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제자들에게 전하는 축언
결혼하는 제자들에게 전하는 축언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16.11.11 13:22
  • 호수 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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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시즌이다. 요즈음도 제자들이 결혼 주례를 요청하면 잠시 망설여지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양가의 귀한 혼인예식에 의미 있는 주례사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이다. 또 하나는 이 친구들이 예식은 멋있게 치르겠지만 정말 백년해로하며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기우이다.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는 해괴망측한 풍조도 있다 한다.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만, 결혼식 후 혼인신고를 늦게 하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라서 바쁜 것이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결혼하고 좀 살아보면서 정말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지를 확인한 후 혼인신고 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유럽처럼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다가 때가 되면 결혼식을 갖는 관행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세대의 결혼풍조가 많이 바뀌어 아무리 좋은 주례사를 한들 이를 귀담아 듣고 결혼생활의 지침으로 삼을 친구들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도 주례 요청을 받으면 진심으로 축복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정성스럽게 주례사를 만든다. 그리고 요약된 주례사를 종이에 타이핑해서 오래 간직하라고 주던가, 어떤 경우는 아주 짧게 요약해 상패 식으로 돌에 새겨 주기도 한다.
아래는 내가 주례는 하지 않았지만 최근 결혼식을 올린 제자 커플에게 점심을 사주면서 전달한 결혼 축언(祝言)이다. 이 친구들은 신혼여행을 연애시절에 같이 해외봉사활동을 했던 캄보디아의 어느 시골구석으로 가서 그곳의 현지인들과 며칠 지냈다는 것으로 보아 아주 건실한 삶의 자세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행복한 가정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부가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고는 결코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없습니다. 값진 보물이 쉽게 얻어질 수 없듯이, 행복한 결혼생활은 부부 두 사람의 인내와 희생적인 사랑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연애는 뜨겁고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사랑은 헌신적인 노력이며 결심입니다. 부부는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돕고 격려하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훗날 “이 사람과의 결혼은 내 생애의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 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을 이기려하지 말고 같이 승리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합니다. 좋은 부부관계에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라는 역설적인 원리가 적용됩니다. 이 원리가 이루어지기 위해 두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존경과 관대함을 가져야 합니다. “저 사람에겐 내게 없는 좋은 부분이 있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부부는 서로의 일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 관심이 속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이 되는 절묘한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부부는 인생의 여정에서 힘들고 피곤할 때 든든히 옆에 있어줌으로 넉넉히 세상을 이길 수 있게 하는 버팀목과 같은 것입니다. 평생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해 나가면서 하나님께서 두 사람을 부부로 맺어준 그 이유를 발견해야 합니다. 결혼식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고 오히려 사랑의 시작이 됨으로써, 두 사람은 이제 완성된 사랑을 만들기 위하여 인내하며 노력해야 합니다.
결혼생활에 있어서 서로에 대한 수고는 결국 행복한 가정을 얻는 축복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가정의 행복은 그 행복을 이웃에 나누어 줄 때 더 커지는 법이니, 많이 베풀면서 사는 가정이 되길 바랍니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 원숙해지는 사랑으로 많은 결실을 맺는 가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서 내가 강조한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듯이 부부싸움은 어느 부부에게나 늘 있는 법이니 부부싸움이 이혼까지 발전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부부싸움은 각자의 모난 부분이 부드럽게 되어 건강한 부부관계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결국 부부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먼저 사과하는 쪽이니 그날 잠들기 전에 남편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또 하나는 많이 베풀면서 살겠다는 다짐을 하라는 거였다. 부부가 의논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면서 사는 가정이 행복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행복을 찾으려고 어디에 갈 필요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면 나 자신도 따뜻하게 되는 법이니 평생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도움을 주면서 살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가정이 하나 탄생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아주 기분이 좋은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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