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고령여성에게 일자리를 ②
기획-고령여성에게 일자리를 ②
  • 이미정
  • 승인 2007.08.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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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인 ‘시장형 일자리’ 마련해야

빈곤한 노후를 보내는 여성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년세대에 편입된 여성노인들은 과거 경제활동 기회를 갖지 못한 데다 남편 또는 자녀에 의지해 생활해 온 탓에 마땅한 노후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연금 등 사회적 부조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최소한의 사회복지서비스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방치할 수 없는 여성노인의 자립을 위해 특화된 일자리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 호에 이어 고령여성의 자립을 위한 일자리 마련 방안을 모색해 본다.


박순금(82·광주북구)씨와 송두례(60·광주북구)씨는 손발이 ‘척척’ 맞는 직장동료다. 박씨가 김치 속을 만들면 송씨는 저려 놓은 배추에 재빨리 버무려 낸다.


이 둘은 올 초, 광주북구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친정엄마손사업단’에서 만났다. 사업단 최고령인 박씨는 1주일에 6시간 일을 하고 10만원을 받는다. 용돈 벌자고 시작한 일이지만 건강까지 되찾아 일석이조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평소 손맛 좋기로 유명한 송씨도 자녀들에게 손 벌리기 싫어 일을 시작했다. 하루 8시간씩 일하고 매달 85만원을 받는 송씨는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떳떳하게 생활할 수 있어 매우 흡족하다”고 말한다.


박순금·송두례씨의 경우처럼 경제활동을 통해 용돈 및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여성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노인을 위해 특화된 일자리가 매우 드물어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5세~79세 여성노인 462만8000명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는 184만9000(40%)명으로 나타났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경우가 129만2000명(61%)으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을 꼽은 경우는 59만3000명(28%)에 머물렀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도 55세~79세 노년층의 미취업자는 남성노인이 36.3%에 그친 반면 여성노인은 무려 60%나 됐다.


호서대 박현식(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여성노인들은 남성보다 낮은 학력, 전업주부로 살아온 환경적 요소 등으로 인해 구직에 소극적”이라며 “여성노인들이 선택 가능한 직업도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간병인 등 매우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성노인 인력의 특기 및 강점을 활용한, 특화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국 시니어클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장형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을 위해 조직된 시니어클럽은 전국 48개 기관을 두고 여성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마련하고 있다.


<사진>'친정엄마손맛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는 광주북구시니어클럽 여성노인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사진:광주북구시니어클럽 제공>

 

꽃을 직접 채취한 뒤 말려 공예품을 만드는 ‘행복나눔 꽃누르미사업’을 비롯해 리본, 액세서리 등을 제작하는 ‘손향기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응용한 일자리다.


일례로 동해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행복나눔 꽃누르미사업’은 60세 이상 20여명의 여성노인이 참여해 매월 50~1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 개인당 노인일자리 보조금 20만원을 받고 있어 충분치는 않지만 생활비로 요긴하게 충당하고 있다.


여성들의 요리솜씨를 활용해 콩나물, 두부 등 직접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일자리도 주요 대안으로 꼽을 수 있다. 시니어클럽도 ‘엄마손 먹거리 즉석식품제조사업단’을 비롯해 ‘행복나눔 반찬사업단’ ‘웰빙손두부사업단’ ‘참살이 장맛사업단’ 등 음식관련 시장형 일자리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여성노인 관련 단체들의 일자리사업도 주목해 볼 만하다. 이 단체들은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 일자리를 갖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씨니어연합이다.


한국씨니어연합은 최근 5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 중고령 여성을 대상으로 보육도우미 교육을 실시, 취업과 연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여성가족부와 함께 추진한 보육도우미 양성과정은 30~40여명의 중고령 여성을 수시로 모집, 교육시키고 있다. 교육을 이수한 여성노인 가운데 70% 가량이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파견돼 ‘할머니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할머니 선생님들은 시간당 5000원 안팎의 보수를 받아 한 달 평균 30~40만원의 수입을 갖고 있다. 보육도우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50여 시간 동안 마술이나 인형극, 구연동화, 예절, 한자 등의 이론과 실습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지역 특성을 잘 살린 여성노인 일자리사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광주북구시니어클럽 ‘친정엄마손맛사업단’은 젓갈 및 김치를 중심으로 남도 특유의 밑반찬을 만들어 대형할인마트 반찬코너에서 판매하는가 하면 택배를 이용해 전국 각지로 배송판매도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10월 구성된 사업단은 현재 23명의 여성노인들이 참여해 올해 1월 기준 1억2000만원의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중소기업 못지않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여성노인들이 가진 소질과 능력을 특정 일자리와 연계시켜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씨니어연합 신용자 대표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여성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일하는 젊은 여성들은 아이를 부담 없이 맡길 수 있고, 고령여성은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사회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식 호서대 교수는 “여성노인의 특화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며 “해당 지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전수하는 등 여성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성노인을 위한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며 “기존 남성 중심의 일자리사업에서 탈피해 여성의 경륜과 경험을 고려한 일자리 마련 방안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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