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토론회, “예방백신 없는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필요”
정책토론회, “예방백신 없는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필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0.14 14:13
  • 호수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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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간염 집단 발생 원인과 대응방안’
▲ 지난 9월 28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C형간염 집단발생의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정부, 의료계,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역학조사 체계 구축 등 정책제안… “감염관리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의사협회 “수가 너무 낮아 재사용 유혹 받아… 재료대 확실히 보상을”

전국 여러 의료기관에서 발생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의료인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예방을 위한 선별검사와 역학조사 체계 구축 등 다양한 정책적인 대안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와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9월 28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C형간염 집단발생의 원인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C형간염 긴급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C형간염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 전분 순창 내과의원, 건국대 충주병원에서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로 인한 집단감염 의심사례가 불거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C형간염에 감염될 경우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 의료계, 소비자단체 등이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감염관리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이날 김인희 전북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전산정보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번 C형간염 사태가 의료인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렸다”며 전수감시 감염병 체계 구축과 국민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사 도입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우리나라의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와 비슷한 사례가 총 239건이 있었고, 그 원인은 주사기 재사용 및 일회용 의료기기 사용 부주의, 미흡한 소독 등이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진료과에서 자가혈주사를 무분별하게 시행하는 등 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전수감시를 통해 일선 의료현장에서 이 같은 기본 중의 기본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 40세 이상에 시행되는 생애전환기 국민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미국 등에서는 C형간염을 국민건강검진 선별검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집단감염 조기발견을 위한 역학조사 시스템과 신고센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명돈 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C형감염 사례가 문신, 피어싱 같은 불법 시술이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국한된 문제뿐만이 아니라며 감염관리를 더욱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모든 침습적 시술이 안전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혈액 및 체액 주의’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환자의 피부 점막을 뚫는 기구들의 멸균 소독,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을 채취한 후 다시 투여하는 자가세포치료, 지방이식 등의 모든 시술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서는 C형간염 집단감염과 같은 사태의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의료계의 자정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예방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 감염 예방이라는 기본적인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의료인의 자체적인 감염관리나 자율규제 활성화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있으나 마나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며 “자율적인 규제방안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 일정기간 검토해서 실패할 경우 좀 더 강제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 권한 강화 주문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전국 각 의원에 ‘의원 내 감염관리 안내 지침서’를 제작·배포했으며 향후 의사회원 교육, 대국민 감염병 예방 캠페인 및 교육 추진,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C형간염의 국가검진사업 포함 및 감염관리 수가 신설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 “정부에서 재료대 수가를 제대로 책정한다면 주사기 재사용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대표 사례로 지난해 수가가 첫 인정된 ‘내시경 포셉’(종양이 의심될 때 해당 부위의 조직을 떼어내는 기구)을 들었다.
조현호 의협 의무이사는 “재사용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포셉에 대해 수가를 2만2000원으로 신규 책정한 결과, 지금은 의료기관에서 다 일회용 포셉을 사용한다”며 “재사용을 통한 집단 C형간염 발병을 막기 위해선 이처럼 정부에서 비용을 보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최근 연이은 3건의 집단 C형간염 사태도 주사제가 원인이 됐다”면서 “의사들도 자존심을 지키며 급여진료를 하고 싶다. 그런데 수가가 너무 낮으니 비급여 진료를 하게 되고 거기서 이윤을 추구하다 보니 주사기 재사용 같은 부작용이 나온 것”이라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감시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건보공단의 감시체계는 의료기관의 진료내역과 건보공단의 의료이용지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 자료, 민원 신고 자료 등을 종합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이를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는 체계다.
신순애 빅데이터실 실장은 “건강보험 데이터는 진료내역을 기본으로 하기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C형간염과 메르스가 역학적 과정이 다르듯 각 질병마다의 전문가를 보강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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