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이 마을 소득원으로… ‘친환경 에너지타운’
혐오시설이 마을 소득원으로… ‘친환경 에너지타운’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09.30 14:19
  • 호수 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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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소매곡리, ‘악취마을’서 ‘에너지 자립마을’로 변신
▲ 21세기의 새마을운동으로 불리는 ‘친환경 에너지타운’ 조성사업이 강원 홍천 소매곡리의 성공사례를 기점으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홍천 소매곡리 친환경에너지타운의 전경과 주요 신재생에너지 시설들.

가축분뇨장선 바이오가스, 하수처리장선 태양광 전기 생산
올해 전국 11곳서 추진… 한국형 친환경에너지타운 수출도

“골칫거리였던 가축분뇨가 우리 마을 에너지 생산자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강원 홍천군 소매곡리는 불과 2년 전만에도 하수처리장, 가축분뇨처리장 등이 입지해 악취, 지가 하락 등 이유로 주민들이 떠나 홍천에서도 가장 소외된 지역이었다. 도시가스도 공급되지 않았고,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어왔다.
그러던 이 마을이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에너지타운 시범사업 첫 대상지로 선정됐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정부 에너지신산업 육성정책의 핵심이다. 기피·혐오시설에 청정기술을 적용, 마을 자체적으로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판매하도록 해 주민생활환경 개선과 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새로운 농촌개발 모델이다. 동시에 화석 연료로 인한 환경오염 등 환경문제 극복의 획기적인 대안으로도 떠올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착공 1년 2개월만인 지난해 12월, 드디어 소매곡리에 국내 최초로 친환경에너지타운(사업비 139억)이 조성됐다. 정부와 강원도, 홍천군, 민간기업(SK E&S)이 힘을 합친 결과였다.
이를 기점으로 소매곡리는 기피·혐오시설을 활용해 바이오가스, 태양광에너지, 소수력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판매가 가능한 에너지자립 마을로 거듭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소매곡리를 방문해 “님비현상을 완화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환경 개선과 소득 창출을 통해 주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신산업의 핵심인 친환경에너지타운은 ‘21세기 새마을운동’이자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선언했다.
소매곡리 친환경에너지타운의 핵심시설 중 하나는 ‘가축분뇨 바이오가스화’ 시설이다.
홍천군 일대에서 소매곡리로 들어오는 음식물쓰레기와 가축분뇨는 매일 100톤에 달한다. 이를 분뇨처리장에서 저장·발효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가 시설을 통해 정제돼 연간 750세대가 사용 가능한 도시가스로 변신한다. 덕분에 겨울철 40만원에 육박하던 가구당 난방비가 20만원 이하로 줄었다.
소매곡리 지진수 이장(41)은 “처리과정을 거치고 남은 부산물들은 자원화 시설을 거쳐 퇴비와 액비로 생산해 겨울께 판매하려고 하는데, 이를 통해 연간 약 5200만원 가량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부터는 마을주민들에게 퇴비를 무료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혐오시설이던 하수처리장엔 시간당 340kW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하수처리장 위 공간에 설치된 이 시설을 통해 매달 1000만원, 연간 5800만원의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 시설의 수익금은 모두 마을 운영비로 사용된다.
마을 외곽에 자리한 12가구는 지붕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그린빌리지’로 조성됐다.
하수처리장 방류수로는 소수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판매해 추가수익을 창출한다. 악취를 풍겼던 하수는 이제 깨끗이 정화돼 마을 인근 홍천강을 따라 놀러오는 관광객들이 그 물에서 물놀이를 할 정도가 됐다.
생활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도시가스는 물론 상·하수도가 생겨 집집마다 수돗물이 나왔고, 마을 분위기를 살리는 꽃길도 조성됐다. 제대로 된 구멍가게 하나 없었지만 이젠 개조된 마을회관을 비롯해 카페테리아, 마을 홍보관 등이 놓인 ‘커뮤니티센터’도 생겼다.
나아가 요즘 소매곡리는 새로운 귀농·귀촌지로까지 떠올랐다. 사업 전 57가구였던 가구 수가 현재 70가구로 증가한 것이 그 방증이다.
올해 5월 소매곡리 주민이 된 김수예(63)씨는 “잘 발달된 상·하수도와 도시가스로 도시 못지않은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려 마을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광인프라의 확충을 위해 홍천강변과 인접한 마을진입로에 숲길(주목 280주), 야생화단지, 홍천강 사계절 체험 관광지를 각각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소매곡리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친환경에너지타운 시범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23일,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2030 에너지신산업 확산 전략’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것을 계기로, 관계 부처가 지향하는 사업에 대한 개념이 통일되며 더욱 탄력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친환경에너지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5개소(충북 청주, 충남 아산, 경북 경주·영천, 경남 양산)는 올 상반기에 착공했다. 이에 더해 환경부 주관 5개소(강원 인제, 충북 음성, 충남 보령 전북 완주, 제주), 산업부 주관 1개소(충남 서산)가 올해 추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음성과 완주의 경우 주민들이 소매곡리를 견학한 후 친환경에너지타운 유치를 적극적으로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민간 주도의 한국형 친환경에너지타운 모델을 브랜드화 해 중국·이란 등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도 추진 중이다.
에티오피아에는 이미 한국형 모델이 수출돼 산업부가 지난 6월 19~25일 친환경에너지타운 추진을 위한 실사단을 파견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홍천 소매곡리의 성공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친환경에너지타운 시범사업이 님비현상 해결뿐 아니라 환경·에너지 문제 해결, 마을 소득 향상, 일자리 창출, 농촌관광 활성화 등 1석5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올해 11개소 사업을 본격화하고, 2030년까지 사업 대상지를 전국 총 100개소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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