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두 달 만에 시장에서 퇴출된 비운의 스마트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두 달 만에 시장에서 퇴출된 비운의 스마트폰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0.14 14:11
  • 호수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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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해 단종시키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하반기 야심작이었던 ‘갤럭시노트7’은 출시한 지 2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10월 11일 ‘갤럭시노트7 생산 및 판매 중단 결정’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거래소 공시를 올리면서 “최근 갤럭시노트7의 소손(燒損) 발생으로 정밀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을 조절했지만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갤럭시노트7을 출시하며 역대급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발화 추정 사례가 몇 차례 일어나자 기기 공급을 중단하고 원인을 분석했다. 그 후 삼성전자는 배터리 결함을 확인했고, 9월 리콜을 발표한 뒤 이달 1일부터 새로운 갤럭시노트7을 공급했다.
그러나 다시 새롭게 출시한 제품마저 발화 사건에 휘말리는 초유의 소동을 겪었고, 특히 지난 10월 5일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 안에서 갤럭시노트7에 불이 붙은 후에는 4대 이동통신사가 교환을 중단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은 계속된 안전성 논란에 제품 신뢰도가 회복 불능 상태인데다 원인 규명과 재출시 작업에 따른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갤럭시노트7’ 생산 재개 대신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갤럭시S8’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으로 250만대나 팔려 나간 갤럭시노트7의 리콜을 결정할 때만 해도 국제 여론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홍채인식 센서, 방수·방진 등 탁월한 기능으로 인기를 끌던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면서 브랜드 신뢰성은 외려 높아진 측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진정한 위기관리의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ATL 배터리 사용 제품은 괜찮다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배터리 결함을 넘어 설계 오류 등 다른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종 결정은 삼성전자가 한국국가기술표준원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 각국 규제 당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 이날 삼성전자의 판매 중단 선언 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 3사도 일제히 갤럭시노트7 판매를 중단했다.
후속 조치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별도의 제품 교환과 환불이 실시될 예정이다. 교환‧환불 절차는 최초 구매한 매장에서 가능하며, 갤럭시노트7 기기만 매장에 가져가면 갤럭시S7이나 S7 엣지, 또는 전작 제품인 갤럭시노트5로 바꿀 수 있다. 또 LG전자의 G5나 V20은 물론 앞으로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7과도 교환할 수 있다. 교환을 원치 않는 고객은 환불을 받을 수 있으며 이 때 공시지원금과 위약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갤럭시노트7 판매가 전면 중단될 경우 기회비용 등 손실 규모는 약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리콜에 따른 1조 원 안팎의 손실을 더해 총 2조 원에 가까운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애플의 ‘아이폰7’과 구글의 ‘픽셀폰’ 등 경쟁제품들이 적잖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수익성은 대폭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12일 오후 영업이익을 무려 2조6000억원이나 깎아내린 3분기 수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처음 공시했던 것보다 매출은 2조원 줄어든 47조원을, 영업이익은 33.3%나 감소한 5조2000억원에 그쳤다.
수익 손실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 심한 타격을 입게 된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로서는 심기일전해 내년 초로 예상되는 ‘갤럭시S8’ 출시까지 최대한 갤럭시 브랜드 신뢰도 하락을 막아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는데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기술력과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앞세워온 삼성이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의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은 당장의 판매 감소보다 더 큰 시련이다. 경쟁사 애플의 ‘아이폰7’에 앞서 출시하려고 서둘렀고, 배터리 결함도 시간에 쫓겨 완벽성을 기하지 못한 귀결이라는 삼성 안팎의 지적이 있다. 삼성은 리콜사태에도 3분기 선방한 실적을 내놓았지만, 이제는 주력 스마트폰 부재라는 곤경을 맞을 처지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극복 방안은 갤럭시 시리즈를 포함한 삼성 브랜드 가치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일밖에 없다. 삼성의 현 위기는 확고한 기술, 철저한 검증, 고객 안전 등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서 온 것이기 때문에 다시 삼성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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