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싫어할 권리도 있다
동성애를 싫어할 권리도 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10.21 13:47
  • 호수 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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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수용(50)은 최근 큰 홍역을 치뤘다. 지난해 CTS기독교TV에서 했던 동성애 관련 발언이 뒤늦게 수면 위에 오르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당시 김수용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정색하며 “싫다”고 답했다. 해당 발언을 편집한 사진이 인터넷 사이트 이곳저곳에 게재되며 그는 큰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만약 20년 전이었다면 김수용은 아무런 비난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는 의미다.
2000년대 들어서기 전까지 기독교의 영향 아래 있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동성애는 금기였다. 동성애 혐오범죄가 발생해도 피해자인 동성애자가 오히려 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방송인 홍석천(45)이다.
홍석천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1년 9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이 ‘커밍아웃’으로 인해 그는 방송에서 퇴출돼 한동안 TV에 얼굴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당시 세계의 흐름 탓도 있었다. 늘 움츠리고 있었던 성소수자들이 제목소리를 내면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조금씩 인정받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어느 순간 방송에 복귀한 홍석천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선 동성결혼을 허용했고 2015년 미국 대법원에서 이를 합법화하면서 동성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성결혼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성애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비난을 받게 됐다. 일례로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는 지난 2월 동성애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한 의류브랜드와의 계약을 해지당했다. 이에 앞서 1월에도 이탈리아 프로축구팀의 한 감독도 같은 이유로 출전정지를 당했다.
도에 지나친 원색적인 비난은 잘못된 일이지만 김수용의 사례처럼 단순히 동성애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보통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동성애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직장과 학교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엔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여겨 강제로 이성애를 강요했고 이는 동성애자들에게 심각한 폭력으로 작용했다. 마찬가지로 동성애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를 강제하는 것도 정신적 폭력이 될 수 있다. 동성애를 할 권리가 있듯이 그들에게 해를 가하지만 않는다면 동성애를 싫어할 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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