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권 후보라면 솔직하게 답변해야 한다”
“문재인, 대권 후보라면 솔직하게 답변해야 한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10.21 13:44
  • 호수 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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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물어보고 기권 한 건 사실인 듯…

기자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빌라에서 산다. 올해 초 문재인 전 대표가 종로구 구기동에서 서대문구 홍은동 빌라로 이사를 왔다. 지역주민이 된 셈이다. 빌라 바로 뒤편에 소나무가 숲을 이룬 백련산이 있다. 산을 좋아하고 딸집과 가까운 이유로 이곳을 택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90여 가구 주민들에게 이사떡을 돌렸다. 기자의 집에도 밤 10시 넘은 시각 젊은 여성이 초인종을 누르더니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함께 시루떡을 내밀었다.
이후로 한 빌라에 살면서도 문 전 대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오전, 동네주민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그를 처음 보았다. 기자 역시 주민으로서 환하게 웃는 그와 악수를 나눴다. 그 이후로 다시 보지 못했다. 경비실 직원은 “집에서 자는 적이 별로 없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땐 주민들과 부딪치지 않으려는 듯 검은색 SUV를 현관 입구에 바싹 대고 재빨리 차에 오른다”고 말했다.
가끔 기자들이 찾아와 문 대표 집 현관 앞을 지키곤 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15,16일 이틀 동안 MBC, 연합뉴스 기자들이 카메라를 세워둔 채 하루 종일 지키고 있었다. 바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 사건 직후였다. 후에 TV 뉴스를 통해 빌라 앞에서 문 전 대표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봤다.
문 전 대표는 이번 회고록 의혹에서 빠져나가기가 힘들 것 같다.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2007년 11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대응방안을 놓고 남북 경로로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고, 그에 따라 북으로부터 쪽지를 받고나서 노무현 대통령이 기권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이란 1990년 중반 이후 북한의 심각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 차원에서 채택한 결의안이다. 주요 내용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납치 등 각종 북한 인권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북한 주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단지 북한 인권을 국제적 관심 사안으로 부각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인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유엔 총회에서 매년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있을 뿐이다.
문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 존망이 걸린 대북정책에서도 ‘북한으로서 핵은 자위수단’이라느니, ‘북한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지원한 일이 없다’ 같은 황당한 북한식 주장을 했다.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으로 촉발된 북한 인권결의안 의혹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이 되고도 ‘반미친북’(反美親北) 운동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노무현의 산물’이다.
문 전 대표가 지금까지 보인 대북관에 비추어 볼 때 회고록 내용은 사실인 것 같다. 그가 천안함 폭침이 북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5년이나 걸렸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언성까지 높이며 회고록 내용을 부정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수용할 사람은 별로 없다. 문제의 중심은 문재인 전 대표이다.
문 전 대표는 아리송한 말로 일관하고 있다. 친노 인사들과의 대책회의에서 나온 역할분담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기억이 안 난다” “그 문제는 얘기 않기로 했지 않느냐” “내가 가장 앞서가니까 두려워서 일어나는 일 아니겠느냐” “군대도 제대로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걸핏하면 종북타령” 식으로 받아치고 있다. 선택적 기억상실증부터 마이동풍 화법까지 그 자신이 그토록 비난해온 현 정부의 행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문 전 대표는 나흘 넘게 격론이 벌어진 당시 현안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기억을 못한다면 그런 기억력으로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 직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겠는가. 기자로서 한밤중에 문 전 대표 집을 불시에 방문해 잠자리에 든 문 전 대표를 깨워서라도 대답을 듣고 싶지만 지역주민으로선 차마 못 할 짓이다. 문 전 대표는 대권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속히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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