을 대신 하느라 버겁기는 하지만 잘 하고 있어요. 지금 시에서 노인복지관을 새로 짓고 있어요. 그게 완공되면 좀 나아질 겁니다.”
-노인회관 건물도 오래 됐고 규모도 작아 보인다.
“제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원사업 중 하나예요. 노인의 의식을 바꾸는 여러 가지 일 중에 회관을 새로 짓는 것도 포함됩니다. 새마을운동 하면서 공공건물 많이 지어봤어요. 그 경험을 살려 노인회관을 새로 지으려 합니다.”

경기도 양주군 출신의 이 지회장은 해방 직전에 태어나 ‘마사오’란 일본이름을 얻었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문맹퇴치사업에 앞장섰다.
당시만 해도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그나마 중학교 진학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어린 중학생이 교실을 짓고 군부대를 찾아가 교사지원을 받아내 지역주민의 교육문제를 해결했다. 이 지회장은 지독한 가난과 싸우며 성장했다. 일찍부터 새마을운동에 투신한 이유다.
그는 리 단위 새마을지도자에서 출발해 면, 시․도 협의회장을 거쳐 현재 새마을중앙회 부회장으로 있다. 지역사회발전 대통령표창과 국가발전부문 훈장을 받았다. 현재 새마을문고 중앙회 수석부회장, 새마을장학회장과 양주 3․1운동 기념사업회장을 겸하고 있다.

▲ 이채용 양주시지회장이 사무국 직원들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앉았다.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하도 많은 일을 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에요. 우리 집안의 남자들이 힘이 좋아 장사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 힘을 새마을운동에 다 쏟아 부었지요. 양돈장․공동작업장 짓고, 다리 놓고, 지붕 개량하고. 흙벽돌 찍어서 나무울타리 없애고 벽돌담으 로 만들고… 여름에는 농사지어야 하니까 겨울에 그런 일들을 합니다. 한번은 리어카 끌고 가다가 함께 뒹굴어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어요.”
-환경개선사업을 다 해놓은 요즘 새마을운동은 뭘 하나.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를 찾아가 환경개선 사업을 해요. 아프리카를 비롯해 몽골․베트남․라오스 등 안 가는 나라가 없어요.”
-새마을운동을 창시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표창도 받았겠다.
“전두환 대통령 표창을 받았어요. 1985년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성공사례 발표를 했어요. 면에서 시작해 시도 대회에서 차례로 우승했지만 전국대회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대통령상을 받지 못했어요. 바로 그 전해에 대통령상을 수상했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돌이켜보면 좀 아쉬운 생각도 들어요.”
-새마을문고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새마을운동에 여러 분야가 있어요. 남자는 협의회, 여자는 부녀회, 직장인은 직공장, 도서관은 새마을문고라고 해요. 요즘도 대통령상을 내걸고 독서경진대회를 개최해요. 또 아이와 부모가 같이 문화답사를 가는 ‘길 위의 문학’이란 행사도 합니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국민의 교육수준도 높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겁니다.”
-양주 3·1운동 기념사업은 또 무언가.
“양주시 광적면 가래비장터에서 1919년 3월 18일 1000여명의 주민이 모여 독립만세를 불렀어요. 그 때 앞장섰던 3명이 일본헌병들의 총에 맞아 순직했어요. 그 사건을 기념해 해마다 재현행사를 열고 있어요. 정부로부터 순직한 분들을 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380명의 탄원서를 받는 등 6년을 쫓아다닌 결과 작년에 겨우 열사 인정을 받아냈어요.”
-대한노인회와는 어떻게 연을 맺었나.
“위의 두 가지 사업을 웬만큼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나자 다음에는 지역을 위해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고향인 덕도2리 경로당에서 저를 회장으로 추대해주었어요. 4년간 봉사하면서 800만원의 자금을 마련했지요. 그러고 나니까 이번에는 지회장 선거에 나가라고 제 등을 떠밀더라고요.”

이 지회장은 공무원, 농협장 출신 등 2명의 후보와 힘겨운 선거를 치렀다. 이 지회장은 당선 배경에 대해 “두 후보는 공무원 마인드, 농협장 마인드였는데 반해 저는 사회활동을 오래했고 보는 눈이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지회 운영 철학이라면.
“과거에는 대접 받는 걸 당연히 여겼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어요. 노인이 먼저 베풀어야 해요. 요만한 아이에게도 먼저 인사를 해야 노인 대접을 받아요. 노인의 의식이 달라져 칭찬 받는 노인이 돼야 합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지회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황영하 경기연합회장과도 협조가 잘 되고 있는지.
“지회 일에 열정을 갖고 도와주세요. 감사원 사무총장(차관급), 총무처장관을 지내신 분이 연합회장을 하시니까 노인회의 위상이 한결 업그레이드 됐고 그런 점에서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어요.”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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