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꽃잎 편지
네가 써 놓고 간 꽃무늬 글자들.
물살 흔들릴 때마다
불멸의 문장처럼 반짝거린다.
글자 하나하나가
네 낯처럼 눈부시다.
박완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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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생 동안 온 마음을 바쳐 무언가를 해보는 일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기뻐하고 슬퍼하는 시간은 또 얼마나 될까. 꽃잎 한 장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서도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곤 코끝 찡해지거나, 눈시울 붉히는 일은 또 얼마나 우리에게 근사한 추억을 평생토록 제공할 것인가. 불멸의 문장처럼 반짝이는 꽃잎 하나하나에 그 사람의 얼굴이 낱낱이 비치는 어느 봄날의 기억! 그런 추억 하나쯤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리. 사랑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미풍에도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 발밑에 수북하더라도 늦은 때가 아니다. 사랑할 때 사랑하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겨우내 꽃눈 만들고 봄날이 오면 모든 그리움을 모아 꽃잎을 날리자. 그 사람의 낯처럼 눈부시게.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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