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백년해로는 꿈이 아니다
부부의 백년해로는 꿈이 아니다
  • 정재수
  • 승인 2007.08.03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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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 남녀가 만나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심을 하는 성스러운 결혼식에서 주례는 으레 ‘부부가 백년해로하기를’ 또는 ‘하나님이 맺은 인연을 사람이 끊을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근자에 우리 주변에서 실제 마주치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너무도 쉽게 만나 너무도 쉽게 헤어질 뿐 아니라, 이왕 몇 십 년을 살아온 부부도 헤어지기를 손바닥 뒤엎듯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에서 어느덧 이혼율이 최고가 되어 버렸고 얼마 전까지 만해도 흉을 보던 미국이나 유럽을 탓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고령사회로 들어서 보면 전연 다른 세상을 맛보게 된다.

몇 해 전, 전남 구례군에서 ‘전국 장수 부부 선발대회 및 합동회혼례’가 개최되었다. 각 시군구에서 추천 받은 71쌍의 노부부들을 대상으로 투호놀이, 실타래감기, 장기 자랑들을 통하여 10쌍을 선발 시상하고 이 분들의 회혼례를 함께하는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

우선 대회 참석 대상자는 전통 회혼례의 규정에 따라, 첫째 결혼 60주년이 넘어야 했고, 둘째 자식들 중에서 부모보다 앞서 세상을 등진 사람이 없어야 했고, 마지막으로는 자식들 중에 감옥에 간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족하여야 했다.

부부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자식들을 온전하게 키워 사회봉사토록 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한 사람들로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진정한 장수인 들이었다.

적어도 60년 이상을 함께 한 분들이었기에 연세는 적어도 80세로부터 93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였으며 대회에 참석한 노부부들은 나이에 개의치 않고 아직도 경쟁에 뒤지지 않으려는 강한 의욕들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배우자가 실수하면 안타까워하고 심지어는 꾸짖기 까지 하면서 다른 부부들에게 절대 지지 않고자 매 경기마다 열심이었다.

그러나 인터뷰 과정에서 이들 노부부들이 보여준 서로를 믿고 아끼는 마음의 표현은 압권이었다. 가장 가슴 아플 때를 묻자, 영감이 술과 담배, 바람피우는 일로 속 썩인 게 아니라 봄이 되면 입맛을 잃어 남편이 식사를 잘하지 못할 때 가장 가슴 아팠다는 이야기, 또한 어느 할아버지에게 할머니에 대하여 묻자 “시집 올 때 마음이 지금까지 한가지여”하며 신뢰하는 모습은 마치 잊어버린 세상의 전설 같이 들리기 만하였다.

그리고 장기 자랑에서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자 몸을 의지하고 있던 지팡이를 내던져 버리고, 노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는 할아버지의 흥겨운 모습.

이러한 모습들은 여느 젊은 부부들의 태도들과 다를 바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훨씬 짙은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를 보여주고 있었다.

으레 부부는 백년해로하고 하나님이 맺어준 인연을 사람이 뗄 수 없다고 선언하여 왔건만, 실제 우리 주변 현실은 이러한 모든 말들이 공허하게 들려만 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정작 이 어르신들은 바로 그러한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부부의 백년해로가 아득한 꿈 이야기가 아니고 이제는 현실로 다가선 것임을 새롭게 깨달았다. 부부가 함께, 그러면 가족들도 모두 모이고 함께 살아가게 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하여 ‘영감 할멈’과 함께 오래오래 살아가는 노력을 해야겠고 그러려면 사오십 대 때부터 서로 더욱 진지하게 아끼고 돕고 사랑하는 노력을 하여야겠다.

부부가 오래오래 함께 함으로써 가족을 지키는 일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간절히 요구되고 있지 않은가  정말 요즈음에는 왜 쉽게 헤어지고 떠나고 하는가  부부도 그러하고 자식들도 그러하고 이웃도 그러하고 온통 사회가 헤어짐을 당연시 하고 있기 만하다.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백년해로가 바로 가장 강력한 해결 방안일 수밖에 없다. 함께 하는 부부의 아름다움이 자자손손 이어져 나가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할 때이다. 어느 가족의 예순이 넘은 따님이 읽은 헌수문의 끝 구절이 지금도 귀에 선하게 울린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살아오신 시간도 정말 저회는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앞으로의 시간들은 그보다도 훨씬 소중하여 금보다도 은보다도 더욱 귀하고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앞으로의 시간을 충분히 건강하게 즐기시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간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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