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15년째 그대로인 ‘노인정액제’… 이번엔 개선되나
공청회, 15년째 그대로인 ‘노인정액제’… 이번엔 개선되나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9.30 14:15
  • 호수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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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액제 개선방향 모색 위한 공청회
▲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9월 9일 국회에서 ‘노인정액제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구체적인 개선안 마련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의협, 정액제 상한선 1만5000원→2만5000원 인상 제안
의사들 “이대로 두면 노인들 병원 진료 기피현상 부를 것”
복지부는 정률제 적용에 무게… “재정비용 마련이 숙제”

지난 2001년 이후 15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노인외래정액제(노인정액제) 개선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지난 9월 9일 국회에서 ‘노인정액제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노인정액제 개선 여부에 대한 논쟁을 끝내고 구체적인 개선안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현재 노인정액제는 상한선을 1만5000원으로 설정하고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이면 본인부담금이 1500원이지만 상한 금액이 1원이라도 넘으면 30%의 정률제가 적용돼 4500원을 내야 한다. 진료비가 순식간에 3배로 껑충 뛰는 셈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형수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노인정액제 현황 및 제도개선 방향’이라는 주제로 △노인정액제 시행 개요 △제도개선 필요성 및 문제점 △개선 논의 경과 △의협 제시 4가지 개선방안 등을 발제했다.
김 연구조정실장은 “지난 2001년 정해진 1만5000원의 노인외래 본인부담금 상한액이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은 사이 매년 수가는 인상돼 노인정액제 적용을 받는 환자 비중이 2012년 77.3%에서 2015년 66.3%로 10%p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부담금 상한액을 초과하는 비율이 늘다보니 노인층 진료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의료현장에서 의료인과 환자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노인정액제 개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인정액제 적용 구간을 최소 2만5000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안 △상한액을 2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2만원~3만5000원 구간 본인부담 완화 및 초과액에 30% 정률제 적용안 △정률제로 전환하되 본인부담액의 일정 부분을 국고로 보조하는 안 △노인층의 연령을 세분화해 연령 구간별로 혜택을 차별화하는 안 등을 제안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내년 초진진찰료가 1만4000원대로 인상돼 노인 대부분이 정액제 혜택을 볼 수 없게 된 만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전남의사회 회장은 “내년에 수가가 3.1% 오르면 초진료는 1만4860원, 재진료가 1만620원이 된다”며 “노인환자 중 단일질환은 드물며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진료가 필요한데 당뇨병 검사만 해도 1만5000원은 무조건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어르신들에게 진찰료가 왜 1500원에서 4500원으로 바뀌었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면서 “현재의 노인정액제는 어르신들의 의료접근성을 막고, 일선 의료현장에서 의료인들과 국민들과의 신뢰를 깨는 제도”라고 일갈했다.
김교환 대한노인회 안동시지회장은 노인정액제로 인해 노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김 회장은 “현재 65세 이상의 40% 가까이가 노후대책이 전혀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안동 지역만 해도 약 3만3000여 명의 노인이 있는데 기초연금으로 받는 20만원 중 대부분을 의료비로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부담금을 1500원만 지출하다 4500원을 내야 하는 것은 노인들에게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서 “의협이 제시한 개선안 중 어떤 것이라도 하루빨리 시행됐으면 좋겠지만, 조금이라도 노인들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는 방법으로 정해지면 고마울 것 같다”고 호소했다.
시민단체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진료비와 수가가 지속 증가해 상한액을 상향 조정하지 않고는 노인이 본인부담을 감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정부가 건보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본인부담금을 인하한다면 정률제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 본인부담금은 총 진료비의 10% 수준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영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실장도 현행 노인정액제가 올해 무더위에 국민의 지탄을 받은 전기요금 누진제처럼 노인들에게 본인부담금 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 당위성을 인정했다.
지 교수는 “노인정액제의 상황은 올여름 이례적 무더위에 전기요금 누진제 요금 폭탄에 국민이 폭발한 상황과 똑같다”면서 “내년 초진료가 1만5000원에 육박한다고 하니, 정부의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방법적 선택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1만5000원에서 1원만 넘어도 3000원을 더 내야 하는 절벽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2만5000원으로 정액구간을 올리더라도 2만5010원이 된다면 6000원이 넘는 본인부담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상한 금액 상향 조정과 초과액에 대해 30% 정률제 적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5000억원이 넘는 재정 투여가 필요해 쉽지 많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과장은 “일각에서는 정액제 개선에 드는 비용을 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해 메우는 방안을 제안하는데 그 돈을 노인정액제 개선에 쓰기는 어렵다”면서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도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만성질환관리 등에 투입해야 하기에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노후소득보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부담이 올라가면 발생할 의료이용 제한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러 안을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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