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회장 “재활과 요양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요양병원에 오셔야 해요”
박용우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회장 “재활과 요양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요양병원에 오셔야 해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0.21 13:51
  • 호수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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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으로 늘어난 요양병원 내실화 작업… 윤리위원회 구성 등 질 향상 모색
요양병원에 간병비 급여화 필요… 건강상태 따라 병원 이용하는 체계 마련돼야

노인이 중증질환이나 급성질환에 걸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경우 병세가 호전되면 대개 집으로 퇴원을 하게 된다. 문제는 요양과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까지 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병원에 있던 환자가 귀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병을 위해 보호자들이 하루 대부분을 희생해야 하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질환이 악화되기 일쑤다. 의학적 필요도가 높은 환자들의 경우 요양병원에서의 추가 치료와 요양이 절실한 이유이다.
노인요양병원은 이렇듯 추가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한 병원이다. 수요가 많다보니 요양병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치료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3월 제7대 대한요양병원협회장으로 선출된 박용우 회장(61)은 이런 악조건 가운데서 요양병원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박 회장은 “지난 1년 7개월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박 회장을 만나 노인의료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협회장에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요양병원의 질 향상을 위한 자정노력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일부 질 낮은 병원들의 행태 때문에 요양병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국민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업무들을 추진해 왔습니다. 예컨대 소방시설법 개정에 따른 요양병원 소방시설 설치, 시설 안전관리를 위한 당직근무자 의무 배치 등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 지정 추진, 윤리위원회 구성 등의 회무를 바쁘게 수행했습니다.”
-노인요양병원이 크게 늘었는데.
“고령화에 따른 양적 팽창은 당연한 수순이에요. 현재 2016년 2/4분기 기준 전체 요양병원은 1402개에 달하고 요양병원의 병상 수는 23만9610개로 전체 의료기관의 40%대에 이릅니다. 이같이 요양병원이 증가한 데에는 요양병원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도 일조한 측면이 있어요. 인구의 고령화와 소득수준의 증대에 따라 만성질환, 수술 후 회복기 질환, 뇌졸중 등 신경계통의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요양병상의 확충을 위해 요양병원 개설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민들의 신뢰는 높지 않다.
“일부 병원의 비도덕적인 행태 때문이지요. 일부의 잘못으로 인해 전체 요양병원이 오해를 받는 실정이어서 안타까워요. 이에 우리 협회는 윤리위원회를 통한 자정 노력을 하면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윤리위원회를 통해서는 어떤 일을 하나.
“환자의 인권을 신장하고 저질 병원의 퇴출을 위해 노력합니다. 인간생명, 인권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모든 환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윤리헌장과 윤리강령을 제정했고요. 윤리헌장과 윤리강령을 잘 실천하는 병원에는 이를 밝히는 현판을 부착할 예정이에요.”
-숙원사업이었던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요양병원에서도 시범 실시된다.
“요양병원에서의 호스피스 실시는 환영할 만한 일이고 어쩌면 당연합니다. 요양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다음으로 많은 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실제로 완화의료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난 9월부터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통해 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예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중 어디로 갈지 혼선을 겪는다.
“공동생활 시설인 요양시설과 의료기관인 요양병원 간 역할 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병원이 아닌 요양시설에 입소함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요.”
-요양병원과 시설의 차이점은.
“의학적 필요도가 높은 장기요양 1~2등급 환자는 요양병원으로 가서 적절한 치료와 요양을 받아야 해요. 이들 대부분은 욕창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와상 환자 군이거나 중증 치매환자, 신체기능 저하 및 기관지 절개로 소변줄 등 의료 삽입관을 착용하고 있는 의료 필요도가 매우 높은 환자 군으로 적극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해요. 반면, 의학적 필요도가 낮은 3~4등급 환자는 요양시설로 가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것이 필요하답니다. 예컨대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떨어져 거동이 불편하거나 식사하기 불편한 노인들이 대상이지요. 이곳에는 상주 의사는 없지만 촉탁 의사가 한 달에 2회 정도 방문해 건강을 살펴줍니다.”
-간병비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간병비의 급여화가 이뤄져야 해요. 현재 요양원 등 요양시설에 지급되는 간병비가 요양병원에는 지급되지 않고 있어 입원환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일부 요양병원에서 할인 등의 유인행위와 간병 질 저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저는 본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예요. 소아청소년 진료에 매진하면서도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하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 중증환자가 요양시설에서 힘들게 지내다 임종을 맞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20세기 고려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요양병원이 대중화되지 않던 시절이어서 이 때 요양병원을 운영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후 천안에 200 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을 개설한 후 입원한 어르신들을 일상으로 복귀시켜 드리는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박용우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10년 이상 봉직했다. 천안요양병원 이사장인 그는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 및 총무이사직을 지냈고 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을 거쳐 2015년 3월 26일 7대 요양병원협회장에 취임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소아 중증 장애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우리 병원에도 갈 곳이 없어서 수년째 데리고 있는 소아 중증 장애아들이 있는데 이런 아이들을 수용해서 재활을 할 수 있게 국가나 지방자치제에서 시설을 확충해야 하고 공공의료에서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해요.”
-선진 요양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들이 필요한지.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경우, 2006년 이후 치료와 돌봄서비스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요. 노인 전문병원 내에 의료형(의료보험)과 개호형(개호보험) 요양병상을 구분해 동시에 운영하고 있지요. 우리나라 역시 병동별 기능분화를 도입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고령화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노인들이 건강상태에 따라 편하게 여러 단계로 나누어서 본인에게 필요한 병원이나 시설들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이 노후에 편안하게 보건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일본의 선진제도를 잘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현재 협회는 노인의료복지 체계 개선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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